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인수 ‘4파전’ 치열…현대차·삼성테크윈·포스코·대한항공 등이 나설 듯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2.03.1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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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50 고등훈련기를 생산 중인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천 공장. ⓒ 항공우주산업
올해 4월 총선을 전후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지분 매각 작업이 빠르게 진행될 듯하다. KAI를 민영화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강하다. 정부는 지난해 6월 KAI를 상장하면서 대주주 3사(현대차, 삼성테크윈, DIP홀딩스)의 주식 수 끝자리까지 맞추어놓았다. 현대차, 삼성테크윈, 포스코, 대한항공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석원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과 현대차가 (KAI 인수 업체로) 가장 유력하다. 삼성 입장에서는 방위산업체인 삼성테크윈이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으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어느 계열사가 인수에 나설지 두고 보아야 한다. 현대차는 인수 능력이 있다”라고 말했다.

인수전에 뛰어든 업체들은 ‘KAI의 몸값이 지나치게 고평가되어 있다’라고 판단한다. 세계 항공기 제조업계 상위 3개 업체(보잉, EADS, 록히드마틴)나 국내 방산업체 삼성테크윈과 비교하더라도 KAI 주가는 지나치게 높다. 상위 3개 업체와 삼성테크윈의 평균 주가수익배율(PER)은 20배이지만 KAI는 40배에 이른다. 주가수익배율은 주식 시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높을수록 주식이 고평가된 것으로 여겨진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하면 KAI 주주는 KAI가 40년 동안 지금처럼 순이익을 내야 투자액을 회수할 수 있다. 기업 가치(시가총액과 차입금 총액)를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로 나눈 비율은 상위 3개 업체 평균이 10배에 불과하나 KAI는 19배에 이른다. 이 수치도 PER와 마찬가지로 높을수록 고평가된 것으로 여겨진다.

PER가 높다고 모두 주식이 고평가된 것은 아니다. PER에 걸맞게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으면 상관없다. KAI의 지난해 수주 잔고는 7조2천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신규 수주액도 2조3천억원으로 예상된다. 방위 산업 비중이 줄고 완제기 수출이나 기체 부품 제조 같은 민수 사업 비중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KAI는 글로벌 경쟁 업체와 비교해 성장성도 크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29일 보고서에서 ‘KAI의 향후 3년간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을 21%, 25%, 33% 성장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PER 40배는 과다하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른 평가 방법으로 KAI 적정 주가를 산정해보면 KAI의 주가는 고평가된 것이 분명하다. 방위 산업 관계자는 “순자산 가치법으로 KAI의 적정 주가를 가늠하면 8천6백원에 불과하다. 동종 업계 PER를 적용하면 KAI의 적정 가치는 1만5천원이다”라고 말했다. KAI 주가는 현재 3만원(3월8일 종가 기준)을 웃돌고 있다. 인수·합병(M&A)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가 공모가 대비 100% 올랐기 때문이다. 인수 대상 업체는 인수자가 결정되면 급락하는 경우가 잦다. 우선협상자가 선정되고 2개월이 채 지나기 전에 대한통운 주가는 45%, 현대건설 주가는 24% 떨어졌다.

자금 형편도 여의치 않다. KAI는 지난해 영업이익 1천60억원을 거두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이 나고 있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연구·개발비를 충당하기도 벅차다. 항공 산업은 연구·개발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세계 선두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KAI는 지난해 6월 1천8백억원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지난해 10월에는 회사채를 발행해 1천억원을 추가로 조달했다.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은데 영업이익이 나는 것도 의심스럽다. 방위 산업 관계자는 “회계상 당기 비용으로 처리해야 할 연구·개발비를 자본화해 무형 자산으로 처리한 의혹이 있다. KAI가 무형 자산으로 계상한 개발비 금액은 다른 방산업체와 비교해 과다하다. 지난 수년간 KAI의 현금 흐름표에서 개발비와 장기 개발 사업비의 흐름을 추적한 결과 KAI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무형 자산으로 계상한 개발비(장기 개발 사업비 포함) 금액은 1천9백36억원으로 집계되었다. 총자산의 12.3%에 해당한다. 삼성탈레스나 LIG넥스원이 무형 자산으로 계상한 개발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각각 1천7백만원(총자산의 0.003%), 1백73억원(총자산의 2.4%)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2006~10년 사이 KAI가 무형 자산으로 잡은 개발비는 2천98억원이나 무형 자산 상각비로 상각한 액수는 2백18억원에 불과하다. 무형 자산 손상 차손 같은 계정으로 줄어든 금액은 7백27억원이나 되었다. 당기에 비용으로 처리해야 할 금액이 무형 자산으로 계상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 회계 기준은 ‘훗날 수익 창출에 기여할 가능성이 명백할 경우에만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쌓을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회계 기준(GAAP)은 연구·개발비 전액을 당해 연도 비용으로 처리한다. 연구·개발비는 비용으로 이미 지출된 금액이다. 이 금액을 무형 자산으로 분류해 자산으로 계상하는 것은 회계 원칙 가운데 신뢰성의 원칙을 손상시킬 여지가 있다. 신뢰성은 재무제표가 증빙 자료와 객관적 타당성에 입각해 작성되어야 한다는 회계 처리와 보고의 기본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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