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꿈 찾은 7080 젊은 그들“청춘에 살어리랏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2.01.16 16: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시사저널 전영기
100세 시대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60세에 은퇴하고도 40년은 더 살아야 하는 셈이니 70~80세는 제2의 청춘이다. 이제는 그냥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핵심은 ‘일’이다. 건물 짓던 손으로 기타를 만드는 건축가, 인성 교육을 강조하는 전 컴퓨터 기업 회장, 30층 아파트를 매일 오르내리는 현역 의사. 이들은 고희를 넘기고 팔순을 바라보고 있지만 여전히 젊다. 허리가 꼿꼿하고 피부가 곱다.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도 건강하다. 공통점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다. 20대보다 더 뜨거운 백수(白首) 청춘들을 만났다.



“좋아하는 일 하니 최고 행복”
현대건설 이사에서 수제 기타 제작가가 된 최동수씨

최동수씨(72)는 수제 기타를 만든다. 기타를 만드는 꿈을 오래 품고 살아왔다. 고등학생일 때 큰아버지로부터 선물받은 기타에 매료되었으니, 줄잡아 50년 이상 기타를 만들겠다는 꿈을 품고 산 셈이다. 

“그 당시에는 좋은 기타가 없었다. 좋은 소리가 나는 기타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이유이다. 학창 시절에 고물상에서 망가진 기타를 주워 와서 분해했고, 일본에서 기타 키트를 사다가 조립도 했다. 집에 오동나무로 만든 이불장이 있었는데 이를 부셔서 기타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 자식이 하고 싶다고 하니 부모도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건축가로 평생을 살아온 그는 현대건설에서만 31년 동안 일했다. 그중에 18년은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중동 건설 현장에서 보냈다.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할 정도로 일 욕심이 많았다. 이사직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55세 때인 지난 1994년 신년하례식 직후에 사표를 냈다. 사직의 변(辯)이 엉뚱했다. “기타를 만들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니 박재면 당시 현대건설 회장이 손가락을 머리에 대고 빙빙 돌렸다.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회사에서 상종가를 칠 때였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서울에 있던 아파트를 팔고 고양시에 집을 지어 이사하니 3억원이 남았다. 자식들에게 신세 지지 않고 어떻게 먹고는 살 것 같다는 결론을 5분 만에 내리고 직장을 그만둔 셈이다. 참 바보 같지 않은가.”

최씨는 1년에 기타를 두 대 만든다. 좋은 소리가 날 때까지 나무를 깎고 다듬고 줄을 조이고 푼다. 음을 튜닝하는 데에만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대를 만드는 동안에 몸무게가 3kg이나 빠질 정도로 혼을 불어넣는다. 좋은 소리를 찾기 위해 귀를 혹사한 탓에 귀도 잘 들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렇게 25대를 만들었다.

“경쟁에서 벗어나 마음 비우는 것이 우선”

그는 오래전부터 은퇴를 준비해왔다. 현대건설 재직 시절에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기타 공방에 들러 공구와 재료를 사 모았다. 평생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이미 그의 집 지하에 있는 제작실에 쌓여 있다. 퇴직 후에는 스페인에서 제작 과정을 수료했고, 미국에 있는 기타 학교도 다녔다. 기타를 만드는 것과 관련이 있는 책을 수도 없이 읽었다. 국내 20여 명의 수제 기타 제작가 사이에서 최씨는 대부로 통한다. 그의 기타 제작 수준은 외국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일본에 있는 기타박물관에는 그의 기타 두 대가 있다. 

“기타를 만들어서 밥 먹고 살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니 저절로 먹고살 길이 생겼다. 처음에는 지인들에게 기타를 선물하다가 나중에는 서정실, 변보경, 배장흠 같은 유명 기타리스트에게 헌정했다. 그때부터 유명해졌다. 지인들이 알음알음 찾아와 돈을 놓고 기타를 빼앗다시피 가져가버린다.”

기타 제작실이 집 지하실에 있지만 그는 아침 9시에 출근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한다. 꼬박 9시간을 기타와 씨름한다. 과거처럼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은퇴 후 삶에 만족한다.

“남들은 젊은 시절이 그립겠지만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실패를 밥 먹듯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나쁜 일이 있어도 금세 잊어버리고, 아등바등 살지 않는다. 은퇴 후 인생에서는 경쟁에서 벗어나 마음을 비우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 체질적으로 내일을 생각하지 못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오늘에 충실한다. 그러려면 사회생활을 할 때 한 분야에서 남보다 월등한 실력을 쌓아야 한다.”


