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 있는 살림꾼’ 뒤쫓는 ‘승부사’
  • 유소연 인턴기자 ()
  • 승인 2012.10.0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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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올해 매출 성장률 22% 기록하며 아모레퍼시픽 ‘추격’

화장품업계에서 LG생활건강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업계 절대강자이던 아모레퍼시픽을 LG생활건강이 뒤쫓고 있다. ‘영원한 1등은 없다’라는 말이 화장품 업계에도 적용될지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두 회사의 최고경영자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당연하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이 아버지 대부터 회사(태평양그룹)를 가꿔온 대표적인 오너 경영인이라면,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미국 프록터앤갬블(P&G)에 입사해 전문경영인으로 커온 ‘샐러리맨의 신화’이다. 서사장이 내실 있는 살림꾼이라면, 차부회장은 모험심이 다분한 승부사이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투지 남달라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5년간 시장 점유율 30% 언저리를 꾸준히 유지하며 강자의 여유를 즐겼다. 그 사이 LG생활건강은 시장 점유율을 7%포인트가량 올려 아모레퍼시픽과 격차를 줄이고 있다. 올해 내수 화장품 부문 예상 매출액은 아모레퍼시픽 1조9천3백98억원, LG생활건강 1조4천9백78억원이다. 매출액 크기는 아모레퍼시픽이 크지만 성장률에서는 LG생활건강이 압도한다. LG생활건강은 올해 매출 성장률 22%를 기록해 6.3%에 불과한 아모레퍼시픽을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

LG생활건강이 본격적인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차석용 부회장이 온 뒤부터다. 2005년 그가 취임한 이후 LG생활건강의 매출은 28분기 연속, 영업이익은 30분기 연속 성장했다. 차부회장은 먼저 이름부터 낯선 레뗌·뜨레아·헤르시나 등 주요 화장품 브랜드를 모두 단종시켰다. 대신 후·오휘 같은 고급 브랜드의 힘을 키웠다. 아모레퍼시픽의 메가 브랜드(연 매출 1천억원이 넘는 브랜드)인 헤라와 설화수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차부회장의 승부사 기질은 2010년 더페이스샵 인수에서 돋보인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비단 복지 분야의 얘기만이 아니다. 화장품업계에서도 통하는 불문율이다. 화장품을 처음 접하는 나이 대인 10대 고객을 위한 엔트리(진입) 시장이 LG생활건강에는 없다고 차부회장은 판단했다. 그는 기존의 경영 전략을 깨고 저가 브랜드를 출시하기로 했다. 저가 브랜드에서 시작해 고가 브랜드 화장품으로 옮겨가는 고객들의 성향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2003년도부터 꾸준히 성장해온 브랜드숍 시장에 뛰어들기에는 너무 늦은 때였다. 차부회장은 더페이스샵을 인수하는 방법을 취했다. 더페이스샵은 인수한 지 1년 만에 브랜드숍 최초로 연 매출 3천억원을 넘기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자 서경배 사장측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본래 프리미엄 브랜드를 주력으로 한 회사이다. 총 매출에서 63.1%를 차지하는 고가 브랜드 위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던 아모레퍼시픽이 저가 브랜드 출시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에뛰드하우스는 2009년, 이니스프리는 2011년 메가 브랜드 반열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2011년 현재 단일 브랜드숍 중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곳은 더페이스샵(23.2%)이다. 하지만 에뛰드하우스와 이니스프리의 시장 점유율이 각각 15.3%, 10% 임을 감안하면 브랜드숍의 총 점유율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앞서고 있다.

서경배 사장이 장기전에 대비해 신발 끈을 동여맨다면, 차석용 부회장은 도약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부족한 부분을 인수·합병 전략으로 채워나감과 동시에 틈새시장을 노리고 새로운 브랜드를 꾸준히 출시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보브를 인수해 취약한 색조 화장품 사업의 힘을 기르고, 일본 화장품 회사인 긴자스테파니를 인수해 일본 화장품 사업의 중심축으로 삼는 식이다. 세계 최초 냉장 화장품 브랜드 프로스틴의 출시 역시 개발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 장기 성장에 주력

이같은 LG생활건강의 공격적인 방식에도 서경배 사장은 ‘잘하는 것을 계속 잘하자’는 전략으로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새 브랜드를 만들기보다는 기존 브랜드 내에서 신제품을 개발하고, 충성도가 높은 고객층을 만드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2010년 효시아 이후 별다른 신규 브랜드 출시가 없었지만 대표 브랜드 2개만으로도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설화수 한 브랜드만 해도 연 매출이 6천억원에 달한다.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 글로벌 톱10, 아시아 넘버원 화장품 회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배은영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올해 화장품 시장의 규모가 전년에 비해 9.5% 커진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았다. 한편 중국 화장품 시장은 향후 3년간 연평균 13% 성장할 전망이다. 화장품 회사들 역시 성장 잠재력이 큰 해외 시장으로 발을 뻗치고 있다. 국내 화장품업계의 경쟁 무대도 한층 넓어졌다.

더페이스샵은 LG생활건강이 기존에 다져놓았던 다양한 유통 채널을 이용해 해외 판로를 개척했다. 중국에서는 헝청(Heng Cheng)과 칼라믹스(Colormix) 매장을 통해 입점했다. 일본에서는 이온(Aeon) 그룹을 통해 본격적인 성장의 기반을 다졌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화장품 시장인 일본을 공략함과 동시에, 중저가 화장품 시장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의 선전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03년 라네즈를 백화점에 입점시키면서 국내 업체들 중 가장 먼저 중국에 진출했다. 2011년에는 한방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를, 올해 초에는 저가 브랜드인 이니스프리를 출시해 현지에서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마련해놓은 상태이다. 조현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13년 아모레퍼시픽 중국 매출은 전년 대비 25.4% 성장한 3천3백56억원이 예상되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9%가 증가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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