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보호하는 검찰은 필요없다
  • 박주민 | 변호사(법무법인 한결) ()
  • 승인 2012.06.0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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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민간인 불법 사찰’ 철저 수사로 중립성 의심하는 국민들 안심시켜주어야

내가 연애를 처음 했을 때, 대부분이 그렇듯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내 배려 없음의 예 중 대표적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 일은 이렇다. 어느 날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한 나는 장난기가 발동해 몰래 숨어 있다가 뒤늦게 도착한 여자친구의 행동을 지켜보았었다. 아마 여자친구가 놀릴 만한 행동을 하면 바로 뛰어나가서 놀리려고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여자친구는 그럴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이날 나는 여자친구에게 몰래 지켜봤지만 성과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여자친구는 내게 불같이 화를 냈다. 당시 나는 화를 내는 여자친구가 이해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한참 시간이 흐른 나중에야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이후 데이트마다 매번 약속 장소에서 내가 몰래 지켜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해야 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사과하고 싶다.

그런데 만약 훔쳐보는 주체가 애인이 아니라 아무런 상관없는 이웃집 사람이라면 어떨까? 설사 이웃집 사람이 자신을 흠모해서 훔쳐본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고민스런 상황일 것이다. 더 심각한 상황을 가정해보자. 모건 프리먼과 애슐리 쥬드가 주연한 <키스 더 걸>이라는 영화를 기억할지 모르겠다. 이 영화에는 변태적인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는데, 이 연쇄살인마는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여성들을 수집품처럼 모은 뒤 차례로 죽였다. 이 연쇄살인마는 여성들을 성공적으로 납치하기 위해 목표물인 여성들을 계속 지켜보면서 그들의 행동 패턴 등을 파악하고, 심지어 쓰레기통을 뒤져서 해당 여성의 생리 주기까지 파악했다. 누군가 친근하게 다가오는데 사실은 그가 자신을 노리고 있는, 그래서 자신을 몰래 훔쳐보아온 연쇄살인마라면 모골이 송연해지지 않을까?

지난 5월30일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이상휘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조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뉴시스

FBI 후버 국장이 ‘장막 뒤 대통령’이었던 이유

이제 몰래 훔쳐보는 주체를 상당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세력이라고 바꾸어 생각하면 어떨까? 그것도 이메일 등 드러나지 않은 사생활까지 훔쳐볼 수 있는 정도의 권력이라면. 이것은 영화로 치면 윌 스미스와 진 해크먼이 주연한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이다. 국가안보국의 도청 행위를 승인하는 법안에 반대하던 국회의원의 피살 사건에 우연하게 휘말린 한 시민이 하루아침에 국가(여기서 국가는 국가를 빙자한 특정 세력에 불과하다)의 적이 되어 죽을 고생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나를 노리는 자가 연쇄살인마라면 경찰의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국가(또는 스스로 국가라고 칭할 정도의 권력)가 나를 노리면 도움받을 곳도 없게 된다. 이 점에서 어쩌면 가장 무서운 상황일 수도 있다. 

