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퇴론’ 들이받는 “내가 왜” 아우성
  • 조진범│영남일보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2.02.14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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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친박계 중진 의원들, 불출마 압박에도 요지부동 / ‘보스’ 박근혜 위원장에 대한 항명 수준 발언도 쏟아져

지난해 9월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홍준표 당시 대표, 유승민 최고위원 등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시사저널 유장훈
요지부동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역구(대구 달성군)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거세지는 ‘용퇴론’에 친박 중진 의원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역정을 낸다. “왜 우리만 갖고 그러느냐”라며 언론에 화살을 돌린다. 정작 박위원장은 말이 없는데 언론이 자꾸 부추긴다는 불만이다. 영남권의 한 친박 중진 의원은 용퇴론으로 당이 시끄럽다는 지적에 “개코나 무슨…”이라며 신경질적인 반응까지 보였다.

박위원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친박계의 첫 불출마 선언은 초선 의원에게서 나왔다. 김성수 의원(59·경기 양주·동두천)은 지난 2월9일 “지금 시대정신은 저보다 더 젊고 진취적이고 새로운 정치인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 요청에 따라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라고 밝혔다. 또 “불출마가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추진하는 쇄신의 밀알이 되기를 바란다. 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기를 기원한다”라고 덧붙였다.

친박 중진 의원들은 ‘중진 역할론’을 주장하며 용퇴론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다. 박위원장의 향후 대권 가도에 중진들이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6선의 홍사덕 의원은 “박위원장의 대권 가도에 몇 번의 고비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막아줄 사람은 중진들이다. 또 박위원장이 대권을 잡았을 때 ‘박근혜 정부’를 뒷받침해주는 의회가 있어야 한다. 중진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일부 중진 의원들은 박위원장을 향해 노골적으로 항명 의사를 표시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진 의원은 “박위원장과 나는 처지가 다르다. 어차피 박위원장은 대선에 나갈 터이니 불출마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나는 아니지 않느냐. 그런데 왜 나에게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말라고 강요하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친박 중진 의원은 “박위원장이 지금 침묵하고 있지 않느냐. 침묵으로 (우리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라고 나름대로 해석하기도 했다. 

“현재의 용퇴론은, 용퇴가 아닌 강퇴”

친박계 내부에서 박근혜 위원장에게 섭섭함을 넘어 ‘항명’ 수준의 강도 높은 발언들이 이어지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위원장이 자기 사람을 챙기는 스타일이 아닌 데다가, 친이계에게 칼을 대기 위해서는 친박계의 자기희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친박계 의원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많다. 친박 중진 의원 대부분이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권에 몰려 있는데, 실제 지역 유권자들 상당수는 인물 교체를 원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경북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한 예비후보는 “친박 중진 의원의 용퇴론이 불거진 것은 단지 나이가 많다는 차원이 아니다. 새로운 인재가 들어올 공간을 위해 스스로 길을 터줘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쇄신에 맞는 새 인물이 들어와야 국민들이 변화를 느끼지 않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더는 용퇴론을 제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의 용퇴론은 용퇴가 아니라, 사실상 강퇴라는 의미에서다. 박위원장도 지난 2월9일 지방 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용퇴론과 관련해 “원래 정당에서는 온갖 이야기가 나온다. 복잡하고 탈도 많다. (그런 이야기가) 표출되더라도 방향성을 갖고 중심을 잡아나가야 한다”라며 공천위를 통해 걸러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바야흐로 박위원장과 친박계 의원들과의 기 싸움이 펼쳐질 태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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