˚180˚ 바뀐 삶에 희망 지피다
삼보컴퓨터 회장에서 인성 교육 강사로 사는 이용태 박약회 회장

PC라는 개념이 없던 1980년 삼보컴퓨터라는 회사를 만들고 초고속인터넷망인 두루넷을 설립한 사람이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회장(80)이다. 2005년 회장직에서 은퇴한 후 7년째 인성 교육 전도사의 길을 가고 있다. IT 신화를 이룬 그의 은퇴 후 목표는 인성 교육 신화를 일구는 일이다.  

은퇴 후 그는 퇴임한 사람들과 함께 퇴계 선생에 대해 공부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도산서원의 박약재에서 이름을 따 ‘박약회’라고 모임 이름을 정했다. 대학 교수를 초빙해 강의를 듣고 고적을 답사했지만, 사회에 보탬이 되는 활동이 부족한 점이 늘 마음에 걸렸다.

또 그는 은퇴 후 손주들과 가깝게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공부 잘하냐”라는 질문에 “네”라는 대답이 돌아오면 더는 이어갈 말이 없었다. 80년 경험을 손주들에게 전해주고 싶지만 학교와 학원에서 살다시피 하는 손주들과 만날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시간을 내어 할아버지와 손주들이 만나는 시간으로 정했다. “손주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문제는 어른들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세상 사는 법을 모른다. 부모는 자식을 일류대에 보내는 것이 최대 목표이다. 다른 것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는 점이 늘 안타까웠다.” 컴퓨터 보급에 앞장섰던 이회장이 인성 교육에 나머지 인생을 쏟아붓기로 결심한 이유이다.

이회장은 특히 가정 교육을 강조했다. 어머니들에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법을 알리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지만 점차 입소문이 났다. 부산, 대구, 서울 등지에 있는 교육청이 이회장의 인성 교육 프로그램을 채택했다. 그는 학부모, 교장, 교육 공무원 등을 상대로 인성 교육 방법을 강의한다.

“아이들에게 세상 사는 법 알려줘야 한다”

ⓒ 시사저널 전영기
“내 강연에 참석한 교장들이 학부모들에게 방법을 알려준다. 학부모들은 가정에서 아이들을 지도한다.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12만명을 교육했다. 앞으로 1천만명이 인성 교육을 실천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그는 인성 교육을 말로만 하지 말고 아이들이 실천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알려줄 것을 강조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세상 사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다. 그러니 아이들은 남을 생각하지 못한다. 내가 즐거우면 그만인 것이다. 특히 아이들의 머리는 친구를 따라 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남을 괴롭히면 자신도 따라서 남을 괴롭히고, 담배를 피우는 친구를 보면 자신도 담배를 배운다. 한 달에 한 시간만 가족이 모여서 대화를 하면 가정이 바뀐다. 과거에는 한 집에 4대가 일가를 이루고 살았다. 굳이 세상 사는 법을 따로 알려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터득했다. 핵가족이 대부분인 요즘은 아이들이 세상 사는 방법을 모른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것도 구체적으로 알려주어야 한다. 말로만 해서는 효과가 없다. 역할극이 효과적이다.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미리 연습하는 셈이다. 예컨대, 담배를 권하는 친구에게 ‘나는 담배 안 피운다. 계속 담배를 피우면 나는 너희들과 어울리지 않겠다’라는 구체적인 말과 행동을 알려주어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이회장이 만들어놓은 컴퓨터 세상에 빠져 산다. 어떻게 보면 현재 이회장은 과거와 전혀 다른 일에 몰두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컴퓨터 보급에 앞장섰듯이 앞으로는 인성 교육의 실천법을 개발해서 보급할 생각이다. (식습관에 대해 묻자) 나는 당뇨가 있다. 그래서 남들보다 먹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쓴다. 식사량을 적게 한다. 나물이 주식이고, 밥이 반찬이다. 운동은 헬스클럽에서 한다.”


“행복한 노년 생활, 핵심은 배움”
일선 의사로 사는 민영일 나무병원 원장

위나 장 등 소화기 계통을 진료하는 나무병원의 민영일 원장(72)은 인터뷰 내내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였다. 꼿꼿하게 앉아 조목조목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던 힘은 그의 걷기 습관에서 나온다. 30층 아파트에 사는 그는 출퇴근할 때 계단을 이용한다. 매일 63빌딩을 오르는 셈이다. 그의 걷기 운동은 오랜 습관이다. 젊은 시절 대학병원에서 일할 때에도 자신의 연구실까지 12층을 오르내렸다.

