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는 우리 인생을 빼닮은 한 편의 드라마이다”
  • 김세희 기자 (luxmea@sisapress.com)
  • 승인 2011.12.25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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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호 자문위원단 단장 인터뷰

ⓒ 시사저널 전영기
<나가수>가 요즘은 정체기를 겪고 있는 것 같다.

주변의 반응을 보면 다양하다. 여전히 진지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마니아층들은 김이 빠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또 대중은 여전히 신비스러워하고 다음 주에 어떤 가수가 나올지, 누가 몇 등을 할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이것들 중 어느 하나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처음만큼의 폭발력은 아니지 않나 싶다.

이렇게 신드롬이 일 것이라고 예상했나?

전혀 하지 못했다. 처음에 청중평가단 5백명을 모아야 하는데 이 인원을 어떻게 모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그것은 기우였다. 이 공연에 한 번 오기 위해 수백 번 신청을 해도 안 된다고들 말한다. 그만큼 이 공연에 청중평가단으로 참여하고 싶은 국민이 많다.

<나가수>는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하나?

외부에서 이 쇼를 만들게 되면 약 6억원 정도 든다고 한다. 우리는 매주 6억원짜리 쇼를 하는 것이다. 공간, 무대, 음향, 조명, 출연진 등 여러 상황을 종합해보았을 때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나가수>를 통해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다면?

(자문위원의 입장에서) 획일화되어 있는 대중음악의 무드를 바꿔보고 싶었다. <나가수>를 통해 일방적이었던 음악 공급이 다양화되었고, 결국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흐름을 바꾸어놓았다. 우리는 잊힐 뻔한 가수들을 재조명했고, 잊혀가던 노래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우리 가수들의 잠재력이 엄청났는데 여태까지 이런 시도를 안 해보지 않았나. <나가수>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많은 것 같다.

장기호 단장은 그 과정을 쭉 지켜봐왔는데.

<나가수>는 한 편의 드라마이다. 이 가수가 <나가수> 무대에 들어와서 곡을 부여받고 중간 평가 기간을 통해서 음악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대입시키고 어떻게 무대에서 보여줄 것인가, 만날 부르던 노래를 똑같이 부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대중들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엄청나게 하는 상황 자체가 바로 드라마이다. 열심히 했는데도 누구는 결과가 안 좋고 누구는 좋고, 이것은 우리 인생하고 비슷한 것 같다.

최근에는 가수 인순이가 탈락하면서 충격을 주었다.

우리 자문위원단은 최근 두 번의 인순이 공연을 음악적으로 가장 좋은 공연으로 평가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의 <나가수> 공연 중에서 가장 음악적인 공연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화려한 것은 아니었지만 음악적 가치로 보았을 때는 가장 극치였다. 하지만 떨어졌다. 전문가들이 보는 시각과 대중들이 보는 시각은 다르다.

어떻게 다른가?

<나가수>는 일종의 게임이다. 노래를 평가하는 측정 기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청중평가단이 음악 전문가도 아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가수들이 청중평가단의 마음을 어떻게 흔들어 놓느냐, 그들에게 어떻게 감동을 주느냐이다. <나가수> 자문위원으로서 청중평가단이 내린 결과를 보면서 음악적으로 훌륭했던 무대가 저평가되는 경우를 보았다. 대중들은 음악을 보는 시각에 더해 뭔가 다른 시각으로 가수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엇갈린 평가가 나온 가수가 또 있다면?

이소라가 그중 하나였다고 본다. 조규찬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 화려한 가창력보다는 다른 음악적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다른 성분을 가진 가수라고 보아야 한다.

어떻게 해야 <나가수>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

<나가수>의 백미는 가수들의 작품이다. 그 과정에서 누가 떨어지고 누가 1등을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얼마나 음악을 아름답게 만들고 연주했는가에 있다. <나가수>를 정말 제대로 보았다면, 가수들의 피땀 어린 열매를 보고 듣고 즐거워했다면 이미 <나가수>를 제대로 즐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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