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경선, 특성 제대로 알고 하라
  • 강장묵│동국대 전자상거래연구소 초빙 교수 ()
  • 승인 2012.03.05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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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커뮤니케이션 환경 조성 안 된 상태에서 진행돼 부작용 속출…흥행적 시도로 이용되어선 안 돼

국민경선 선거인단 제도는 정당에서 구태 정치를 탈피하는 바람직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그 방법으로 사용된 것이 모바일이다. 민주통합당은 이 방법을 사용해 시민들의 관심을 촉진하고 자발적 참여도 이끌어낸 바 있다. 지도부 선출의 흥행에 고무되어 지역 경선에서도 참신한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국회의원 후보 선택권을 유권자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에서 휴대전화나 스마트폰을 통해 모바일 경선을 도입한 것은 정당 역사상 처음이었다. 그러나 조직과 돈에 의한 선거를 막겠다는 의도는 오히려 뒤집어져 선거인단으로 돈과 조직이 수혈되고 급기야 사람도 죽어나갔다. 선거인단 규모에 사활을 건 각 진영 후보자들에 의해 불법 모집 논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광주 동구에 이어 광주 북구 갑과 북구 을, 전남 장성, 전북 김제·완주 등 여러 지역에서 논란이 일어나고 있고 수도권까지도 확산될 조짐이다.

기술은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가치 중립적이다. 반면, 기술을 수용하고 그 기술로 사회적 가치를 확장하겠다는 의지는 가치 지향적이다. 따라서 선거인단을 통한 정치 커뮤니케이션은 시민을 위한 신념에서 첫걸음을 떼야 한다.

이미 스마트폰은 시민들의 삶에 파고들었다. 걸어다니면서 맛집을 찾고 친구를 발견하고 소식을 전달하는 삶, 즉 ‘모바일 라이프’를 열었다. 취미와 취향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소신과 지지 정당을 피력하고 주변의 지인들을 정치 현장으로 끌어들이는 역할도 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정치 커뮤니케이션에도 혁신을 가져다주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젊은 층의 정치적 참여와 관심을 확대시키는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반면, 아무리 좋은 모바일 도구도 사용법과 작동 원리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으면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특히 시민을 설득하고 권력을 확보하는 선거 과정에서 더더욱 그렇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여기에서 필요한 것은 자발성이다.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투명성과 신뢰성을 담보해야 한다. 가볍게 여기고 넘어간 자발성의 검증 여부를 민주당은 간과했다. 그리고 그 간과한 부분 때문에 발목이 잡힌 상태이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와 정장선 선거관리위원장이 2월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뒷줄). ⓒ 연합뉴스

신기술이 야기하는 차별 등 간과

민주당이 간과한 부분은 무엇일까. 모바일 정치 커뮤니케이션이 가질 수 있는 위기와 도전을 현재 벌어진 선거인단의 사례를 통해 보면 그 실책은 다음과 같다. 우선 신기술이 야기하는 새로운 차별을 방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했다.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선거인단 구성은 정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추진되었기 때문에 그 부작용이 큰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아무리 효율적인 새로운 기술이라 할지라도 변화와 감동을 줄 수 없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을 시민들이 모두 가지고 있다’는 현상을 통해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잘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릴 경우 반드시 들어맞는 것이 아니다. 현재 모바일 선거인단은 비교적 젊은 세대에게 접근과 활용이 유리하다. 즉, 참여 자체가 세대별로 제한되거나 지역별로 차이를 가질 수 있다. 모바일이 오히려 장벽이 되는 셈이다.

선거인단이 오히려 새로운 차별과 장벽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모바일 라이프에서 정치 커뮤니케이션이 스며들 수 있는 재미나고 쉬운 애플리케이션이 충분히 소개되고 활용되어야 한다. 특히 선거인단의 참여가 수월할 수 있는 이용자 인터페이스(UI; user interface)와 이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이 풍성(richtechnology)해야 하고 아날로그적인 참여도 어려움이 없게 하는 배려가 요구되는데, 민주당은 이를 간과했다.

여기에 더해 부정 선거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부정한 방법의 모든 것은 더욱 교묘해지고 정밀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 선관위·경찰 등 공권력만으로 감시하고 통제한다는 것은 분명히 한계를 갖는다.

모바일 정치 커뮤니케이션이 성숙하지 않은 여건에서 소선거구 제도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자발적으로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조직과 돈을 써도, 선거인단과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없을 수준으로 관심과 참여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다수의 참여가 보장되지 못하면, 그 어떤 정치 커뮤니케이션도 미완의 혁명으로 오히려 부작용만 남길 수 있다. 따라서 소선거구 제도에서도 모바일 참여의 양적 확대가 가능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더불어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질적 과정에 대해 더욱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는 정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스토리텔링 기법이 필요하다. 앞선 두 가지 조건이 갖추어져야만 시민에 의한 자발적 참여와 견제 그리고 소통이 조성되어 정치 참여 과정에서도 집단 지성이 발현될 수 있는 것이다.

모바일 정치 참여를 흥행적 시도로 이용하는 것은 자제되어야 한다. 스마트폰이 정치 과정을 합리화하고 투명하게 하는 훌륭한 도구라는 점은 분명하다. 모바일 정치가 지금의 대의민주주의 체제를 직접민주주의로 전환시키는 것도 아니며 기존에 존재하는 당원들을 하루아침에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도 아니다. 정당의 가치와 이념을 믿고 이를 지지하는 당원들을 위한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을 준비해 ‘민주당은 민주당의 스타일’을 ‘새누리당은 새누리당의 컬러’를 단단하게 가져가야 하는데, 이번 모바일 경선에서는 이런 준비가 부족했다.

과연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주의를 해갈하기 위한 과정이 모바일 경선뿐일까. 정당의 신념과 가치를 시민의 눈높이로 평준화하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모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다는 모바일 선거인단으로만 저런 평준화 작업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시민 간의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보장하고 시민 미디어를 통한 정당 간 정책과 비전의 차이를 비교하고 검토할 수 있는 가교를 세우는 노력이다. 그런데 이런 사전 작업을 간과한 채 강행해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정보 격차가 심하고 과열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등 폐단이 이미 예측된 바 있다” “당이 모바일 투표에 너무 도취되어 강행했다”라는 비판이 민주통합당 내에서 연일 나오는 이유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정치 커뮤니케이션은 기존 대의민주주의 체제의 정치 과정을 새롭게 재편하고 엘리트 정치인과 시민 사이의 관계를 전환할 수 있다. 시민 간의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넓히고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도구로 작동된다는 전제를 가질 때 네트워크 선거는 의의를 갖게 된다. 이런 원리와 상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추진한 민주통합당의 모바일 정치는, 혁명보다는 부정으로 얼룩지기 쉽다. 국민경선 선거인단 100만 시대를 열었다는 홍보성 문구 아래 불편한 진실이 표류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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