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주자 지상 검증 시리즈-제1편┃“도지사라는 십자가 어찌 쉽게 내려놓나”
  • 감명국 기자 ·정리│이하늬 인턴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05.29 00: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문수 지사 인터뷰 / “뉴타운 사업 파행, 내 책임 커”“내 주변 친인척은 돈·권력과 거리 먼 사람들”

ⓒ 시사저널 이종현
인터뷰에 앞서 기자가 “대선 주자들에 대한 검증을 위한 인터뷰이니 만큼, 이것저것 궁금하고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들을 가감 없이 물어보겠다”라고 하자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마음껏 물어보시라”라고 웃으며 답했다. 하지만 질문이 계속될수록 김지사의 표정도 조금씩 굳어졌고, 목소리도 높아졌다. 마치 이번 기회에 자신을 둘러싼 이런저런 논란에 대해 다 밝히겠다는 듯이 “더 물어볼 것이 없느냐”라고 오히려 되묻기도 했다. 김지사와의 인터뷰는 5월24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경기도 서울사무소에서 진행되었다.

지난 4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음에도 경기도지사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진다.

주변의 우려가 있고, 나 또한 짐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 당에 요청했다. 다른 후보를 추천해달라고. 나는 한 번 했으니, 안 나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 하지만 당에서 강력하게 만류하지 않았나. 나 외에는 나갈 사람이 없다는 것 아니었나. 누구는 도지사직이 ‘떡’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십자가’이다. 십자가를 짊어졌다. 대통령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한 번도 공직을 떡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 돈을 벌고 일신의 평안, 영화와 출세를 원한 적이 있다면 공직에 도전하지도 않았다. 

향후 본격적으로 대선 정국이 형성되면, 일부 불가피한 도정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생각인가?

행정1부지사와 행정2부지사 그리고 경제부지사가 있다. 지금도 내가 해외 출장 등으로 오래 자리를 비워도 이들이 다 훌륭하게 대행을 한다. 공직은 이런 부분이 잘 되어 있다.

미국에서도 주지사들이 대권 도전을 많이 한다. 이미 우리도 광역단체장들의 대권 도전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듯하다.

대통령은 국가의 많은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이다. 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검증 방식은 누가 선거를 잘 하느냐, 누가 인기가 높은가, 이런 방식이다. 나야말로 국회의원 10년, 도지사 6년 하는 동안에 철저한 검증을 받았다. 안철수 원장이 어떤 검증을 받았나. 박근혜 전 위원장은 또 무슨 검증을 받았나. 미국이 왜 ‘거버너’(governor; 주지사)를 선택하겠나. 검증이다. 우리는 왜 거버너더러 못 하게 하는가. 국회의원은 (직을 유지)할 수 있고, 거버너는 못 하는 이런 불합리한 구조가 어디 있나. 박근혜 전 위원장, 문재인 고문,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전 장관, 어차피 대선 나온다면서 국회의원에는 왜 출마하나? 몇 달밖에 못 할 텐데. 그리고 그들은 왜 국회의원직을 사퇴하지 않나? 오히려 나는 손학규 전 대표나 안철수 원장이 그런 면에서는 솔직하다고 생각한다. 12월에 (대선) 나올 텐데, 왜 4월에 또 나오느냐 말이다. 국회의원직 유지야말로 양손의 떡이다. 

도정과 관련해서 몇 가지 질문을 드리겠다.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GTX(수도권 광역 급행 철도)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차질 없이 진행 중인가?

국가 광역 철도 계획으로 확정이 되었다. 이미 A구간인 동탄에서 수서까지는 공사가 되고 있고, 나머지 B, C구간도 국가적으로 경제성·타당성을 보고 있다. 내년 초에는 확정될 것으로 보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뉴타운 사업이 말이 많았다. 경기도에서도 뉴타운 사업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차명진·임해규 전 의원 등이 부천에서 낙선한 것도 뉴타운 때문에 떨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2008년 미국발 부동산과 금융 위기 이후에 뉴타운은 전세계적으로 실패하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내 책임이 크다. 거기에 대해 사과도 드렸고, 보완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 국제 보트쇼’와 ‘요트쇼’ 등 서해안 일대에 건설하는 마리나 사업에 대해서도 행정 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직접 가보면 안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고의 요트대회이다. 5년 만에 급성장했다. 내가 아니면 시작도 못 했다. 서해안에 가능한가 하는 말이 많았다. 해외 전문가들을 불러서 자문받았다. 국토해양부가 깜짝 놀랐다. 또 그것이 일부 특권층의 호화사업이라는 지적은 모터 요트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터 요트는 한두 시간 타고 가다가 내려서 식사도 하고, 구경도 하고 하는 레저이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곳곳의 모든 해변에 일자리를 늘리면서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레저 사업이다.

