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비례대표’에 어떤 젊음들이 지원했나
  • 감명국 기자·구혜영│경향신문 정치부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02.07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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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불어닥친 4·11 총선의 ‘2030’ 바람은 비례대표 도전장에서도 엿볼 수 있다. 특히 민주통합당의 청년 비례대표 후보자 모집에 많은 인사가 모였다. 민주통합당 ‘청년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남윤인순 최고위원은 2월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2월28일부터 올 1월28일까지 서류 접수를 진행한 결과 모두 3백89명이 응모했다”라고 밝혔다. 남성 3백22명, 여성 67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업별로 구분하면, 취업 준비생이 81명(20.8%)으로 가장 많았다. 사무직·회사원 69명(17.8%), 비정규직 및 프리랜서 46명(11.8%), 자영업과 학생이 각각 41명(10.6%) 등을 차지했다.

16년간 인권 활동가로 일해온 군 인권센터 임태훈 소장(35)은 ‘다양성이 보장되는 정치’를 내걸고 후보로 등록했다. 병역 거부로 수감되자 국제 엠네스티가 양심수로 선정해 화제가 되었던 인물이다. 전경으로 복무하다 육군으로 전환 복무 신청을 했던 동성애자 이계덕씨(26)와 2008년 국방부 불온 서적 지정에 반발해 헌법 소원을 제기한 뒤 파면된 박지웅 민변 사무차장(31)도 눈에 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전국 최연소 기초의원(서울 강남구)에 당선된 이관수 후보(29)와 2008년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서울 강남 갑에 출마했던 래퍼 김디지씨(31·본명 김원종)도 청년 비례대표를 노린다.

1999년 연평해전 참전 용사이자 뉴라이트전국연합 중앙청년위원회 사무총장인 서명훈씨(34)는 “임기 중 전쟁이 일어나면 재입대할 것이다”라고 약속하며 예비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가(<오나라>)를 부른 가수 이안씨(본명 이동희·31·여)와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사 임용 사전 예고제’ 도입을 끌어냈던 차영란씨(29·여)도 신청했다.

그 밖에도 “둘째를 임신 중이며 현재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전미선씨(32), “1997년 겨울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가 수술비가 없어 결국 좌반신이 마비되었다”라는 안타까운 사연을 올린 성덕량씨(25) 등 이색 후보자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참가율이 저조했고, 그나마 지원자 중 ‘구직자’들이 대거 몰렸다”라며 당황스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실제 민주당은 지원자 수 부족으로 신청 마감 시한을 2주간 연기한 바 있다.

한나라당은 젊은 층의 ‘반한나라’ 정서 탓에 인재 영입에 더 큰 애를 먹고 있다. 현재 비대위에서 2030세대의 참신한 인물들을 영입하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접촉을 벌이고 있는 조동성 인재영입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30대는 인재 영입 대상을 설정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 한나라당 내에서 비례대표 출마자로 거론되는 인물 또한 최재민 당 청년위 부위원장(28) 정도에 그칠 정도이다. 당초 비례대표 출마가 예상되었던 이준석 비대위원(27)은 본인이 고사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렇다 보니 정치권이 너무 무리하게 청년 비례대표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김종욱 동국대 연구교수는 “대학 등록금 문제 등 기성 정치권이 책임져야 할 문제를 세대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무리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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