주저앉았던 LG, ‘LTE’ 딛고 ‘부활 질주’
  • 김세희 기자 (luxmea@sisapress.com)
  • 승인 2011.11.2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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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사상 첫 적자 기록했다가 최근 급상승세…전자·디스플레이·유플러스 3인방이 ‘역전’의 발판

 국내 10대 그룹의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LG그룹의 추락이었다. 아직 3분기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지주사 ㈜LG를 제외한 그룹 상장 계열사 10곳은 4천2백57억원 적자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내놓았다. 사상 첫 적자였다. ㈜LG에 대한 3분기 순이익 예상치인 3천1백2억원을 더한다고 해도 LG그룹은 1천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은 스마트폰이나 비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했지만, LG는 기존의 가전과 액정표시장치(LCD) 중심으로 중복 과잉 투자를 하고 스마트폰 쪽의 대응이 2~3년 늦은 것이 지금의 실적 차이로 나타났다”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4세대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 상용화를 기점으로 LG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빅5였던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과거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그룹 전체 실적 악화의 주범이었다. 화학 부문 계열사인 LG화학과 LG생활건강이 그나마 그룹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었다. 그러나 LTE가 전세 역전의 발판이 되고 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기술의 집약체가 LTE폰으로 구현되었고, LG유플러스는 이를 통해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

꺾인 날개로 체면을 구겼던 3인방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LG 역시 재조명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모바일·디스플레이 기술력이 집약된 ‘옵티머스 LTE’의 판매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고, LG유플러스도 최근 두 달 사이 주가가 약 20% 상승했다. LG가 계열사들이 협력한 LTE로 부활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LG전자, 1년여 방황 끝내고 재도약 시동

LG디스플레이의 제품 시연장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시연해보고 있다.ⓒ LG 제공
지난 2007년 휴대전화 시장을 주름잡던 빅5는 노키아, 모토로라, 삼성전자, 소니에릭슨, LG전자 순이었다. 이 다섯 업체가 전체 시장의 82%를 점유하며 세계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3년이 채 지나지 않아 휴대전화 시장은 스마트폰이라는 새 패러다임으로 들어섰다. 애플의 아이폰으로 시작된 스마트폰 시장은 HTC, 리서치인모션(RIM), 삼성전자 등 굴지의 글로벌 업체들이 뛰어들며 치열해졌고 기존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삼성전자는 발 빠르게 대처했다. 초기 시장 진입에는 늦었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내부 자원을 통한 스마트폰 개발에 주력했다. 그 결과 갤럭시S, 갤럭시S2, 갤럭시S2 LTE 등을 연이어 출시할 수 있었고 올해 3분기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1년여 만에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LG전자는 순식간에 순위권 바깥으로 밀려났다. 초기 1년에 승부수를 띄우지 못했던 LG전자는 처참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올해 3분기에만 무려 1천3백88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한때는 분기당 5천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던 곳이 LG전자 휴대전화 사업부였다.

그러나 1년 이상을 고전했던 LG전자가 부활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기는 ‘옵티머스 LTE’이다. 정옥현 LG전자 휴대전화 연구소장은 “지난 3~4년간 사활을 걸고 LTE 기술을 연구해왔다. LTE폰에서는 애플·삼성전자와 대등한 경쟁을 벌일 수 있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10월 한 달간 휴대전화 사업에서 영업이익을 냈다. 비공식 집계로 6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나 마케팅 비용 등이 변수가 될 수 있겠지만 3분기와 비교해서 성장 폭이 큰 편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해 4분기에서 내년 1분기에는 흑자 전환도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시장에서 지난 10월 LTE 스마트폰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게 나타나면서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 부분이 전체 실적을 이끈다면 4분기에는 소폭 흑자로 전환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LG전자측은 “4세대 이동통신용 스마트폰인 ‘옵티머스 LTE’를 통신사에 공급한 지 40일 만에 개통 15만대를 돌파했다. 지금까지 출시한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고가(89만원)임에도 가장 잘 팔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기록은 종전 같은 기간 최고 판매량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개통된 LTE폰을 45만대 수준으로 파악했을 때 무려 33%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1위 업체인 삼성전자의 LTE폰 개통량은 26만대(55%) 수준이다. LG전자의 추격세로 보았을 때 LTE에서만큼은 삼성전자의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한 셈이다.

