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의 계절’이 추울 수도 있다
  • 이지강│영화 칼럼니스트 ()
  • 승인 2011.12.04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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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대작 세 편 국내 개봉에 기대와 우려 교차…작품마다 국내 관객과 거리 먼 요소 있어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블록버스터의 계절을 맞아 할리우드 대작 세 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이하 <틴틴>)이 12월7일 개봉하는 것을 시작으로 <미션 임파서블 4 : 고스트 프로토콜>(12월15일), <셜록 홈즈 : 그림자 게임>(12월22일)이 일주일 간격으로 연달아 개봉한다. 이미 개봉한 <브레이킹 던 파트 1>과 12월22일 개봉하는 <마이웨이>까지 더하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흥행 대전이 예상된다. 짧은 기간 동안 여러 편의 블록버스터가 쏟아지다 보니 영화 관계자에게 겨울 극장가는 치열한 전쟁터이다.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더라도 자칫 잘못하면 제대로 싸움 한번 못하고 패퇴할 수도 있다. 영화계에서는 새로운 개봉작이 박스오피스 수위를 차지하며 관객들을 나누어 가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올여름의 <최종병기 활>처럼 절대 강자가 나타날 경우 나머지 작품에게는 재앙이다. 영화 관계자들은 관객이 작품을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갖가지 포장재로 영화를 장식할 수밖에 없다.

블록버스터 대작들은 영화팬이 겨울을 기다리는 이유이다. 때로는 허술한 이야기 구조와 함량 미달의 연출로 ‘돈 자랑질’했다고 조롱을 받기도 하지만, 완성도를 갖춘 경우에는 엄청난 즐거움을 선사한다. 관객 입장에서는 진수성찬이 차려진 식탁에 기분이 좋지만 더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장식을 걷어내는 정도의 조그만 수고는 필요하다. 12월 개봉하는 할리우드 대작 세 편 모두 막강한 흥행 요소를 가진 작품이다.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 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흥행 불안 요소를 한 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다.

<틴틴>은 스티븐 스필버그와 피터 잭슨이 힘을 합쳤다는 것만으로도 기대를 갖게 한다. 두 흥행 마술사의 만남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냈을지 많은 영화팬이 흥미롭게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틴틴>의 원작 만화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거느린 베스트셀러이다. 스필버그 감독의 대표작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에 모티브를 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틴틴>은 아시아 주요 국가와 북미 개봉 이전에 유럽 전역에서 개봉했다. 원작의 고향 팬을 먼저 만난 것이다. 결과는 제작비를 이미 회수했을 정도로 성공적이다. 작품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다. 기술적인 면이나 빠른 속도감에서 합격점을 줄 만하다는 평가이다.

스필버그 감독에 톰 크루즈 주연이라 해도 판단은 ‘냉정’할 듯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그래도 국내 개봉에서의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틴틴>이 자랑하는 ‘이모션 3D’ 기술이 의외로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앞선 기술을 활용해 좋은 평가를 얻어내곤 했던 스필버그 감독이지만 모션 캡쳐 기술을 발전시킨 ‘이모션 3D’는 국내에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모션 캡쳐 기술을 전면 도입한 애니메이션이 국내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쪽 분야의 선구자인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만든 <폴라 익스프레스> <베오울프> <크리스마스 캐롤> 등은 국내에서 흥행에 참패했다. 국내 관객들은 모션 캡쳐 애니메이션 특유의 질감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원작이 국내 관객들에게 생소하다는 점도 약점이다. 국내 관객 중 <틴틴>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부모가 아이 손을 잡고 가는 가족 영화라는 점에서 부모 세대가 추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은 흥행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션 임파서블 4>는 사실 북미 시장에서의 성적보다 국내 시장 성적이 더 기대되는 작품이다. TV 시리즈에 대한 향수, 영화 시리즈 전작이 안겨준 만족감, 국내 고정 팬이 많은 톰 크루즈의 존재는 안정적인 흥행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이다. 첩보 스릴러 블록버스터가 한동안 뜸했다는 것도 이점이다.

하지만 최고의 장점이 최악의 단점이 될 수도 있다. 톰 크루즈의 인기는 여전하지만 이제 그도 나이를 먹었다. 최근작 <발키리> <나잇 앤 데이>는 완성도에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지만 흥행에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톰 크루즈의 티켓 파워가 많이 약해진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첩보 스릴러의 대표 자리를 <본 아이덴티티> 3부작에게 넘겼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관객은 더 젊은 맷 데이먼이 선사한 새로운 시대의 액션 방정식을 이미 경험했다. 이번 작품으로 실사 영화에 데뷔한 브래드 버드 감독도 약한 고리이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톰 크루즈의 영화로 알려져 있지만, 매 작품 자신만의 색깔을 입힌 명감독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스릴러의 거장 브라이언 드 팔마, 고속 촬영과 아름다운 총격 신의 대명사 오우삼, 떡밥의 제왕 J.J 에이브럼스는 자신의 장기를 이 시리즈에 그대로 이식해 성공했다. 이들에 비하면 브래드 버드 감독은 지명도나 개성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셜록 홈즈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지능적인 캐릭터로 꼽힌다. 이를 소재로 한 영화·드라마·만화 등은 계속해서 제작되어왔고 국내에서도 성공을 거두었다. 반면 영화 <셜록 홈즈>는 국내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주연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주 드로, 연출을 맡은 가이 리치의 국내 팬이 많음에도
<아바타> <전우치> 등에 밀려버렸다. 일부 관객은 <셜록 홈즈>가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을 내놓았다는 점에 의아해할 정도이다. 하지만 전작을 관람한 관객의 평가가 나쁘지 않았고 세계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이 흥행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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