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전’으로 간 신한지주 내분 사태
  • 이철현·엄민우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2.07.1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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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응찬 전 회장측과 신상훈 전 사장측, 또다시 날 선 비방전…배임·횡령 둘러싸고 법정 다툼도

2010년 재일동포 주주와 이사들을 대상으로 열릴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당시 신한금융지주 라응찬 회장, 신상훈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왼쪽부터). ⓒ 연합뉴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의 갈등으로 빚어진 신한지주 사태가 2차전에 돌입했다. 지난 2010년 말 라 전 회장, 신 전 사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잇달아 퇴진하면서 마무리되는가 싶었던 신한지주 내분 사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0년 9~10월 신한지주 임직원 다수가 라응찬과 신상훈 편으로 갈라져 비방과 욕설을 주고받았듯이 2차전에서도 비방과 욕설이 난무한다. 신 전 사장측은 ‘현 경영진이 라 전 회장 지시에 따라 신 전 사장에 대한 검찰 조사를 적극적으로 돕고 신 전 사장 측근 인사들을 쫓아내거나 좌천시켰다’고 주장한다. 이와 달리 신한지주측은 ‘지주나 은행은 옛 경영진 사이에 생긴 갈등 사태에 어떠한 형태로든 개입하지 않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검찰이 신 전 사장 기소해 1심 재판 진행 중

신한은행 준법지원팀은 지금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신 전 사장의 배임과 횡령 혐의에 대한 검찰의 공소 유지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신 전 사장은 자기 쪽 인사들은 잇달아 쫓겨나거나 한직으로 물러나는 반면, 라 전 회장의 측근 인사들은 중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승승장구하는 라 전 회장 측근과 불우한 정서로 똘똘 뭉친 신 전 사장의 측근들 사이에서 반목과 질시가 커지면서 제2의 신한 사태가 터져나올 조짐이 보인다.   

2차전의 메인 무대는 법정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윤희식 부장검사)는 신 전 사장과 이백순 전 행장을 배임과 횡령 혐의로 기소해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 2010년 9월 신 전 사장을 배임과 횡령 혐의로 고소하면서 재판이 시작되었다. 2010년 12월 신 전 사장이 사퇴하자 신한은행은 고소를 취하했다. 하지만 검찰이 신 전 사장을 기소하면서 지금까지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신 전 사장 변호인단은 횡령 사건 공판에서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 위성호 신한은행 부행장, 변상모 신한은행 본부장을 비롯해 신한지주 고위 임원 다수를 증인으로 불러낼 계획이다. 라 전 회장을 비롯해 은행 내부 인사가 차례대로 증언대에 불려나오면서 신한 사태는 법정 다툼으로 재현되는 셈이다.

회사 인사에서 양쪽 측근들 희비 갈려

신 전 사장에 대한 재판은 배임과 횡령으로 나누어 두 갈래로 진행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김시철 부장판사)는 지난 7월2일까지 배임 사건 심리를 마쳤다. 검찰은 ‘신 전 사장이 은행장 재직 시절인 2006년 2월과 2007년 10월에 금강산랜드와 투모로라는 업체에 각각 2백28억원, 2백10억원을 대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신 전 사장은 또 ‘2005~2009년 고 이희건 신한지주 명예회장에게 자문료 명목으로 15억6천6백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가장하고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은 횡령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되어 신 전 사장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7월13일 곽호영 신한은행 경영감사부장의 증인 심문을 필두로 횡령 사건 심리가 시작되었다. 신 전 사장은 신한지주 교포 주주 2명에게 각각 3억6천만원과 5억원을 받아 금융지주회사법을 위반했다는 혐의까지 받고 있다.

신 전 사장측은 배임 혐의는 어렵지 않게 벗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심리 과정에서 대출 심사에 관여한 인사들이 증인으로 나서 신상훈 당시 은행장으로부터 압력이나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 신 전 사장은 “당시 은행장이 대출 결재 선상에 있지 않았다. 임원급으로 구성된 여신심의위원회가 의결하고 은행장은 나중에 보고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여신심사역이 대출을 거부하자 내부 컨설팅을 실시해 자료를 조작하고 대출 심사 자료로 사용하게 했다’고 밝혔다. 당시 기업고객부에서 일하면서 대출 심사 재검토와 컨설팅에 관여한 한상국 조사역은 “컨설팅팀 직원은 누구에게도 지시를 받지 않았고 객관적으로 심사했다. 당시 담보 감정가가 대출 금액보다 높아 대출금 회수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태평로에 있는 신한은행 본점. ⓒ 시사저널 이종현
신 전 사장측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혐의는 횡령이다. 검찰은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의 유죄를 입증하는 데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해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가 맡고 있다. 윤희식 부장검사는 “검사가 자신도 없이 기소를 계속 유지하겠나. 공판을 지켜봐달라”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에 반해 신 전 사장은 15억6천6백만원의 사용 내역을 소상히 밝히며 “한 푼도 개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희건 명예회장과는 2001년 경영 자문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명예회장이 2002~03년 일본에서 민·형사 사건으로 체포되어 전 재산 압류 조처를 당하는 바람에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명예회장이 2005년부터 한국에 들어오면서 2009년까지 자문료 8억4천6백만원을 지급했다. 나머지 7억1천6백만원 중 은행장 비서실 법인카드 결제 대금으로 2억1천6백만원을 지출했다. 라응찬 회장의 변호사 비용으로 2억원을 썼다. 2008년 12월 대검 중수부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라응찬 회장의 50억원 차명 거래를 수사하자 은행장 비서실이 나서 변호사 비용을 마련한 것이다. 나머지 3억원은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이백순 전 행장이 지목한 외부 인사에게 건네졌다.

