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막 뒤 숨은 실력자 장성택-김경희 부부
  • 유동열│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 ()
  • 승인 2012.07.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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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군에 자기 세력 확고히 구축하고 김정은 후견 / 스스로 나서기보다는 ‘아바타’ 최룡해 내세워 막후 역할 자임

지난해 12월 김정일 위원장 장례식 때 영구차를 김정은 뒤에서 호위하고 있는 장성택(왼쪽에서 두 번째). ⓒ EPA 연합
지난 7월15일 전격 단행된 북한군 총참모장 리영호의 실각과 관련해, 북한 최고 권력자 김정은의 고모와 고모부인 김경희·장성택 부부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나이 어린 아들 김정은에게 권력을 이양하면서, 군-당-정(내각)-대남사업권을 장악해 3대 세습 권력을 유지하는 ‘안전장치’로서 핏줄인 여동생 김경희와 그 남편인 장성택을 전면에 내세워 김정은의 제1 후견 세력으로 지목했다. 이들 부부의 위기관리 능력은 2008년 8월 김정일이 와병 상태에서 장기간(51일간) 등장하지 못했을 때 간접 확인되었다. 당시 절대 권력자인 김정일의 와병 중에도 북한이 큰 동요나 혼란 없이 평상시처럼 유지된 배경에는 장성택과 김경희가 당 관료와 군 간부들을 지휘해 이른바 안정적인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 공적이 있었다.

지난 2010년 7월 도쿄에서 필자와 장시간 면담한 ‘김정일의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는 김경희에 대해 의미 있는 증언을 했다. 김정일의 비밀 파티장에서 김경희의 위상과 영향력은 김정일 다음이라는 것이다. 김경희의 정치적 위상은 김정일이 생전에 당 중앙에서 “김경희는 곧 나 자신이므로 김경희의 말은 곧 나의 말이요, 김경희의 지시는 곧 나의 지시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여동생을 신뢰한 데서도 입증된다.

장성택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 핵심 당직을 역임했고, 현재는 정치국 위원, 당 행정부장, 당 중앙군사위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등을 맡고 있다. 오랫동안 당의 핵심 부서인 조직지도부 등에서 인맥을 형성하고 관리한 덕에, 장성택은 북한 권력의 작동 원리를 훤히 파악하고 자기 세력을 구축해 김정은을 후견하고 있다. 현재 당·정·군에 포진되어 있는 인사들은 상당 부분 장성택과 김경희의 측근이라고 보면 된다. 

김정은 권력의 미래도 이들 손에 달려

(왼쪽부터)장성택, 김경희. ⓒ 연합뉴스
장성택이 맡고 있는 당 행정부장이라는 자리는 국가안전보위부(비밀경찰)·인민보안부(경찰)·검찰소·재판소 등 북한의 정보 사법 기관을 당적으로 지도·통제하는 핵심 요직이다. 또한 당 조직비서 및 조직지도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김경희를 도와 조직 지도 업무를 관장하고 있고, 또한 측근인 최룡해를 통해 북한군 총정치국 업무를 보고받고 있어 북한에서는 실제로 김정은에 다음 가는 실제 권력을 김경희와 함께 누리고 있다고 보인다.

장성택이 충분한 힘이 있음에도,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최룡해와 같은 2인자 반열에 오르지 않는 것은 수령 유일 독재 권력의 속성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정치권력 전면에 나서 정치적으로 공격당하고 실책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안는 것보다는 측근인 최룡해 등을 내세워 관리하는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그래서 최룡해를 ‘장성택의 분신’이라고 칭하는 것이다.

향후 김정은의 권력 유지와 공고화는 명실상부한 제1 후견 세력인 장성택과 김경희가 김정일과의 ‘혁명적 의리’를 지키며 계속 김정은을 지지해주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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