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거의 없고 ‘멘토 그룹’은 두둑
  • 이승욱· 이규대 기자 ()
  • 승인 2012.06.25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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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사람들 / 스스로 “3백명 정도” 언급…‘청춘콘서트’·안철수재단이 주요 인맥의 요람


차기 대권 주자로 부각되기 전까지만 해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인맥은 단출해보였다. 수줍음 많은 ‘모범생’ 스타일에다 평소 누구에게나 존대하는 언행 등 확실히 그는 비사교적인 성향이 더 강해 보였다. 실제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속 깊은 고민을 나누는 이’로, 청춘콘서트의 공동 기획자인 박경철 안동신세계클리닉연합 원장 정도만을 꼽았을 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신의 단점으로 꼽히는 정치적 경험이나 영향력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시민사회와 민주화 운동 출신의 정치 신인을 중심으로 교류의 폭을 점차 넓혀나가고 있고, 또 실제 정치적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을 새롭게 기용하는 등 본격적인 인맥 다지기를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안철수 원장측이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직접적으로 거론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측근’이나 ‘인맥’이라는 용어가 가지는 부정적인 어감을 염려한 탓인지, 안원장측에서도 ‘안철수의 사람들’을 거론하기 꺼리는 분위기이다. 다만 안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저한테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는 분은 굉장히 많다. 제 멘토 역할을 하시는 분은 한 3백명 정도 된다”라고 밝힌 적이 있다. 폐쇄적인 ‘라인’으로 형성되는 측근이나 인맥보다는 ‘멘토 그룹’이 자신의 주변에서 자신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으로 읽힌다.

3백명에 이르는 멘토 그룹 중 대표적인 인물은 단연 청춘콘서트를 공동 기획·진행했던 박경철 원장이다. 박원장은 철학이나 지향점에서 안원장과 교감이 가장 큰 ‘절친’이다. 또 안원장이 의사 출신으로서 프로그래머, 벤처기업 CEO와 대학 교수 등으로 살아온 것처럼 박원장도 의사 출신이지만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주식 칼럼니스트이자 작가 등으로 다채로운 삶을 살았다는 점에서 궤적이 유사하다. 박원장은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재·보선 이후부터는 일정 정도 안원장의 정치 행보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절친으로 통하는 안원장과의 관계를 감안하면, 안원장이 본격적인 대권 도전에 나서면 조력자로서 그의 역할이 주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년 전 아름다운재단으로 만난 박원순 서울시장은 안원장이 시장 후보 자리를 믿고 맡길 정도로 신뢰하는 정치적 동지이다.

정치권 인맥에서는 김효석 전 의원이 두각

안원장이 사재를 출연해 만든 안철수재단의 초대 이사장인 박영숙 이사장도 안원장의 멘토 그룹으로 꼽힌다. 평양 출신의 박이사장은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등을 지내면서 여성운동계의 대모로 평가받고 있다. 1987년 평민당 부총재와 1988년 13대 국회의원 등을 지내 야권 정치인과의 교류나 인적 네트워크도 두텁다. 시민사회 운동 진영의 원로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도 멘토 그룹으로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춘콘서트를 공동 기획한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도 빼놓을 수 없다. ‘제3세력론’에 대해 부정적인 안원장과 일정 부분 의견 차이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멘토와 멘티로서의 관계는 여전히 돈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밖에도 고성천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김영 사이넥스 대표, 윤연수 카이스트 교수,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등은 안철수재단을 중심으로 한 인맥으로 분류된다.

이른바 ‘정치 초짜’인 안철수 원장은 기존 정치권 내에 자기 기반이 부족하다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대권 주자로서 위상을 키우기 위한 정치권 인사와의 교류 시도는 주목될 수밖에 없다. 특히 민주당 쪽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정황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 19대 국회로 들어서면서 새롭게 정치권으로 수혈되는 시민사회 진영 출신이나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에 부합하는 ‘민평련계’(김근태계) 소속의 정치인과 ‘교감 쌓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4·11 총선에서 안원장의 공개 지지를 받았던 민주당의 송호창 의원(경기 의왕·과천)과 고 김근태 고문의 부인인 인재근 의원(서울 도봉 갑)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안원장은 당시 송의원을 “늘 함께하는 사람이며 온유하고 다정한 사람이다” “공동체에 대한 선의와 넘치는 사랑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라고 호평했다. 송의원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부소장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을 지냈고,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의 캠프 대변인을 지내기도 했다. 안원장은 인의원에 대해서도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김근태 선생과 인재근 여사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용기 있고 신념을 가진 여성이다”라고 평가했다.

그 밖에도 안원장의 정치권 인맥으로는 김효석 전 민주당 의원이 거론된다. 김 전 의원은 안원장과 학계 전문가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안원장과의 관계에 대해 “우리는 서로에게 멘토이자 멘티이다. 나는 안풍(安風)의 가디언(수호자)이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안원장의 대권 행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문가 그룹이 ‘가정 교사’로 정치 학습 맡아

안원장의 잠행이 이어지면서 안원장의 ‘정치 학습’을 담당하고 있다는 이른바 ‘안철수 가정 교사’로 불리는 전문가 그룹도 주목받는다. 문정인(연세대 정치외교학과)·김호기(연세대 사회학과)·김근식(경남대 정치외교학과)·고원(서울과학기술대 기초교육학부) 교수 등 정치·사회·통일 분야 등 진보적인 전문가 그룹이 이를 맡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안원장의 최측근 실무 그룹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법무법인 에이원의 대표인 강인철 변호사와 지난 5월부터 안원장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유민영 한림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고려대 법대 83학번인 강변호사는 사법고시(28회)에 합격한 뒤  20여 년간 검사로 일했다. 안원장과는 10년 넘게 친분을 유지하고 있고, 최근에는 안철수재단의 업무 전반을 관장하면서 안원장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전북 남원 출신의 유교수는 김근태 전 상임고문의 비서관 출신으로,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춘추관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캠프에서 전략 홍보를 총괄했다. 김근태계뿐만 아니라 친노 그룹과 시민사회 운동 진영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인물로, 안원장의 대권 행보에 보폭을 키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박원순 시장의 멘토단에 참가했던 검사 출신 금태섭 변호사와 안원장 간의 친분도 최근 화제가 되었다. 금변호사는 지난 6월15일 서울 서대문의 한 음식점에서 안원장과의 만남을 사진으로 찍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바 있다. 그는 당시 트위터에 “안철수 원장님과 점심. 늘 그렇듯이 많이 배우고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면서도 “즐거움이나 재미로만 끝날 일은 아니지”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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