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자동차 길고, IT·증권은 짧았다
  • 이철현 기자·홍재혜 인턴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2.01.1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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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0대 기업 근속연수 전수조사 결과 / 전체 평균은 10.2년…여성은 남성보다 4년 이상 짧아

기업의 인사 자원 관리(HRM)에서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가 인재 유출 방지(Retention) 전략이다. 임직원이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만두면 채용, 교육, 업무 숙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늘어난다. 또 핵심 인재가 그만두는 일이 잦다 보면 기업 경쟁력까지 훼손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기업은 복지 제도 개선, 해외 연수, 성과급을 비롯해 갖가지 혜택을 늘리며 인재 유출을 방지하려 한다. 이에 <시사저널>은 국내 100대 기업 임직원의 근속연수를 전수조사했다. 근속연수는 임직원이 기업에서 계속해 근무한 기간을 일컫는다. 이 수치는 기업 문화보다는 업종 특성에 영향을 받았다. 임직원의 업무 숙련도가 중요한 곳은 근속연수가 많았다. 이와 달리 기술 혁신과 시장 변화 속도가 가파른 업종에서는 근속연수가 적었다. 인사 방침이나 기업 문화 차이로 대기업 집단별로 다소 차이가 있었으나 업종이라는 지표만큼 변별력이 있지 않았다.

국내 100대 기업의 평균 근속연수는 10.2년이었다. 남녀 간 차이가 상당했다. 남자의 근속연수는 11.04년이나 여성은 7.01년에 불과했다. 남녀 차별이나 육아 부담 탓에 여성이 남성보다 4년 이상 일찍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속 기간이 가장 긴 업종은 조선·중공업(16년)과 자동차(15.8년)였다. 조선이나 자동차 직업군은 이직률이 낮은 것으로 유명하다. 업체끼리 생산직 직원을 스카우트하는 일은 거의 없다. 재직 중 익힌 기술로 협력업체나 수리 센터를 창업하는 일이 가끔 있으나 흔치 않다. 더욱이 자동차 업종에서 노동조합의 입김이 강하다 보니 회사측은 명예퇴직이나 인원 조정을 실행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연구·개발직이나 디자인직과 달리 공장 생산직은 유동성이 거의 없다. 조립 라인 사원은 안정성이나 대우가 좋아 퇴직할 사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은행 업종(15.6년)이 안정성이 크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은행과 함께 화학 업종(11.5년)의 근속연수가 평균보다 길었다. 그 밖에 다른 업종은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증권 업종은 7.6년에 불과했다. 미래에셋증권(4.3년), 동양증권(5.6년), 삼성증권(6.2년)이 업종 평균보다 짧았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증권 직종은 영업직이 다수이다. 은행과 달리 시장 변화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실적이 아주 좋거나 나쁜 것이 이직 사유가 된다. 그렇다 보니 증권 업종 이직률이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해외 영업직을 비롯해 신입 사원을 한꺼번에 많이 뽑았다. 근속연수가 4년 미만인 사원이 6백80명으로 전체의 22%를 차지한다. 보험직의 근속연수(8.3년)도 전체 평균보다 짧았다. 보험직은 증권직과 마찬가지로 영업 실적에 따라 이직이 잦다.

지주 회사, 인적 구성상 근속연수 짧아

증권보다 근속연수가 짧은 업종은 금융지주(6.5년)와 그룹 지주 회사(5.5년)이다. 지주 회사는,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계열사 임직원이 해당 계열사에 사표를 내고 지주 회사에 경력직으로 입사하다 보니 근속연수가 짧을 수밖에 없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지주사 임직원의 80%가 계열사에서 파견되었다. 이 인원은 지주사에서 2~3년 근무하고 계열사로 돌아간다. 그래서 근속연수가 짧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100대 기업 가운데 근속연수가 가장 짧은 곳은 신한금융지주(2.08년)이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지주사에서 일하는 임직원의 다수가 18년 이상 경력직이다. 그러나 지주사에 신규 입사하는 형식을 따르다 보니 근속연수가 짧아졌다. 지주사 임직원은 3년가량 일하다가 원래 소속사로 복귀한다.

지난 2010년 말에 미래전략사업개발(FSB) 연구소 소속 임직원 33명을 지주회사에 편입한 것도 근속연수를 줄인 이유로 작용한 듯하다”라고 말했다. ㈜LG 관계자는 “자회사에서 관리자급이 불려와 일하다가 2~3년 지나 자회사로 돌려보낸다. 지주사에 오래 있다 보면 현장 실무를 잊어버리거나 자회사 임직원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에도 애로 사항이 생길 수 있어 순환보직제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라고 말했다. KB금융지주(18.3년)는 지주사 파견 직원을 계열사에서 퇴직 처리하지 않고 그룹사에 파견하는 형식으로 처리하다 보니 근속연수가 긴 것으로 집계되었다. 