“30층을 오를 때 15분, 내려갈 때 10분 정도 걸린다. 요즘에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운동하기도 하는데 이 정도 시간은 투자할 만하다. 날씨가 춥거나 더워도 할 수 있고 돈도 필요 없으니 일석삼조가 아닌가.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 쑤셔서 운동을 멀리하는데, 무릎이 아프더라도 걷기를 꾸준히 하면 오히려 관절에 힘이 생겨 무릎이 튼튼해진다.”

잠을 충분히 자는 습관도 그의 건강 비결이다. 저녁 9시에 잠자리에 들고 4시45분에 일어난다. 수면 시간이 일정하다 보니 일과도 규칙적이다. 기상 후 한 시간 동안 올림픽공원을 걷고, 아침을 먹고 7시에 출근한다. 병원에 도착하면 이메일을 확인하는 일로 일과를 시작한다. “오전과 오후에 진료, 검사 결과 확인 등을 하고 5시에 퇴근한다. 내가 노인 의사라서 그런지 환자들이 경험을 인정하고 신뢰해준다.”

음식도 골고루 먹는다. 다만 많이 먹지 않고 음식에 소금이나 양념을 넣지 않는다. 고기를 먹을 때에도 소금이나 소스를 피한다.

“젊은 시절에는 담배를 피웠지만 금연을 한 지는 오래되었다. 술도 예전에는 토하고 또 마셨지만 지금은 맥주를 3잔 정도 마신다. 나이가 드니까 고혈압과 통풍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약을 먹어 조절하고 있다.”

외국어 익히고 스마트폰에도 열중

ⓒ 시사저널 박은숙
민원장은 의사답게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도 챙긴다. 정신 건강의 핵심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이다. 그의 취미는 외국어 공부이다. 영어, 일어에 이어 요즘은 중국어를 익히고 있다. 국제 회의에서 중국어로 발표할 정도로 수준급이다.

“집에서 TV를 볼 때 미국·일본·중국 드라마를 자주 본다. 대본을 구할 수 있으면 대본을 보면서 공부한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행복한 노년 생활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2년 반 뒤 병원 건물을 옮기는데, 그때까지는 현역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의사 가운을 벗은 후에는 더 많은 외국어를 공부할 생각이다.”

스마트폰의 복잡한 기능도 그에게는 배움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좋은 수단이다. 걸을 때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고, 트위터·페이스북으로 사람들과 소통한다. 개인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도 매일 한다. 환자를 보면서 느낀 점과 사람들이 실천하기에 적절한 건강 정보 등을 쉽게 설명한다. 

 

서울 지역 94세 이상 초고령 노인의 장수 비결은 외향적인 성격과 규칙적인 식습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서울대 노화ㆍ고령사회연구소에 의뢰해 펴낸 ‘서울 100세인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장수인 10명 중 7~8명은 사교적이고 감정 표현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의심 증세를 보인 사람은 전체의 4.6%에 불과했다.

또 10명 중 7~8명은 매일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식사 때마다 일정한 분량을 먹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외식을 하거나 음식을 배달해 먹는 남성은 월평균 2.3회, 여성은 0.9회에 불과했다.

이번 연구는 2009년 7~12월 방문 조사로 이루어졌으며 조사 대상은 남성 25명, 여성 62명이었고 연령 범위는 94~103세, 평균 연령은 96.9세였다. 주로 60대 초반까지 농업이나 자영업에 종사했고 절반 이상(56.6%)이 60대 이후에 서울로 이주한 사람들이다. 서울의 9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09년 기준으로 3천3백10명으로, 전국 95세 이상 인구의 17.3%이다.


8. 신문 제목을 읽고 기사 내용을 유추한다
매일 아침 신문의 굵은 글씨, 즉 큰제목이나 소제목을 읽고 기사 내용을 유추하는 연습을 하면 두뇌가 활성화된다.

9.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는다
꾸준한 건강검진을 받으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그만큼 신속한 치료가 가능하다. 또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유지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10.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치매 증세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가볍지만, 자식도 못 알아볼 정도로 심각한 사람도 있다. 평소에 긍정적으로 생각할수록 나중에 치매 증상이 가볍게 나타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