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 향해 뛰는 ‘2030’ 젊은 피들
  • 감명국 기자·구혜영│경향신문 정치부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02.07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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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인·전문 직업인·사회활동가 등 다수 도전…역대 최대 출마자 나올 가능성 커

새누리당(옛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공천심사위원장을 외부에서 영입하면서·정치권은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돌입했다. 19번째를 맞는 이번 총선은 ‘SNS 선거 운동’이 허용되는 등 지금까지의 기존 선거와는 다른 혁신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만큼 선거에 임하는 여야 정치권과 후보자들의 경쟁과 각오도 남다르다. <시사저널>은 불과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관련해 9회에 걸쳐 ‘총선 기획 연재’를 시작한다. 첫 번째로는 ‘금배지에 도전하는 2030’들을 취재했다.

올해 4·11 총선에서는 역대 어느 때보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대반란’이 예고되고 있다. 19대 총선을 겨냥한 2030 세대들의 도전 열기는 벌써부터 사뭇 뜨겁다. 2월1일 현재 예비후보자 1천6백21명 가운데 20대와 30대 연령층 후보는 모두 63명이다. 전체 약 3.9%이지만, 총선이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않았고 정치권의 러브콜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젊은 세대의 출사표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정치권도 2030세대의 진입을 위해 문턱을 대폭 낮추고 있다. 새누리당은 전체 지역구 2백45곳 가운데 55곳에 여성 및 2030세대 후보를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민주통합당도 이른바 <슈퍼스타K> 방식을 통해 25~35세 남녀 네 명을 청년 비례대표로 공천한다. 도전장을 낸 2030 후보들을 부문별로 총정리했다.

■ 기존 정당인 그룹

새누리당에서는 경기 안산시 시의원을 지낸 박선희 예비후보(32·여)가 안산 상록 갑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구 중·남구에 도전한 우경식 예비후보(39)는 전 한나라당 국회 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특히 야권 예비후보 등록자 가운데는 유난히 정당인이 많았다. 민주통합당은 충남 아산의 강훈식(38)·경기 안성의 윤종군(39) 예비후보가 각각 현 지역위원장이다. 이동기 예비후보(37)도 강원 속초·고성·양양의 지역위원장이다.

이 가운데 강훈식 후보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정무특보로 활약했다. 이 지역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자유선진당 소속의 이명수 현역 의원이 인지도에서 앞서고 있다. 하지만 아산 지역이 거의 수도권화되고 있는 데다, 선진당의 인기가 하락세를 보이고 민주통합당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면서 중앙 정치권에서 뛴 강훈식 후보가 조만간 따라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하고 있다. 서울 양천 갑에 출마한 권보근 예비후보(38)는 홍재형 국회부의장실에서 정무비서관을 역임했다.

통합진보당도 서울의 경우 이병은(35·광진 갑), 정호진(39·여·영등포 을), 강우철(36·동작 갑) 등 지역위원장들이 출마 준비를 마쳤다. 서울시당 부위원장인 이주현 예비후보(39)는 강동 을에 뛰어들었다. 진보신당 서울시당 위원장인 김일웅 예비후보(35)는 서울 강북 갑에 도전한다.

■ 기업인·전문가 그룹

예비후보들 중에는 기업인·전문가·사회활동가 등 전문성을 무기로 경선 대열에 합류한 인사들이 눈에 띈다.

김준호 구글택배 대표이사(36)는 경기 안양 동안 을에, 이재영 참좋은우유 대표(39)는 경기 의왕·과천에 출마를 알렸다. 김예비후보는 민주통합당으로, 이예비후보는 무소속으로 각각 나서 승부한다. 경기 성남 수정구 출마를 준비하는 임채철 예비후보(39)는 지역에서 세무사로 활동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소속이지만 이 지역에 이름을 올린 민주통합당 후보만 10여 명에 이른다. 안방 리그부터 넘어야 한다.

서울 강남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성빈 한나라당 예비후보(35)는 강남 갑을 택했다. 전 대한변호사협회 범죄피해자지원특별위원회에서 일했다.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로 서울 마포 을에 둥지를 튼 정세현씨(37)는 삼일회계법인의 경영 컨설턴트이다. 현역 강용석 의원(42·무소속)에 맞서 여야 20여 명의 예비후보가 몰렸다. 서울 지역 최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경남 마산 을의 민주통합당 예비후보인 하귀남씨(35)는 경남도청의 고문 변호사로 일한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거쳤고 지역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 활동도 했다.