아직까지 수도권과 대도시에 한정된 LTE 시장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도 LG전자에게는 기회이다. 현재 이동통신사들은 서울과 광역시 등 일부 지역에서만 LTE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국적인 LTE 망은 내년이 되어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현재 신규 서비스 가입자의 3분의 1 가량이 LTE를 선택하고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제한된 지역에서 서비스를 하는데도 가입자 증가율이 심상치 않다. 심지어 아직 LTE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지역에서도 가입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지금도 이런데 전국적인 서비스가 시작되고 아이폰 2년 약정이 끝나는 시점까지 맞물리면 LTE 가입자는 폭증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때문에 통신사마다 단말기 확보와 망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최근 유상 증자를 통해 6천1백9억원을 휴대전화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 중 LTE 스마트폰 개발과 생산에 6백31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LG 휴대전화의 약점으로 지적받아온 소프트웨어를 보완하기 위해 전문 인력을 크게 보강하는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심산도 엿보인다. 하지만 LG전자가 애플과 삼성전자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LG전자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시장 진입이 늦었던 후발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피처폰의 1인자였던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전략적인 제휴로 망고폰을 출시했다. PC 시장의 강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자체적으로 모바일 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애플이 아이폰4S로 잠시 주춤하는 사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업체들의 경쟁이 만만치 않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애플은 소수의 제품 라인업과 프리미엄 모델에만 의존하고 있어 2012년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 점유율 경쟁은 힘들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시장 초기이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LTE폰을 출시하는 등 2012년 프리미엄급 모델을 LTE폰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스마트폰 시장 내에서 차별화된 변화를 주도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LG디스플레이, 가리지 않고 적극 공세

부러진 날개의 한 축이었던 LG디스플레이의 반등세는 아직까지는 더디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올해 3분기까지 줄곧 적자 늪에 빠져 있다. 3분기 영업 손실만 4천9백21억원에 달한다. 실적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LCD 패널에 대한 수요 부족에 있다. LCD TV에 대한 수요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미국 경기 둔화, 유럽 재정 위기 등에 대한 우려로 선진국의 소비 심리까지 위축되면서 시장은 얼어붙었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 부진으로 LCD 패널 가격의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재고를 줄이기 위해 2분기에 80% 중반이었던 가동률을 3분기에는 70% 중반으로 축소했던 점도 원인이다”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TV 수요 침체에도 3D TV 패널 생산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한시름 던 모양새이다. 일본 TV업체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것도 LG디스플레이에게는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이 패널을 외부에서 조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3D TV 진영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파나소닉, 소니, 히타치 등은 LG디스플레이가 사용하는 편광 패턴 필름(FPR) 방식 차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3D LCD 패널의 생산량은 6백60만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 늘어났다. 디스플레이서치는 “LCD 시장은 6분기 연속 공급 과잉이 이어지고 있고, 이것이 3D 패널의 가격 프리미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LCD 패널 생산자들이 새로운 저가 기술을 도입해 3D 패널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3D LCD 패널 생산량은 전체 LCD TV 패널 생산량의 10%인 2천1백50만대로 추정되고 있다. TV 패널 시장의 부진에도 3D TV 패널이 강세를 보인 데는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를 중심으로 한 FPR 3D 진영의 약진이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의 셔터 안경 방식과 대결 구도에 놓여 있는 이 방식은 1%, 3.6%, 4.8%로 분기마다 점유율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는 ‘4분기에는 패시브 패널(FPR 3D TV에 적용되는 패널) 시장 규모가 6.6%까지 늘고 내년 2분기부터는 패시브와 셔터 안경 방식 패널이 전체 LCD 시장에서 각각 10.4%, 10.1%로 거의 동등한 위치에 설 것’으로 예상했다.

노트북과 모바일 패널 시장에서도 LG디스플레이의 활약을 예상할 수 있다. 당장 LG전자, 델, 도시바, 후지쓰 등 주요 PC업체들이 내년에 출시할 예정인 울트라북에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채용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얇은 두께, 낮은 전력 소비, 빠른 부팅 속도, 1천 달러 이하의 가격 등 인텔이 제시한 울트라북의 기준을 충족하는 패널을 최초로 개발했다. ‘슈리켄’이라는 자체 기술 덕분이었다. 이 기술은 별도의 유리를 사용하지 않고 LCD 패널 자체의 유리를 이용해 패널의 두께를 줄일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모바일에서는 애플과의 계약이 최대 관건이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 2009년 애플과 맺었던 LCD 패널 장기 공급 계약금은 한화로 약 9천억원을 넘는다. 아이폰5에도 패널 공급을 하게 된다면 LG디스플레이로서는 호재를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셈이다(72쪽 상자 기사 참조).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가 3분기에 적자를 냈지만, 재고율을 낮추고 가동률을 높여 4분기에는 적자 규모를 축소할 것이다. 또 LG디스플레이가 내년 3대 화두인 LTE(4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과 3차원 FPR TV, 울트라북의 수혜를 골고루 받을 수 있다”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LG유플러스, 5:3:2 ‘악마의 비율’ 깰까

