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지’가 없는 유권자 푸대접 총선
  • 김재태 편집부국장 (purundal@yahoo.co.kr)
  • 승인 2012.03.27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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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합니다. 아귀가 제대로 맞지 않아 곳곳이 덜렁거리는 느낌입니다. 선거가 고작 20일도 남지 않았는데, 열기는커녕 짜증 나는 잡음만 뒤범벅입니다. 그나마 각 정당에서 내건 현수막이라도 없으면 선거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지경입니다. 여야 정당들은 겨우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며 고삐를 당졌지만, 공천은 후보자 등록 마감일 직전까지 내내 삐걱거렸습니다. 과거의 실정법 위반이나 비리 의혹이 뒤늦게 튀어나와 다 된 공천이 뒤집어진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그러니 시민들 사이에서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러지는 않겠다”라는 극단적인 비난까지 나오는 것이겠지요. 결국 뒤통수를 맞은 것은 유권자들입니다. 선거의 주인이어야 할 유권자의 권리는 저만치 내팽개쳐졌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것만큼 이 상황에 꼭 들어맞는 말도 없을 듯합니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시간은 그다지 길지도 않았습니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나타난 정치권의 실책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크게 보면 네 가지로 요약됩니다. 먼저, 반성의 부재입니다. 국민의 심판을 받으려면 과거의 잘못에 대한 뉘우침이 앞서야 하는데 그것이 결여되었습니다. 자신들이 과거에 국민들을 제대로 섬기지 못한 것에 대한 각성이 전제되어야 혁신도 나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반성문을 쓴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당들은 모두 입만 열면 ‘새롭게 태어나는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겠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진정성 있는 결별 과정은 생략되었습니다. 진창 위에 새 흙만 뿌려놓고 집을 지은들 그 집이 무사할 리 없는데도 말입니다.

정치권이 놓친 또 하나는 고객 만족 서비스입니다. 감동까지는 주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만족은 갖게 해주어야 고객인 국민에 대한 도리인데, 그것이 빠졌습니다. 자기네 입맛에 맞는 후보자를 뽑는 일에 급급한 데다 시간적인 배려조차 무시했습니다. 선거가 코앞에 임박해서 후보자를 확정하면 급해지는 쪽은 유권자입니다. 종이 치기 직전에야 문제를 풀라고 시험지를 내놓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형국입니다. 후보의 됨됨이나 정책 공약을 찬찬히 따져볼 여유조차 주지 않았으니 직무 유기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세 번째는 페어플레이의 실종입니다. 여론조사를 통한 경선에서 드러난 온갖 술수들은 정치권이 진정으로 환골탈태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실망감만 국민들의 마음속에 더 키워놓고 말았습니다.

네 번째는 참신성의 부족입니다. 내놓은 인물들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도 저절로 무릎을 치게 될 만큼 참신한 후보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이 목청 높여 강조해왔던 ‘공천 혁명’ 대신 ‘공천 연명’만 있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듯합니다. 지역마다 물갈이 여론이 그렇게 높았는데도 현역 의원이 공천을 다시 따낸 곳이 수두룩합니다.

반성도 감동도 없이 약삭빠른 수 싸움만 넘쳐난 정치권의 행태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신들을 겨냥할 것입니다. 또 스스로를 두고두고 괴롭힐 부채가 될 것입니다. 국민들은 지금도 그 모든 것을 냉정한 시선으로 노려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니다’라고 방심하고 있다가는 큰코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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