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흐름’ 활용해 위험 줄이는 펀드 투자
  • 송승용│㈜희망재무설계 이사 ()
  • 승인 2012.06.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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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시대, 채권·주식 혼합형 월지급식 펀드 새롭게 각광 / 최악의 경우 이자·배당 총액과 원금 손실분 비교해 투자 판단


지난해 초 명예퇴직한 오진환씨는 퇴직금으로 받은 1억2천만원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저축은행에 분산해 예치해두면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저축은행 금리도 시중 은행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낮아졌다. 그렇다고 주식형 펀드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불안하다. 고민하던 중 목돈을 넣어두면 매월 원금의 0.5%를 지급받을 수 있는 채권·주식 혼합형 월지급식 펀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주식 투자 비중이 30% 이내이고 원금 손실에 대한 위험은 있지만, 매월 들어오는 현금을 저축해서 비축해두면 원금 손실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인 박지숙씨는 얼마 전에 거래하던 증권사에서 연 10% 이자를 주는 브라질 국채를 추천받았다. 주식시장도 불안하고 은행 금리는 낮은 상태에서 연 10%의 이자를 지급한다는 이야기는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추천받은 브라질 국채는 해외 투자 상품이고 어떤 위험이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목돈을 선뜻 투자하기에는 불안하기만 하다.

월지급식 펀드의 지급률, 수시 변경 가능해

사람마다 성향에 따라 위험을 받아들이는 것은 천차만별이다. 비행기가 추락할 확률은 매우 낮지만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비행기를 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추락할 가능성보다 추락하지 않을 가능성을 믿고 비행기를 탄다. 간혹 뉴스에서 비행기가 추락하거나 불시착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도 비행기를 탄다고 해서 사람들이 위험에 둔감하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위험에 대한 판단은 합리적이냐, 그렇지 않느냐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산 관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안전한 것을 선택하면 높은 수익을 포기해야 하고, 높은 수익을 기대한다면 안전함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 단 부담하는 위험이 예측 가능하고 자신이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며, 합리적인 선에서 위험을 선택한다면 좋은 투자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다. 

오진환씨가 관심을 갖는 월지급식 펀드는 주식 투자 비중이 30% 이내로 높지는 않지만 언제든 원금이 손실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매월 펀드에서 일정한 분배금이 발생한다는 장점이 있다. 박지숙씨가 권유받은 브라질 국채도 언제, 얼마의 이자를 받을지 정확히 예상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의 정기예금보다 더 높은 이자나 수익을 주는 상품이 있다면 어느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향후 발생할 이자나 수익을 예상할 수 있고 감당할 위험에 비해 수익이 커질 수 있다면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월지급식 펀드는 목돈을 넣어두고 가입한 다음 달부터 투자 금액의 일정 범위인 지급률을 정해놓고 매월 분배금을 받는 상품이다. 지급률은 원금 기준으로 보통 0.1%부터 0.8% 사이에서 정할 수 있고, 지급률을 수시로 변경할 수 있다. 1억원을 맡기고 지급률을 0.5%로 정하면 매월 원금 1억원의 0.5%인 월 50만원의 현금 흐름이 발생한다. 이 돈을 적금이나 적립식 펀드에 불입해 비축해놓을 수 있는데, 연 4%의 적금 이자를 감안해도 5년 후 약 3천3백60만원(세전)을 모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월지급식 펀드에서 설령 30%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5년 안에 원금을 만회할 수 있다. 하지만 월지급식 펀드의 경우 일반적으로 주식 편입 비율이 30% 이내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한 주식이 반 토막 나더라도 손해율은 전체 원금에 대비해 15% 정도에서 막을 수 있다. 물론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원금 회복되었다고 해도 물가 상승분만큼의 손해는 불가피하지만,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충분히 활용해볼 수 있다. 참고로 월지급식 펀드는 펀드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으로 매월 분배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원금에서 분배금을 먼저 지급하고 나머지로 투자를 해서 원금을 회복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분배금이 펀드의 수익률보다 많다면 원금이 줄어들 수 있다.

브라질 국채에 현금 흐름 기법 활용

일부 증권사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브라질 국채에도 현금 흐름 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 브라질 정부가 발행한 10년 만기 국채의 이자율은 10% 정도 된다. 회사가 발행한 채권도 아닌 국가가 발행한 채권의 금리가 10%라면 굉장히 높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브라질 국채는 한국 돈으로 직접 사는 것이 아니라 브라질 화폐인 헤알화로 환전해서 투자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환율 변화에 따른 위험이 생긴다. 따라서 이자는 해마다 10%씩 받더라도 만기가 되어 원화로 바꿀 때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떨어져버린다면 헛물만 켠 셈이 된다. 그렇다고 10%의 금리를 그냥 모른 척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이럴 때도 앞서 설명한, 향후 받게 될 이자를 감안한 현금 흐름 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 

가령 10년 만기 브라질 국채에 1천만원을 투자했다고 하자. 그러면 10년간 해마다 원금의 10%인 100만원의 이자가 들어온다. 10년간 받는 이자 금액만 1천만원이 된다. 이자만으로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 10년 후 헤알화 가치가 떨어져서 원화로 바꾸게 될 원금이 반 토막이 나더라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을 단순화했지만 실제로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면 최초 환전 시 금융거래세(6%)를 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수익률은 이보다 줄어든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브라질 국채는 브라질 경제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이자나 원금을 회수하는 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과거 브라질 정부는 1980년대에 국채에 대한 지불 유예를 선언하기도 했고, 1990년대 말에는 금융 위기로 인해 브라질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해 브라질 국채 가격이 폭락하기도 했다. 결국 브라질 국채도 최악의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단, 과거 경험상 달러 표시 국채는 원금과 이자 상환을 유예한 적이 있지만 헤알화로 표시된 국채는 정치적인 부담으로 이런 위험이 작다는 점을 감안해 헤알화로 표시된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 투자할 때 증권사에 이 점을 확인해보면 된다.  

금융회사에서 높은 이자나 수익을 주는 상품에 대해 장밋빛 이야기만 늘어놓을 때 막연히 좋겠구나 하고 투자하는 것과,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스스로 판단해보고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보고 판단한다면 어느 정도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때 현금 흐름 활용 기법은 이자나 배당이 발생하는 모든 위험 자산에 활용이 가능하므로 매우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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