국내 통신 시장이 빅3로 재편된 이후 각 통신사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시간이 흐를수록 공고해졌다. 5:3:2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이다.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 지난 9월 기준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5천2백12만명으로 5천만명을 훌쩍 넘겼다. 신규 가입자보다는 기존 가입자를 지키는 데 힘써야 하고, 갓 태어난 아기가 휴대전화를 쓸 수 있는 나이가 되기까지 기다리기보다는 다른 통신사 가입자를 빼앗아 오는 것이 중요해졌다.

SK텔레콤은 부동의 1위였다. LTE에서도 기세는 이어졌다. 하지만 2위 싸움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KT보다 한 발짝 앞서 LTE 시장에 들어선 LG유플러스가 선전하고 있다. 지난 11월15일을 기준으로 LTE 가입자는 SK텔레콤 26만명, LG유플러스 19만명이다. 두 업체의 격차는 불과 7만명. 그야말로 꼴찌의 반란이다.

그동안 LG유플러스는 네트워크에서 경쟁사에게 밀리고 주파수도 국제적으로 고립된 주파수를 사용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LTE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에 할당받은 2.1GHz 주파수 대역은 전세계 통신업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대역이다. 단말기 공급, 글로벌 로밍 등에 유리하기 때문에 저대역 주파수만큼이나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LG 관계자는 “경쟁사에서는 음성통화는 3G를 사용하면서 데이터만 4G를 사용할 예정이지만, LG유플러스는 3G망이 없었기 때문에 음성통화와 데이터를 모두 4G로 구축하게 된다. 이처럼 ‘LTE=LG유플러스’라는 이미지가 대세로 굳어진다면 내년에는 가입자가 4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한 연구원이 LED 패널을 검사하고 있다

LCD일까, AMOLED(능동형 유기 발광 다이오드)일까.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시장이 두 축으로 재편되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중반 TV 시장에서 PDP와 LCD가 격돌한 디스플레이 경쟁이 모바일 시장에서 재연되는 모습이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아이폰과 갤럭시S에 각기 다른 디스플레이 패널을 적용하면서 경쟁은 심화되었다. 색 구현, 밝기, 적합도 등에서 두 패널은 치열하게 맞붙었다. 일각에서는 중·소형 디스플레이에서만큼은 LCD 패널이 유리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지만 노키아, 모토로라 등이 AMOLED폰 시장에 가세하는 등 이 경쟁에서는 아직 승자도 패자도 없다.

아이폰에 패널을 공급한 업체는 LG디스플레이이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4를 발표할 당시 이 패널이 인간의 망막이 화소를 인식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제품이라는 의미로 ‘레티나(망막) 디스플레이’라고 명명했다. 여기에서 언급된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LG디스플레이에서 생산한 AH-IPS이다. AH-IPS는 고해상도를 갖춘 프리미엄 LCD 패널로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제품이다.

반면 삼성전자가 갤럭시S에 차용한 패널은 AMOLED이다. 이름 그대로 스스로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이기 때문에 백라이트가 필요하지 않아 1mm 이하로 두께를 줄일 수 있다. 더 얇고 가볍게 만들어내야 하는 중·소형 모바일 기기에서 AMOLED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이다. 하지만 LCD보다 제조 과정이 까다로워 일본 전자업체들도 쉽게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제조 원가 역시 LCD보다 두 배가량 비싼 것이 걸림돌이다.

가장 민감하게 부딪치는 것은 아무래도 화질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HD 슈퍼아몰레드를 탑재해 316ppi를 구현해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326ppi)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강력한 경쟁 상대로 떠오르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LG전자 관계자는 “서브 화소까지 계산하면 현재 완벽한 HD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은 LCD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TV에 적용되는 대형 패널에서는 AMOLED의 강세가 점쳐진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내년 런던올림픽 기간 중 55인치 OLED TV를 출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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