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징금 낼 돈 없어도 여전히 ‘각하님’ 생활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2.05.2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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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 깍듯한 경호 받으며 ‘떵떵’/ 5월 되면 스스로 몸 사리며 외출과 언론 노출 기피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작은 사진은 경호동. ⓒ 시사저널 유장훈

전두환 전 대통령(81)의 5공 독재 정권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각하’로서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한 사례로 전 전 대통령의 모교인 대구공고 동문회는 지난 2005년부터 ‘대한민국 제12대 대통령 전두환 각하배 골프대회’를 개최해왔다. 각하라는 문구가 문제가 되자 지난해부터는 ‘동문 골프 대회’로 명칭을 변경했는데, 전 전 대통령은 이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전 전 대통령이지만 해마다 5월에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 때문에 세간의 관심이 연희동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0년, 전 전 대통령과 측근들이 30주년 기념일이 끝난 직후에 골프 등 향응을 즐긴 것으로 밝혀져 여론의 뭇매를 맞은 후에는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보여주듯 지난 5월16일에 찾은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사저에는 적막만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살벌한’ 경호는 여전했다. 현재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는 서울시 경찰청 5기동단 57중대(63명)가 맡고 있는데, 의경들이 6곳의 초소에서 8시간 교대로 근무를 서고 있다.

기자가 자택 골목으로 접어들자마자 경호를 서고 있던 의경이 즉각 무전기로 보고하는 모습이 보였다. 카메라를 보고 기자임을 짐작한 모양인데, 경호원이 나와 전 전 대통령 집 앞 골목으로 들어서는 것을 막았다. 기자임을 밝히고 취재 협조를 요청하자, 별로 할 말이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자택 정문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도 경호상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경호원은 이름과 소속을 묻는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경호원은 “기자들이 찾아와서 마음대로 사진을 찍고 그러면 고생하는 의경들이 혼날 수밖에 없다. 다음에 좋은 일로 찾아오면 서로서로 좋지 않느냐”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경호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사저에서 한 중년 인사가 나와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기자가 “누구냐, 장세동씨를 비롯해, 요새도 방문객이 많냐”라고 묻자, 경호원은 “(올해) 총선, 대선이 있지만 특별히 찾아오는 정치인은 없다. 이럴 때일수록 더 조심스러워지는 분위기가 아니겠느냐”라고만 답했다.

사저 앞에는 그 밖에도 고급 승용차 2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기자가 “전 전 대통령이 집에 있는 모양이다”라고 묻자 경호원은 “집에 계신다. 요새는 바깥 활동이 많지 않다. 요즘은 아침 운동도 스트레칭 위주로 집에서 하신다”라고 말했다.

경호원이 기자의 취재 모습 녹화하기도

지난 4·11 총선 투표일에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가 서울 서대문구 연희 제1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전 전 대통령 부부는 각각 ‘에쿠스 리무진’과 ‘체어맨 리무진’을 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전 대통령 부부가 외출할 때면 두 대의 경호 차량이 앞뒤로 호위를 하는데, 이 때문에 ‘각하의 화려한 행차’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경호원은 “경호 문제 때문에 정확한 차종은 알려줄 수 없다. 차는 에쿠스 한 대 정도만 운행하고 있다”라고 얼버무렸다.

모르쇠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경호원들의 모습은 예전과 다름없었지만, 한 가지 특이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 의경이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기자의 모습을 모두 카메라로 담고 있는 것이었다. 녹화를 하는 이유를 묻자, 경호원은 “지난 1월에 MBC 이상호 기자가 (사저에) 찾아와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이기자가) 경찰이 (체포 당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등 잡음이 많았다. 이를 애초에 방지하기 위해 (취재 전 과정을) 녹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기자는 지난 1월25일, 사저를 찾아 고문 피해자와 함께 전 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다 사저 경비를 방해한 혐의로 경찰에 연행되었다. 서대문경찰서는 이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서부지검은 이기자에게 소환 통보를 한 상태이다. 이와 관련해 이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내가 오히려 (경찰에게) 폭행을 당했고 그 증거 영상까지 제출했는데도 막무가내입니다. 서슬퍼런 전두환 독재 막을 이 없으니 어찌합니까”라고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전 전 대통령 사저는 올해 들어 또 한 번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경호동 시유지 무상 사용 논란이 그것이다. 경찰은 시유지인 전 전 대통령 경호동 부지를 지난 2009년부터 무상으로 사용해왔다. 무상 임대 기간은 지난 4월 말까지였다. 박원순 시장은 이를 유상 임차로 돌렸고, 경찰은 5월부터 3년 간 연간 사용료 약 2천100만원을 지불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논란으로 전 전 대통령은 올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혹시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일을 전후로 사저 앞에서 시위가 신고된 것이 있는지 궁금했다. 경호원은 “1인 시위 등 신고된 것이 전혀 없다”라고 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답변은 1980년 광주의 아픔을 잊지 못하는 국민들이 아직도 많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지난 몇 년간 시위는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5월 이맘때쯤이면 밤 늦게 술에 취해 찾아오시는 분들이 꼭 있다. 여러 가지 하고 싶은 말들이 있는 모양이다. 우리도 (상황을 참작해) 좋게 말씀을 드려 돌려보낸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의 원조 ‘전두환 형제들’ 

전두환 전 대통령의 5공 정권은 대통령 친인척 비리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전 대통령은 위로는 누나 세 명과 형 한 명을, 아래로는 남동생과 여동생이 각각 한 명씩 있다. 이 중 형인 기환씨(83)와 남동생 경환씨(69)는 친인척 비리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인물이다.

기환씨는 경찰 출신으로 5공 시절 경찰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용산 마피아의 대부’로 악명을 떨쳤다. 기환씨가 연루된 가장 큰 사건은 ‘노량진 수산시장 강탈 사건’을 꼽을 수 있다. 이 사건은 기환씨가 청와대를 움직여 막대한 이득이 떨어지는 노량진 수산시장 운영권을 빼앗아온 사건을 말한다. 이 사건에는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 서울시장, 치안본부 특수수사대, 국세청 등이 연루된 것으로 밝혀져 기환씨의 권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확인시켜주었다.

5공 시절 ‘리틀 전두환’으로 불리며 실세 중의 실세로 군림한 경환씨의 범죄 전력은 더욱 대단하다. 유도대학을 나온 이력으로 박정희 정권 때 청와대 경호실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경환씨는 5공 시절인 1981년 새마을 운동중앙본부 사무총장에 오른다. 이때 경환씨는 정부의 비호 아래 엄청난 규모의 비자금을 형성했다. 결국 경환씨는 노태우 정권이 들어선 후 새마을운동본부 기금 73억여 원 횡령, 새마을 신문사의 10억원 탈세, 4억1천7백만원의 이권 개입 등 7가지 혐의로 기소되었고, 징역 7년·벌금 22억원·추징금 9억원의 형을 선고받았다.

경환씨는 이후에도 신문 사회면에 종종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04년 경환씨는 아파트 신축 공사에 필요한 1억 달러의 자금을 유치해주겠다고 건설업자를 속여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6억원을 받는 등 15억원과 미화 7만 달러를 챙긴 혐의로 기소되었다. 2010년 5년형이 확정되었으나, 뇌경색으로 거동이 불편할 만큼 건강이 악화되었다는 이유로 같은 해 7월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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