정보통신기술(ICT)은 세부 업종마다 차이가 컸다. SK텔레콤(11.8년)이나 KT(18.8년) 같은 통신 서비스업체는 상대적으로 근속연수가 길었다. 이와 달리 게임업체나 인터넷 포털업체는 짧았다. NHN 관계자는 “NHN 임직원은 지난 2000년 100명에 불과했다. 2005년에는 1천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2007년부터 인원이 빠르게 늘어나 3천6백명이나 된다. 2006년 이후 입사한 수가 2천명에 이른다. 게임업체 NC소프트도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LG이노텍(4.14년)이나 LG디스플레이(4.3년)는 자회사나 관계 회사 사업부를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신규 입사 형식을 취하는 사례가 많다 보니 근속연수가 짧아졌다. 삼성전자(8년)나 LG전자(8.95년)처럼 사업 규모가 크거나 사업 연한이 안정적인 곳은 상대적으로 근속연수가 길었다.

현대차 그룹의 상무실에서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유장훈
건설·엔지니어링(8.9년)은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2~3년간 해외 수주 물량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신규 채용이 급격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4.7년)이 대표 사례이다. 이 회사 임직원은 지난 2006년 2천3백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말 7천8백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3년 동안 해마다 신입 사원 7백~8백명을 뽑았다. 경력 사원 채용 규모도 커졌다. 회사가 엄청나게 성장하면서 신규 채용이 크게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근속연수가 줄어들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0년 매출 5조3천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9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009년 해외 건설 수주액 10조원으로 업계 1위를 차지한 이래 해마다 9조~11.7조원을 신규로 수주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 3년 동안 수주한 금액이 30조원이 넘는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한때 존립 위기에까지 처했던 회사가 해마다 해외 수주 10조원이 넘는 회사로 급성장했으니 신규 채용 인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3.85년)도 삼성엔지니어링과 비슷하다. 현대차그룹 소속 물류회사인 현대글로비스는 해마다 신입 사원 60명, 경력직 20명가량을 채용한다. 회사 성장 속도에 맞춰 인원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100대 기업 가운데 근속연수가 가장 긴 업체는 풍산이다. 풍산은 지난 2008년을 제외하면 해마다 2천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비철금속업체이다. 비철금속업체 특성상 임직원 다수가 숙련 생산직으로 이직률이 매우 낮다. 그 밖에 철강업체 포스코(18.5년)가 KT에 이어 세 번째로 근속연수가 길었다.

두산과 LG유플러스, 남녀 간 차이 심해

남녀별 근속연수 차이가 심한 곳은 ㈜두산과 LG유플러스였다. 두산그룹 지주회사 격인 ㈜두산은 남자 9.3년, 여자 3.3년으로 근속연수가 세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두산 관계자는 “폴로에 패션 사업 부문을 넘기면서 경력직 사원 상당수를 함께 내보냈고 전자나 통신 사업 부문 여성 인력을 대거 채용하다 보니 여성의 근속연수가 짧아진 듯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LG유플러스는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남녀 사이에 차별을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유플러스의 여성 직원 근속연수(3.8년)는 남자(7년)의 절반에 가까웠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LG유플러스는) 통신업계 후발 주자로 KT와 SK텔레콤을 따라잡아야 하다 보니 선발한 경력 사원 대부분이 남자이다”라고 말했다.

각 기업의 평균 근속연수 순위
기업  기업명   평균   남   여   51 현대백화점 9.71 9.82 9.42
1 풍산   20.8 21.36 12.33 52 현대증권  9.7 10.4 8.8
2 KT  18.8 19.2 16.6 53 현대산업개발 9.7    
3 포스코  18.5 18.9 8.7 54 KCC 9.68 10.2 3.71
4 KB금융지주 18.3 18.4 18.2 55 대신증권 9.5 10 8.66
5 현대중공업 18.2 18.51 11.79 56 유한양행 9.5 10.1 6.98
6 SK에너지 17.58 18.42 8.26 57 SK  9.49 11.14 5.15
7 현대자동차 17.5 17.8 12.2 58 LG생활건강 9.3 12.51 6.05
8 한국외환은행 17.2 19 13.2 59 삼성카드 9.2 11.7 6.6
9 대우조선해양 17.2 17.9 5.2 60 우리투자증권 9.2 10.04 8.02
10 기아자동차 17 17.1 14 61 롯데제과  9 10.16 7.03
11 중소기업은행  16.41 18.41 12.75 62 동부제철 9 9.1 7.2
12 KT&G 16 15.79 18.14 63 LG전자 8.95    
13 한전KPS 15.53 15.78 6.45 64 대우증권 8.95 9.71 7.75
14 케이피케미칼 15.4 15.8 6.1 65 대우건설 8.8 8.85 7.89
15 대구은행 15.1 18.6 10.2 66 GS건설 8.7 8.81 4.07
16 S-OIL 14.9 15.3 9.55 67 코리안리재보험 8.6 9.1 6.5
17 현대미포조선 14.82 14.92 10.83 68 삼성물산 8.5 8.92 4.94
18 한국가스공사 14.48 14.68 12.22 69 삼성전기 8.47 9.74 5.4
19 한라공조 14.4 14.8 8.1 70 에스원 8.1 8.3 5.3
20 LS산전 13.6 13.82 11.14 71 삼성전자 8 9.1 5.7
21 한진중공업 13.6 13.73 5.4 72 넥센타이어 7.86 7.98 5.1
22 한화케미칼 13.4 14.74 3 73 태광산업 7.6    
23 호남석유화학 13.3 14 4.2 74 제일모직 7.5 8.47 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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