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중계, SBS 웃고 MBC 울다
  • 반도헌│미디어평론가 ()
  • 승인 2012.08.1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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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별 시청률에서 베이징올림픽 때와 다른 양상…시청자 만족도 조사에서 SBS가 53%로 1위


온 국민을 열광시켰던 2012 런던올림픽이 8월13일 폐막식을 마지막으로 17일 동안의 열전을 마쳤다. 역대 원정 올림픽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둔 국가대표 선수들의 선전으로 국민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잠을 설쳤다. 대회 초반 잇달아 터진 오심 논란은 올림픽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과 열정을 더욱 북돋워주었다. 결과적으로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도 런던올림픽은 역대 올림픽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받게 되었다.

시청률 조사업체 TNmS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 3사 4개 채널의 런던올림픽 중계 평균 시청률은 6.2%로 나타났다.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 때의 평균 시청률이 7.4%였던 것에 비하면 낮아졌지만, 중국과 한국의 시차가 1시간밖에 되지 않는 데 비해 영국과의 시차가 무려 8시간이나 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좋은 성적이라 할 수 있다. 런던올림픽의 성공은 유럽에서 열렸던 2004 아테네올림픽 평균 시청률 4.8%, 시차가 비교적 적었던 2000 시드니올림픽 시청률 5.1%와 비교해보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광고 판매액에서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는 올림픽 기간 동안 KBS2 2백3억원(판매율 65.5%), MBC 1백88억원(53.6%) 등 총 3백91억원의 방송 광고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베이징올림픽과 아테네올림픽을 크게 웃도는 액수이다.

전체적으로 런던올림픽은 지상파 방송사의 효자 콘텐츠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하지만 각 방송사들의 성적을 비교해보면 명암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TNmS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별 런던올림픽 시청률은 KBS2가 7.5%로 가장 높고, SBS 6.5%, KBS1이 5.7%, MBC 5.2%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 MBC와 KBS2가 8.3%로 공동 1위를 차지하고 KBS1이 6.4%, SBS가 6.1%로 가장 낮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SBS와 MBC의 부침이 눈에 띈다. 결과적으로 SBS는 웃고, MBC는 울었다.

파업 여파로 중계진 꾸리는 데 애먹은 MBC

MBC에게 런던올림픽은 아픈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MBC는 시청률이 1위에서 꼴찌로 급전직하한 것은 물론이고 시청자의 평가에서도 낙제점을 받았다. MBC의 몰락은 사실 예견된 재앙에 가깝다. MBC는 1백70일 간의 장기 파업으로 올림픽 중계진을 꾸리는 데 애를 먹었다. 대회 직전 파업이 마무리되었지만 파업에 참가한 기자, PD, 아나운서 등의 인력을 배제하고 외부 인력을 대거 투입했다. 김성주, 박은지, 서경석, 김민아, 임경진 등이 영입되었지만 이들은 올림픽 기간 동안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다. 또한 자사 내 스타 캐스터를 키워내는 가장 좋은 기회인 올림픽을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은 앞으로 스포츠 중계 경쟁을 치르는 데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MBC는 MC 배수정의 ‘영국인’ 발언과 폴 매카트니의 열창 중계 중단 등으로 개막식에서부터 논란을 양산했다. 대회 초반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남자 수영 400m 예선에서는 원인 모를 실격 판정에 어리둥절해 있는 박태환을 무리하게 인터뷰해 시청자들로부터 원망을 샀다. MBC가 수영 예선 경기를 독점 중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고의 기회를 최악의 실수로 날린 셈이다. 숙련된 기술 인력을 배제한 여파로 인한 자막 실수도 계속되었다.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송대남 선수의 이름을 문대남으로 오기했고, 축구 대표팀 구자철 선수의 인터뷰 밑에는 골키퍼 이범영 선수의 자막이 나가기도 했다.

SBS, 올림픽 관련 프로그램까지 호평받아

SBS는 런던올림픽의 최대 수혜자로 등장했다. 시청률에서는 KBS2에 조금 못 미쳤지만 지난 대회 4위에서 2위로 껑충 뛰어올랐고 시청자의 평가에서도 좋은 결과를 받아들었다. 실제 TNmS의 8월9일까지 중간 평균 시청률에서는 SBS가 7.3%로 가장 높았다. KBS2는 6.9%, MBC는 5.6%였다. 포털 사이트 다음이 8월4일에서 7일까지 실시한 인터넷 투표에서도 SBS는 올림픽 중계가 가장 만족스러운 방송사로 꼽혔다. SBS는 1만2천여 명 중 53.2%의 지지를 얻었고, KBS 22.9%, MBC는 6.6%에 그쳤다. KBS와 MBC가 장기간 파업 여파로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 SBS에는 호재로 작용한 셈이다. 선수들의 사전 인터뷰를 담은 미니 다큐멘터리는 새로 탄생한 스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주었고, 비틀스의 음악에 주요 선수들의 이야기를 묶은 ‘비틀스 영웅을 노래하다’도 감동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예능 프로그램인 <힐링캠프>에서 메달리스트들의 애환과 다양한 면모를 확인시켜주며 호평을 끌어내기도 했다. 축구의 차범근, 수영의 노민상 등 해설진에 대한 평가에서도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번 대회 경기 중계에서 유일하게 시청률 30%를 넘긴 것도 올림픽 개막 직전에 단독 중계한 멕시코와의 축구 조 예선 경기였다. MBC와 맞대결을 펼친 일본과의 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SBS가 압승을 거두었다. 이번 대회에 처음 도입된 순차 방송도 시청률 점유에 톡톡히 한몫했다. 양궁, 체조, 펜싱, 탁구 등 담당한 종목들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린 덕분이다. 특히 박진감 넘치는 경기 진행 방식과 예선부터 손에 땀을 쥐는 박빙의 경기를 펼친 양궁은 효자 노릇을 했다. 오랫동안 손발을 맞추면서 각 종목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온 베테랑 아나운서들의 활약도 안정적인 중계에 힘을 보태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런던올림픽은 이제 끝이 났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의 스포츠 중계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런던올림픽에서 드러난 성적표가 단순히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의 경쟁 구도를 예측할 수 있는 좋은 시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단독 중계권 파문으로 궁지에 몰렸던 SBS는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스포츠 중계의 새로운 강자 이미지로 거듭날 수 있는 호기를 맞았다는 것이 자체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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