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상위권 싸움은 ‘도토리 키 재기’?
  • 박동희│스포츠춘추 기자 ()
  • 승인 2012.07.02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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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절대 강팀 없이 치열한 순위 다툼 펼쳐…“토종 투수들 부진·부상 탓에 리그 하향 평준화” 분석에 무게

삼성 라이온즈 차우찬
불황 속 호황이다. 유가 폭등과 경기 침체에도 오직 프로야구만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6월26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 총 4백1만6천3백88명이 야구장을 찾아 역대 최소 경기(2백55경기) 4백만명 관중 돌파라는 신기원을 이루었다. 지금 추세라면 올 시즌 7백50만명 관중 돌파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야구 전문가들은 “올 시즌 야구 흥행에서는 치열한 순위 싸움이 큰 역할을 담당한다. 6월 말이 되도록 절대 강팀이 보이지 않는 시즌은 올해가 처음일 것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다승 10걸 중 외국인 투수가 7명

SK 와이번즈 김광현
시즌 전 ‘미디어데이’에서 류중일 삼성 감독은 “올 시즌을 어떻게 예상하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8강8약이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니까 절대 강팀도 없고, 절대 약팀도 없이 여덟 개 구단이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펼칠 것이라는 뜻이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저런 말은 나도 하겠다”라며 조소했다. 그러나 결국 그의 말이 맞았다.

꼴찌 한화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개 팀은 하루마다 순위가 바뀌는 숨 가쁜 순위 싸움을 펼치고 있다. 1위 롯데와 7위 KIA의 승차가 고작 5.5 경기밖에 나지 않는다(이하 6월28일 기준). 1위부터 4위 넥센까지는 불과 2.5 경기 차이이다. 1, 4위 팀이 3연전에서 전승과 전패를 거듭하면 순위가 뒤바뀔 처지이다.

많은 야구 전문가는 “전반기는 끝나야 포스트시즌 진출팀의 윤곽이 나올 것이다. 사상 유례가 없는 리그 평준화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한 야구 해설가는 “현재의 리그 평준화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평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예년만 해도 팀마다 절대 에이스가 있고, 이들이 리그를 이끌었다. 류현진(한화), 김광현(SK), 윤석민(KIA), 차우찬(삼성), 김선우(두산), 송승준(롯데)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올 시즌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들의 부진과 부상으로 리그 수준이 한 단계 내려갔다. 외국인 투수 비중이 커진 것도 문제이다. 올 시즌 다승 10걸 가운데 외국인 투수가 무려 일곱 명이다. 외국인 투수의 호투 여부에 따라 팀 성적이 좌우되는 셈이다. 외국인 투수가 기본 전력이 아닌 변수임을 고려할 때 이 변수가 성적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엄밀히 말해 올 시즌 리그 평준화는 하향 평준화라고 보는 것이 맞다.”

다른 야구 해설가도 리그 하향 평준화라는 분석에 동감을 나타냈다. 그는 리그가 하향 평준화된 배경을 ‘부상’에 두었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
“삼성만 보아도 그렇다. 안지만과 권오준이 부상으로 2군으로 내려가며 탄탄했던 불펜진이 무너졌다. 두산 역시 김동주·최준석·손시헌 등 주전 선수가 줄 부상을 당해 전력이 약해졌다. KIA는 말할 것도 없다. 주전 투수 다수가 부상으로 헤맸고, 타선에서도 이범호·김상현 두 주포가 부상으로 시즌 초반부터 결장했다. SK 역시 송은범·김광현 두 투수가 5월 중순까지 2군에 머물렀고, 박경완도 좀체 1군으로 복귀하지 못했다. 선수층이 얇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주전 선수의 부상은 팀 성적의 하락을 뜻하는 것과 동시에 리그의 수준 저하를 의미한다. 시즌 초반 넥센과 LG가 상위권에 포진하고, 롯데가 1위를 달리는 것도 상대적으로 부상 선수가 덜 발생했기 때문이다.”

팬들은 치열한 순위 싸움 만큼이나 고급 야구를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리그 하향 평준화는 팬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다. 하지만 리그 평준화를 ‘상향 평준화’로 인식하는 이도 많다.

“8개 구단의 고른 투자가 빚어낸 상향 평준화” 반박도

기아 타이거즈 윤석민
올 시즌 순위 싸움을 상향 평준화의 영향으로 보는 이들은 전체적인 기록 지표를 근거로 내세운다. 먼저 리그 평균 자책이다. 각 팀 에이스 투수가 부진을 면치 못하지만, 올 시즌 리그 평균자책은 지난해 같은 기간 4.17보다 낮은 4.04이다. 리그 블론세이브도 지난해 같은 기간 59개에 비해 5개나 적은 54개이다.

실책도 그렇다. 올 시즌 리그 전체 실책은 3백27개이다. 지난해 이맘때 리그 실책은 3백47개나 되었다. 6월 중순 이후 일찌감치 선두권과 하위권 팀이 나뉜 지난해보다 오히려 투수력과 수비력이 좋아졌다는 뜻이다. KBS 이용철 해설위원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여덟 개 구단이 전력 강화에 애썼다. 그 노력이 올 시즌 약체팀들이 상위권으로 발돋움한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넥센과 LG가 좋은 예이다. 만년 하위팀 넥센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FA 대어’ 이택근을 영입하는 데에 50억원을 투자했다. 메이저리그 출신의 김병현에게도 거액을 안기며 영입에 성공했다. 그 밖에도 스카우트팀의 세심한 노력으로 수준급 왼손 투수 앤디 밴 헤켄을 영입했고, LG에서 방출된 서건창을 신고 선수로 받아들였다. 넥센의 파격적인 투자는 빛을 냈다. 지난 5월23일에는 1천1백33일 만에 리그 1위에 올라섰다. 여전히 넥센은 4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LG는 전력 강화보다는 기존 전력을 극대화하며 상위권에 올라섰다. 시즌 전 LG는 선발 투수 두 명이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가 영구 제명되었고, 주전 포수와 외야수, 불펜 투수가 FA(자유계약선수)를 통해 다른 팀 유니폼을 입었다. 가뜩이나 흔들리는 ‘LG호’의 사령탑은 초보 감독 김기태였다. 하지만 김감독은 기존 선수를 적재적소에 투입했고, 2군 선수에게 기회를 주었다. LG의 변화는 6월17일까지 2위를 유지하는 핵심 배경이 되었고, LG는 리그 최고의 다크호스로 꼽히고 있다.

MBC 허구연 해설위원은 “프로는 투자와 성적이 비례한다. 만년 꼴찌팀도 투자만 잘하면 상위권으로 오를 수 있다. 반면 투자를 게을리하거나 팀 색깔 변화에 인색한 팀은 언제든 하위권으로 전락한다. 올 시즌은 프로팀에게 투자가 어떤 의미인지 보여준 좋은 해이다”라고 평가했다.

물론 투자가 성적과 직결되지 않는 팀도 있다. 한화이다. 한화는 박찬호·김태균·송신영 등 뛰어난 선수를 영입했지만, 팀 성적은 지난해보다 더 떨어졌다. 그러나 한 야구 관계자는 “이 역시 투자와 상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화는 여덟 개 구단 가운데 아직도 2군 훈련장이 없는 팀 가운데 하나이다. 육성 시스템이 미비하다 보니 여전히 2군에서 좋은 선수들이 배출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 한화가 올 연말 2군 훈련장을 완공한다니 다행이다. 한화의 상위권 도약은 1, 2년 정도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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