검찰은 ‘대검 중수부가 2009년 4월 라응찬 회장의 차명 계좌에 대해 수사하자 외부 인사에게 3억원을 전달한 사실이 발각될 것을 걱정해 박중헌 신한은행 도쿄지점장에게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3억6천만원을 빌려 현금으로 보관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지점장이 신 전 사장 비서실장 출신이고 돈을 건넨 주주가 신 전 사장과 친분이 있는 사이인지라 정황상 신 전 사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신 전 사장이 재일교포 주주 2명으로부터 각각 3억원과 2억원을 받았다’고 판단한다. 금융기관 임원이 주주로부터 금품을 받는 행위는 금융지주회사법 위반이다. 당시 신상훈 신한은행장 비서실장으로 있었던 이창구씨는 ‘라 전 회장 변호사 비용으로 교포 주주에게 3억원을 빌렸고 2010년 7월 재일교포 주주에게 받은 2억원은 주주가 환전을 부탁하면서 맡긴 돈일 뿐이다’라고 주장한다. 신 전 사장은 “라 전 회장의 변호사를 선임하고 외부 인사에게 자금을 건네라는 라 전 회장 지시를 따르느라 명예회장 자문료와 주주에게 빌린 돈을 사용했다. 그 혜택을 입은 라회장은 증거 불충분으로 내사 종결하면서 나만 기소한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라고 말했다. 

신 전 사장측은 ‘신한은행 법무팀이 검찰의 공소 유지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신 전 사장의 측근 인사는 “현 경영진이 라 전 회장 뜻에 따라 움직인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 신한지주의 인사 행태를 보더라도 라 전 회장의 입김이 아직까지 건재하다는 것을 입증한다”라고 말했다. 

신 전 사장의 측근 인사 중 대기발령 상태에 있다가 일선에 복귀한 이는 네 명이다. 박중헌 전 신한은행 도쿄지점장은 지난 2월 기관고객본부장으로 복귀했다. 신 전 사장이 물러나자 박본부장은 일본 파견 1년 만에 귀국해 대기발령에 처해졌다. 해외 파견 근무가 3년 보장되는 관례를 깨고 이례적으로 소환된 것이다. 박본부장은 또 지난해 9월 임기가 만료되면서 쫓겨날 뻔했으나 ‘보복성 인사’라는 언론 보도가 나가자 임기를 한 해 연장하면서 서둘러 봉합했다.

박본부장과 함께 일본지점에서 일한 송왕섭 부지점장은 대기발령 상태에서 신한은행 백궁지점으로 발령 났다. 이창구 전 신한은행장 비서실장은 중국법인장으로 일하다가 조기 소환되어 대기발령에 처해졌다가 성수동 금융센터장에 임명되었다.

나머지 인사는 쫓겨나거나 아직까지 현역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이영훈 부행장은 옷을 벗었다. 이부행장은 호남 출신인 데다가 신사장 재직 시절 기업금융담당으로 중용되었던 인물이었다. 이성락 부행장은 지난해 보직을 박탈당했으나 올해 2월 신한아이타스 대표로 발령 났다. 이부행장은 ‘신 전 사장 고소는 안 된다’고 이백순 행장에게 항의했다가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신 전 사장과 함께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상국 전 기업고객부장은 여의도금융센터장으로 있다가 2010년 12월 직원만족센터 조사역으로 좌천되었다. 한상국 조사역은 “아무 업무도 주어지지 않아 대기발령과 다름없는 처지이다”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측은 “재판에 몰두해야 하는 피의자 신분인지라 업무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반해 라 전 회장 측근 인사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라 전 회장 재임 시절 지주회사 부사장을 지낸 위성호 부행장은 핵심 부서인 WM사업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이백순 행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변상모 상무는 선릉금융센터장을 맡고 있다.

“상처 아무는데 갈등 다시 불거져 답답”

지난해 4월11일 신한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고 이희건 명예회장 추모식에 라응찬 전 회장(앞줄 오른쪽) 등이 참석해 있다. ⓒ 뉴스뱅크이미지
라 전 회장 비서 격인 지주회사 업무지원실 부장이던 박정배씨는 올해 초 업무추진본부장으로 승진했다. 변상무와 박본부장은 신 전 사장측이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의 지시에 따라 신 전 사장 축출 작업을 입안하고 실행한 인물’로 지목한다. 고소 대리인 자격으로 신 전 사장을 고소한 곽호행 경영감사부장은 유임되었다.

<시사저널>은 신한지주와 신한은행측에 다섯 차례에 걸쳐 신 전 사장측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답변할 것을 요청했으나 신한지주나 신한은행측에서는 답변이 없었다. 신한지주와 신한은행 홍보팀 임직원에게 전자우편으로 질의서를 보내기도 했지만 답이 없었다. 다만 신한지주와 신한은행 홍보담당 임원들은 “경영진 갈등으로 인해 신한 임직원들 가슴에 깊이 팬 상처가 아물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신한 사태가 불거지려고 하니 답답하다. 회사 차원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힐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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