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혹스런 ‘젊은 총무원장’, 쇄신 이끌 수 있을까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12.05.21 23: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불교 종단의 핵심인 조계종이 곤경에 빠졌다. 일부 승려들이 촉발시킨 ‘도박 파문’이 발목을 잡았다. 이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에 대한 의혹 제기가 이어지면서 파장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총무원 부·실장 사퇴와 참회문 발표 등 즉각적인 조치가 나왔지만, 강도 높은 내부 혁신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쇄신의 주체인 총무원장까지 의혹의 당사자로 떠오르면서 조계종의 입장은 더 난처해졌다. 조계종은 과연 이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 뉴스뱅크이미지

“부처님이 돌아앉을 판이다. 이번 일을 뿌리부터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난 5월16일 조계종 한 중앙종회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계종 사태’는 일부 승려들이 촉발시킨 ‘도박 파문’이 자승 총무원장에 대한 의혹 제기로 이어지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조계종의 위신이 순식간에 추락했다.

조계종 안팎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번 사태는 백양사 주지직을 둘러싼 갈등과 자승 총무원장을 둘러싼 갈등이 결합되면서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도박승’들의 반대편에 있는 백양사 일부 세력이 몰래카메라를 설치했고, 이를 통해 확보한 내용을 자승 원장에게 비판적인 인사들에게 의도적으로 유출해 이들이 검찰에 고발하는 등 사건을 키웠기 때문이다. 고발장을 낸 성호 스님은 “(도박 동영상이 담긴) 유에스비(USB)를 누군가 불상 앞에 놓고 갔다”라고 말했지만 불교계에는 이 말이 사실이 아닐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물밑 커넥션’이 조직적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불교계의 한 관계자는 “경위야 어떻든 이번 사건은 조계종의 부실한 돈 관리 체계와 후진적인 문화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권력, 돈, 도박, 음주로 상징되는 부패한 문화를 일대 혁신하지 않으면 조계종의 앞날을 기약하기 힘들다”라고 단언했다.

주목되는 것은 자승 총무원장이다. 지난 2009년 11월, 조계종 제33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한 자승 원장은 올해 57세로서 용산 참사 현장 방문, 해외 방문 등 활발한 행보를 하며 ‘젊은 총무원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자정과 쇄신 결사’를 주도하며 변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이번 일로 크게 타격을 입었다. 총무원 부·실장들이 사퇴하고, 참회문을 내고, 108배 참회를 하는 와중에 10여 년 전 일인 룸살롱 출입 문제가 다시 불거지며 도덕적으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지난 5월17일 해인사에서 열린 전국 교구본사 주지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총무원 중심으로 사태 해결’을 결의해 당장 거취에 영향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내년 10월로 다가온 총무원장 선거는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불교계 안팎에서는 자승 원장이 연임할 것으로 점치는 시각이 많았다. 취임 당시 조계종 중앙종회 내에 존재하는 네 개 종책 모임과 20개 본사 주지들의 지지를 받았을 정도로 두루 원만하고, 큰 실책이라고 할 만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명진 스님의 주장으로 불거졌던 ‘MB 커넥션 의혹’에 더해 이번 일이 터지면서 재임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내년 총무원장 선거 앞두고 새 움직임도”

5월15일 조계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국민과 불자들에게 참회하는 108배 참회정진을 시작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실 이미 지난해부터 자승 원장에 반대하는 이들은 물밑에서 공격을 시작했다. 자승 원장에 대한 이런저런 의혹을 거론하며 언론사에 제보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확인된 내용이 아니어서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의혹은 꼬리를 물었다. 이런 상황에서 ‘도박 파문’이 도화선이 된 것이다.

조계종은 딜레마에 처했다. 강도 높은 내부 혁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총무원장 스스로가 의혹의 한 당사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불교계 한 관계자는 “물밑에서 이미 내년 총무원장 선거를 둘러싼 새로운 움직임이 짜이기 시작한 조짐이 있다”라고 전했다. 조계종은 자칫하면 리더십이 취약해지면서 혼돈스런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불교계 한 언론인은 “절벽 끝에서 모든 것을 던지는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쇄신하기 힘들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