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은 친구·가족에 대한 관념조차 없었다”
  • 이규대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2.09.11 09:4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감 인터뷰
“술 등은 촉발 요인 불과, 진짜 원인은 사회적 고립”

ⓒ 뉴스뱅크이미지
9월4일,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난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의 권일용 경감은 무척 피곤해 보였다. 국내 1호 프로파일러로 유명한 그는 유영철·정남규·강호순·김길태 등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긴 성범죄자들을 직접 만난 범죄 심리 분석 전문가이다. 그는 최근 흉악한 범죄가 잇따르면서 다시 바빠졌다.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고종석을 만나 심리 분석을 위한 면담을 가지기도 했다.

권일용 경감은 우선 “대다수 성범죄자는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다는 것은 단순히 ‘혼자 산다’ ‘친구가 없다’ 등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당사자가 어떤 타인에게도 의지하지 않는 심리 상태일 때를 가리킨다. 이에 대해 권경감은 “성범죄자들은 스스로 친구나 친지라고 여기며 마음을 주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건강하지 않은 가정, 사실상 해체된 가족 사이에서 방치되다시피 자라는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면담한 고종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권경감은 “(고종석에게는) 친구나 가족에 대한 관념이 없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가 의지하거나 남다른 의미를 갖는 인물이 없었던 것이다. ‘세상은 나와 다르다. 나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는 관념만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제대로 관리받지 못하고 방치되다시피 자란 어린 시절, 꾸준히 반복된 절도 전력, 그가 보였던 폭력적인 행동과 말 등 고종석이 살아온 삶 전체를 고려해 분석한 결과이다.

심리적으로 고립되면 비정상적인 성적 환상이 더욱 왜곡된다. 이에 대해 권경감은 “성적 환상은 남녀노소 모두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에는 환상으로만 남아 있을 뿐, 이것이 실제 행동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고립되면 (타인의 처지에 공감할 만큼) 사회 속에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니, 그런 환상을 실행에 옮기는 차원으로까지 연결된다”라고 말했다.


낮아진 자존감을 약자 짓밟아 해소

이 과정에서 아동 포르노나 가학성 음란물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성적 자극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계속 더 큰 자극을 갈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가해자 고종석 또한 아동 포르노를 지속적으로 접해왔다. 권경감은 “강호순·유영철과 같은 이들이 왜 범행 수법을 계속 바꿨을까? 더 큰 자극을 원했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다. 지속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특정한 계기가 뇌관이 되어 일순간에 폭발하기 쉽다”라고 분석했다. 즉 술이나 우발적인 충동은 성범죄의 ‘촉발 요인’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원인은 성범죄자의 평소 생활에서 지속적으로 누적된다는 설명이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들의 가슴속에서는 ‘악마’가 자라나기 쉽다. 권경감은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 사회적으로 무엇인가를 해낼 수 있는 영역이 없다고 여기다 보니 자존감이 낮아진다. 이를,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행에서 해소하려 든다. 아이·여성 등을 자기 마음대로 통제하면서 자존감을 회복하려고 하는 것이다. 가해자들이 피해 여성 혹은 아동을 물거나 때리는 등 가혹 행위를 함께 저지르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고종석 또한 범행 과정에서, 피해 아동의 얼굴 등을 물어뜯어 치아 자국을 남기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시사저널 주요 기사>

우리 주변에 아동 성범죄자 얼마나 있나

김효석 전 민주당 의원이 말하는 '안철수 생각'

MB, 20억 대출받아 사저 신축 중

[표창원 교수의 사건 추적] 악마가 된 외톨이 빗나간 분노의 돌진

교통사고 뒤에 숨은 공산당 최대 스캔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