그래도 그런 요트 사업과 김지사가 내세우는 ‘서민적’ 이미지와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어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지역의 부동산 가격 등 재산 가치가 이미 올랐다. 동창회, 친목회, 사원연수회 등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우리나라 요트 사업은 이미 중국에 뒤졌다. 지금이라도 따라가야 한다. 우리의 실질 국민소득이 2만 달러인데 이 부분은 너무 낙후되었다. 골프로만 몰리는 현상을 요트, 승마, 항공레저 등으로 다양하게 해야 한다. 경기도가 선도하고 있다. 레저 관광 부분이 미래 젊은이가 선호하는 신성장 동력, 신성장 일자리가 될 것이다.

병역 면제 부분은 늘 김지사를 따라다니는 의혹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5월24일 경기도 서울사무소에서 인터뷰 중인 김문수 지사. ⓒ 시사저널 이종현
서울대 2학년 때인 1971년 10월15일에 미수령으로 제적되었다. 제적되자마자 강제징집으로 친구들이 다 잡혀갔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가 원래 고1 때 중이염 수술을 받았다. 왼쪽 귀가 안 들렸다. 청력도 약간 떨어지고. 그 뒤로도 중이염 수술을 한 번 더했다. 보안대에 잡혀서 대구 통합병원에 갔다. 무조건 도장만 찍고 군대에 가자고 그러더라. 집에서도 당연히 내가 군에 간 줄 알았고, 나도 그러는 줄 알았다. 그런데 검사 과정에서 ‘뭐 문제 있는 데가 있나’라고 묻기에 ‘귀가 안 좋다’고 했더니 ‘어디 검사해보자’고 하더라. 그리고 보더니 ‘집에 가라’고. 보안대 요원도 깜짝 놀라더라. 내 영장까지 다 가져왔는데.

중이염은 일정 기간 후 재검을 받거나 사후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단번에 면제가 될 수 있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당시 그 군의관이 그렇게 말했으니까 믿어야지. 내가 일부러 뺀 것도 아니고. 군의관의 판단에 의해서 안 간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른바 ‘119 전화’ 논란으로 구설에 휘말린 적이 있다.

나는 도지사로서 도내 소방기관을 지휘 감독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설령 아무리 119에 장난 전화가 많이 온다고 해도 공직자들은 매뉴얼대로 대응해야 한다. 전화를 받는 순간 관등성명을 말하게 되어 있다. 장난 전화가 의심되더라도 일단 출동하게 되어 있다. 지난 4월 수원 20대 여성 살해 사건이 일어나 우리 모두가 안타까워했던 것 역시 당시 112 신고센터가 매뉴얼대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내게 큰 비난이 쏟아진 것은 그 해당 소방관을 왜 전출시켰느냐 하는 것이었다. 나는 전혀 몰랐다. 도지사가 그런 소방관의 인사 이동까지 일일이 관여하거나 결재하지는 않는다. 내가 잘못한 것은 ‘내 전화가 장난처럼 들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에 외동딸 동주씨가 결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돈은 어떤 집안인가?

딸과 사위가 같이 가톨릭대 사회복지과를 졸업한 캠퍼스 커플이다. 사돈집은 울산이다. 바깥사돈이 울산에서 유치원을 경영하는 것으로 들었다.

결혼식 때 신랑측 하객으로 정몽준 전 대표가 참석했다고 들었다. 정 전 대표와 사돈이 가까운 사이인가?

내가 듣기로는 안사돈이 현대에서 경영하는 병원의 간호과장 출신이라고 한다. 그런 인연으로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

김지사는 7남매 중 여섯째로 알고 있다. 다른 형제들은 어떻게 지내나?

