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광고로, 전단지로 사채 늪에 빨려드는 대학생들
  • 정락인 기자·이하늬 인턴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2.06.17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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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대학생이 아니라는 것이 슬펐다.” 최혜경씨(24·가명)가 말했다. 긴 생머리에 예쁘장한 얼굴, 남들이 부러워하는 학벌, 평범한 가족. 겉으로 보기에 최씨는 ‘보통 대학생’이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보통 대학생이 아니라고 했다. 빚 때문이다.

3년 전 최씨는 불법 사금융에서 4백만원을 빌렸다. 학자금을 내기 위해서였다. 이자 연체 때문에 정부가 보증하는 학자금 대출을 받는 것은 어려웠다. 인터넷으로 ‘대학생 학자금 대출’을 검색했다.  그랬더니 많은 사금융업체가 검색되었다. 1천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대신 이자는 비쌌다. 한 달에 15만원이 이자로 나갔다. 

대학생인 그에게 15만원은 적지 않은 액수였다. 게다가 기존 학자금 대출 이자도 내야 했다. 이자를 내기 위해 다시 대출을 했다. 어느새 대출 금액은 7백만원이 되었다. 이자도 더 비싸졌다. 한 달에 30만원을 이자로 냈다.

바짝 벌어 갚자고 생각했다. 최씨가 바(bar)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이유이다. 많이 버는 날은 하루에 15만원도 벌었다. 하지만 술 마시며 일을 하다 보니 아픈 날이 많았다. 돈이 모일 리 없었다. “돈을 벌려고 시작했는데 돈도 못 벌고 스스로 한심했다. 보통 대학생은 공부하고 건전한 알바나 과외를 하는데, 나는 왜 대출도 하나 제대로 못해서 이러나.”

최혜경씨만의 일이 아니다. 갚을 능력이 없는 대학생들이 사금융에 손을 벌리고 있다. 빚을 갚지 못할 경우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신용불량자’ 신세가 된다. 최근 기획재정부·교육과학기술부·금융위원회가 실시한 전국 대학생 고금리 대출 이용 실태에 따르면, 빚이 있는 대학생 가운데 20.4%가 연 2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고 있었다.

실제로 대학생들은 불법 사금융 광고에 대책 없이 노출되어 있다. 인터넷 광고와 전단지이다. 기자가 6월15일 신촌과 홍익대 근처를 가본 결과 ‘무보증 대출, 신용불량자 대출 가능’ 등의 문구가 들어간 전단지가 보였다. 서강대 4학년 안태호씨(26)는 “(불법 사금융 전단지를) 학교 남자 화장실에서 본 적이 있다. 학생 대출, 소액 대출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아니지만 누군가 이런 데서 돈을 빌리는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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