■ 사회활동가 그룹

그동안 2030세대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X세대’니 ‘Y세대’니 하며 다소 이기적이고 보수적이라는 평가에 가둬두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국제 금융 위기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촛불 집회를 주도하며 청년 세대의 진보성을 알렸다. 19대 총선에 뛰어든 예비후보자 가운데 사회활동가가 많이 눈에 띄는 이유이다.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로 경기 오산에 나선 이규희씨(38)는 지역 참여연대에서 문화예술분과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경기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인 홍성규씨(37)는 통합진보당 화성 갑 예비후보로 출정식을 치렀다.

진보신당 예비후보인 송정문씨(38·여)는 경남 마산 을을 두드렸다. 경남 장애인자립센터협의회 대표이다. 통합진보당 깃발을 들고 전북 군산에 나온 박상진 예비후보(39)는 금속노조 조직부장 출신이다.


정치권에 불어닥친 4·11 총선의 ‘2030’ 바람은 비례대표 도전장에서도 엿볼 수 있다. 특히 민주통합당의 청년 비례대표 후보자 모집에 많은 인사가 모였다. 민주통합당 ‘청년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남윤인순 최고위원은 2월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2월28일부터 올 1월28일까지 서류 접수를 진행한 결과 모두 3백89명이 응모했다”라고 밝혔다. 남성 3백22명, 여성 67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업별로 구분하면, 취업 준비생이 81명(20.8%)으로 가장 많았다. 사무직·회사원 69명(17.8%), 비정규직 및 프리랜서 46명(11.8%), 자영업과 학생이 각각 41명(10.6%) 등을 차지했다. 

16년간 인권 활동가로 일해온 군 인권센터 임태훈 소장(35)은 ‘다양성이 보장되는 정치’를 내걸고 후보로 등록했다. 병역 거부로 수감되자 국제 엠네스티가 양심수로 선정해 화제가 되었던 인물이다. 전경으로 복무하다 육군으로 전환 복무 신청을 했던 동성애자 이계덕씨(26)와 2008년 국방부 불온 서적 지정에 반발해 헌법 소원을 제기한 뒤 파면된 박지웅 민변 사무차장(31)도 눈에 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전국 최연소 기초의원(서울 강남구)에 당선된 이관수 후보(29)와 2008년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서울 강남 갑에 출마했던 래퍼 김디지씨(31·본명 김원종)도 청년 비례대표를 노린다.

1999년 연평해전 참전 용사이자 뉴라이트전국연합 중앙청년위원회 사무총장인 서명훈씨(34)는 “임기 중 전쟁이 일어나면 재입대할 것이다”라고 약속하며 예비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가(<오나라>)를 부른 가수 이안씨(본명 이동희·31·여)와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사 임용 사전 예고제’ 도입을 끌어냈던 차영란씨(29·여)도 신청했다.

그 밖에도 “둘째를 임신 중이며 현재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전미선씨(32), “1997년 겨울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가 수술비가 없어 결국 좌반신이 마비되었다”라는 안타까운 사연을 올린 성덕량씨(25) 등 이색 후보자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참가율이 저조했고, 그나마 지원자 중 ‘구직자’들이 대거 몰렸다”라며 당황스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실제 민주당은 지원자 수 부족으로 신청 마감 시한을 2주간 연기한 바 있다.

한나라당은 젊은 층의 ‘반한나라’ 정서 탓에 인재 영입에 더 큰 애를 먹고 있다. 현재 비대위에서 2030세대의 참신한 인물들을 영입하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접촉을 벌이고 있는 조동성 인재영입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30대는 인재 영입 대상을 설정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 한나라당 내에서 비례대표 출마자로 거론되는 인물 또한 최재민 당 청년위 부위원장(28) 정도에 그칠 정도이다. 당초 비례대표 출마가 예상되었던 이준석 비대위원(27)은 본인이 고사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렇다 보니 정치권이 너무 무리하게 청년 비례대표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김종욱 동국대 연구교수는 “대학 등록금 문제 등 기성 정치권이 책임져야 할 문제를 세대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무리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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