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문건’ 일일이 출력해보니 ‘1만장’ 훌쩍 넘어
  • 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2.04.10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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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윤리지원관실에 근무했던 김기현 경정의 USB에 담긴 ‘총리실 문건’. ⓒ 시사저널 유장훈
‘공정 방송 쟁취’와 ‘김인규 사장 퇴진’을 주장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KBS 새노조(이하 새노조)가 지난 3월30일 인터넷 ‘리셋  KBS 뉴스9’를 통해 공개했던 ‘총리실 불법 사찰 문건’의 분량은 실로 방대하다. <시사저널>이 이동식 저장 장치(USB)에 담겨 있던 사찰 문건 파일을 입수해, 직접 인쇄해보니 A4용지로만 무려 1만장을 훌쩍 넘었다.

KBS 새노조는 “사찰 문건이 2천6백19건이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본지 분석 결과, USB 파일에 담긴 문건들 가운데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따라서 KBS 새노조가 주장한 문건의 개수보다는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KBS 새노조가 처음 이 문건의 일부를 공개하자, 청와대는 “공개된 2천6백여 건 가운데 80%(2천2백여 건)는 참여정부 시절 수집한 사찰 문건이다”라며 반격했다. 본지가 분석해보니, 청와대의 주장 가운데 참여정부 시절 문건이 80% 정도 된다는 것은 맞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불법 사찰 문건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참여정부 당시 경찰청 감찰담당관실 등이 작성한 문건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여기에는 경찰 간부들의 인사 관련 자료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민간인 불법 사찰과 관련된 문건은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참여정부의 문건은 경찰 자료였다는 것이다. 경찰은 사찰 문건이 담긴 USB의 주인인 김기현 경정이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에서 근무하던 2005년 2월부터 2008년 3월까지 작성된 2천2백여 건의 문건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4월4일 “김경장이 검찰이 압수한 USB 2개에 대해 ‘2005년부터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에서 썼던 것이 맞지만 당시 저장된 자료는 경찰의 비위 사실에 대한 감찰 보고서’라고 진술했다”라고 밝혔다. 청와대의 주장처럼 참여정부 시절의 불법 사찰 문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민간인 불법 사찰 등이 담긴 문건들은 2008년 7월 출범한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작성되었다는 점이다. 현 정부 들어 작성된 문건들에서는 이미 알려진 대로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등에 대한 불법 사찰뿐 아니라 ‘KBS, YTN, MBC 임원진 교체 방향 보고’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 관련’ ‘인터넷 VIP(대통령) 비방 글’ 및 ‘○○산부인과’(2008년 하명 사건 처리부) 등 합법적인 감찰 활동으로 보기에 어려운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한마디로, 문건의 상당량은 참여정부 때 작성되었지만, 정작 불법성 여부를 따져야 할 문건은 이명박 정부에서 작성된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문건은 공직윤리지원관실 1팀 소속이었던 김기현 경정 한 사람이 가지고 있던 USB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8년 7월부터 7개 팀, 40명으로 출범한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그동안 합법 감찰이나 불법 사찰을 얼마나 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큰 파문을 몰고 온 ‘김기현 경정 USB’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작성했던 전체 문건 가운데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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