그런데 권력의 속성상 ‘정보’를 수집하고 싶은 욕망은 상상을 초월한다. 국민을 ‘지배’하거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민이나 경쟁자의 정보를 수집해 활용하는 것만큼 편리하고 효율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FBI(미국 연방수사국)를 설립한 존 에드가 후버 국장의 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후버 국장은 1972년 사망할 때까지 무려 48년간 FBI의 국장으로 재직했다. 그동안 대통령은 여덟 명이나 바뀌었는데, FBI를 이용해 수집한 정치인들의 스캔들 정보를 적절히 활용하며 자리를 보전하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사실상 ‘장막 뒤의 대통령’이라고 평해졌다. 특히 후버의 사후에 실시된 의회 조사에 따르면 FBI의 공식 수사 문건 가운데 국가 안보와 직결된 것은 전체의 20%도 안 되었고, 무려 2만여 건에 달하는 수사 내역 가운데 진짜 범죄는 단 네 건, 그것도 국가 안보와는 무관한 범죄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FBI라는 조직이 국가가 아니라 사적인 권력의 유지를 위해 사용되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를 두고 <조작된 신화 존 에드가 후버>의 저자인 앤서니 서머스는 “(정치인의 스캔들에 관한) 그런 보고서가 쌓여갈수록 FBI에게는 힘을 보태주었지만 민주주의는 악몽을 맞게 되었다”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국민에 대한 국가의 정보 수집, 국가를 빙자해 특정 세력이 경쟁 세력에 대해 행하는 정보 수집이 불법적으로 이루어지면 국민에게는 엄청난 고통과 공포를 주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의 진전은 바로 이 권력의 ‘욕망’을 통제하는 것과 그 궤를 같이해왔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공포스럽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일이 국민들이 모르는 사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른바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이다. 이것의 불법성을 내용과 주체 면에서 간단히 살펴보자.

먼저 지금까지 드러난 민간인 불법 사찰의 내용은 호남에 대한 배제와 영포 라인으로 상징되는 자기 지역 챙기기, 방송에 대한 노골적인 장악 시도, 시민사회단체들에 대한 폭넓은 감시, 대통령에 대한 비판자 불이익 주기였다. 이는 국가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를 빙자한 특정 세력의 불법적인 자기 이익 추구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이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을 청와대가 기획하고 주도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최상부 권력까지 개입했을 가능성 커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설치한 지 한 달 뒤인 2008년 8월28일 진경락 전 총괄과장이 작성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 추진 지휘 체계’ 문건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을 국무총리 산하에 두는 1안과 BH(청와대) 민정비서관 산하에 두는 2안의 장단점을 비교한 끝에 국무총리 산하에 설립하면서도 ‘VIP께 일심(一心)으로 충성하는 별도 비선을 통해 총괄 지휘’하며 ‘운용의 묘를 살려, 통상적인 공직 기강 업무는 국무총리가 지휘하며, 특명 사항은 VIP께 절대 충성하는 친위 조직이 비선에서 총괄 지휘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공무원 조직에서 VIP가 대통령을 의미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불법 사찰의 진짜 몸통이 이명박 대통령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형식상 총리실에 두되, 청와대의 ‘비선 친위 조직’이 지휘하는 변칙을 쓴 것은 처음부터 불법적이고 탈법적인 일을 할 것임을 예정하고 있었음도 보여준다. 한마디로 최상부 권력까지 개입한 사적 권력 유지를 위한 불법적 정보 수집이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러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말 걱정되는 것이 있다. 이 공포스러운 사건을 수사해 반복되지 않도록 할 역할을 검찰이 맡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정부 들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신뢰는 철저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2009년 4월 법률신문이 법조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라는 답변이 48.9%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편향된 수사와 그의 서거 등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신뢰가 더욱 하락한 2009년 10월 한 신문이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검찰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못하다’라는 답변이 78.8%에 이르렀다.

이에 더해 현재 검찰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법무부장관이 바로 민간인 불법 사찰의 핵심이라고 의심되고 있는 권재진 전 민정수석이다. 검찰이 이 희대의 사건을 권력을 위해 덮어버릴 수도 있다는 의심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국민들은 데이트 때마다 남자친구가 자신을 몰래 훔쳐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내 과거의 여자친구 정도가 아니라, 믿을 곳도 호소할 곳도 없이 거대한 권력과 싸워야만 하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의 윌 스미스가 될 수 있다. 처벌도 안 되는데 권력이 무엇 때문에 ‘정보를 수집하고 싶은 욕망’을 포기하겠는가? 이것이 국민이 검찰에게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강하게 압박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래도 안 되면? 국민은 미련 없이 검찰을 버려야 할 뿐이다. 국민을 보호하기보다는 권력을 보호해 국민을 공포스러운 상황에 방치하는 검찰은 필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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