큰누님과 큰형님은 돌아가시고 지금 나를 포함해 다섯 명이다. 조카들이 벌써 오십줄이다. 형제들이나 매형들은 지금 다 직장에서 은퇴하셨다. 조카들은 장사하거나 직장에 다닌다. 공직에 있는 사람도 없고, 특별히 내세울 만한 직위에 있는 가족이 없다.

부인 설란영씨도 7남매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처가 쪽 형제들도 마찬가지인가?

그렇다. 다 그냥 평범하게 사는 서민들이다. 권력이나 돈이랑은 거리가 멀다.

혹시 경기도에 근무했거나 지금 근무하는 친인척은 없나?

경기도에 사는 분들은 있어도 경기도에 근무하는 사람은 없다.

부인이 와인을 무척 좋아한다고 들었다. 다른 선물은 안 받아도 와인 선물은 받는다는데?

그런가? 내가 술을 별로 안 좋아해서…. 우리 집사람은 나보다 분위기가 있지. 와인만 좋아하나. 다른 것도 좋아한다.(웃음)

2010년 경기도와 이화여대가 공동 개설했던 ‘여성 리더십’ 과정에 부인이 등록한 것을 두고 일부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는데.

(그쪽에서) 오라고 해서 갔다. 우리 집사람은 그런 곳에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꼭 출석해야 한다고 해서. 또, 돈 낼 것도 다 냈다. 사실 우리는 그런 모임에 잘 가지 않는다. 비싸기도 하고. 워낙 간청을 해서 간 것으로 안다.

남동생인 김익수씨가 형인 김지사를 많이 도와준다고 들었다. 그는 현재 어떤 직업을 갖고 있나?

과거 성남에 콘티빵이라는 기업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노조를 결성하다가 두 번 구속된 바 있다. 민주화운동 보상금도 탔다. 나는 신청을 아예 안 했지만. 나랑 다섯 살 차이 나는 동생인데 사실 생활도 좀 어렵고 해서…. 두 살 위의 둘째형도 서울은행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삼형제가 다 노조 활동을 한 셈인데, 내 영향이 크다. 동생은 내 선거도 도와주고 개인적으로 왔다갔다 한다. 지금 평택에 산다. 과거 장사도 했는데, 지금은 특별히 하는 일이 없다.

그러면 가계는 어떻게 운영하나?

제수씨가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핵심 로비스트로 지목되어 지난해 구속된 박태규씨와 관련해서 김지사도 거론된 적이 있다.

그 문제라면 질문할 것도 없고, 답할 것도 없다. 아무 상관이 없다.

(옆에 배석한 한 측근이 “청와대 출입기자 등 언론인 초청 자리에 김지사가 몇 번 참석한 적은 있다. 그 자리에 박씨가 기자들과 함께 있었던 것이 와전된 것 같다. 김지사가 박씨와 둘이서 사적으로 만났다거나 친분이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른바 ‘김문수 대선 홍보 문건’과 관련해서 지금 선관위에서 검찰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된 것인가?

그 부분은 대변인이 잘 안다. 그리고 그 문건은 이면지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려면 도지사한테 보고하는 것을 이면지로 쓰겠나. 나는 그런 보고서가 있다는 것도 몰랐고, 보고받은 적도 없다. (배석했던 김용삼 경기도 대변인은 “아직 검찰 쪽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은 없다. 조사가 들어오면 있는 그대로 성실히 임하겠다”라고 밝혔다.)

박근혜 전 위원장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박 전 위원장이 되어서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대선 후보로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이 새누리당 후보가 되면 본선에서의 승산이 낮다. 무엇보다 박 전 위원장이 소통이 되는 사람인가? MB더러 소통, 소통하는데, 박 전 위원장은 소통이 더 안 된다. 또, 박 전 위원장은 국가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다. 과거 행적은 놔두고라도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그 검증을 받아야 한다. 나는 박 전 위원장으로는 절대 대선에서 야당 후보를 이길 수 없다고 확신한다.

일각에서는 김문수·이재오·정몽준, 이른바 ‘비박(非朴)’ 후보들 간의 단일화 필요성을 얘기하기도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있나?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아직 당장은 그럴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다. 나는 내 이야기를 말하고 싶고, 또 나 자신이 (대통령이) 되려고 나온 것이지, 박 전 위원장을 반대하려고 나온 것은 아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