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단일화 ‘성공 조건’
  • 유창선 | 현 시사평론가 ()
  • 승인 2012.10.2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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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서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세 후보 사이의 혼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가 대선 정국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후보 등록일을 불과 한 달여 남겨놓고 있는 일정을 감안하면 늦어도 11월 초부터는 단일화 논의가 시작되어야 후보 등록일 이전까지 단일화 성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문재인-안철수 후보 사이의 후보 단일화 성사 여부 그리고 그 과정이 국민에게 어떻게 평가받느냐가 이번 대선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민주통합당 쪽에서는 안철수 후보를 향해 후보 단일화 압박을 계속해왔다. 민주당에 입당하라는 제안도 했고, 공동 정치혁신위원회를 만들자는 제안도 했다. 그러나 안후보 쪽이 응하지 않고 오히려 거부감만 드러내자, 이제는 단일화 압박을 중단하고 정치 혁신 논의로 선회한 모습이다. 일단은 적절한 변화인 것으로 보인다. 문-안 사이의 후보 단일화는 어느 한 쪽의 압박으로 풀려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더는 늦출 수 없다고 판단될 때 논의는 자연스럽게 물꼬를 트게 되어 있다. 상대 쪽의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인 입당 제안을 하는 등의 압박만 가하는 것은 제1 야당의 위신에도 걸맞지 않고 상호 신뢰의 차원에서도 도움되는 일이 아니다. 이제 민주당은 후보 단일화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도 정치 혁신의 의지를 보이면서 안후보 쪽과의 공통분모를 만들어가야 할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민주당의 과감한 인적 쇄신 노력이 요구된다. 여기에는 현 지도부의 사퇴, 참여정부 인사들의 백의종군 선언 등이 기본적으로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정당의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자신의 기득권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을 과감히 내려놓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정치 혁신 요구에 화답할 책임이 있다. 민주당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후보가 입당한들, 그 안에서 얼굴마담 이상의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민주당도 망하고 안철수도 망하는 길이다. 민주당은 안철수 후보가 자신들과 손잡는다 해도 그것이 ‘안철수 바람’을 사라지게 만드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선제적 변화를 해야 하고, 그것은 곧 야권 후보의 단일화 환경을 조성하는 길이 될 것이다.

안철수 후보로서도 과감한 변신이 필요해 보인다. 양자 대결 구도에서는 가장 앞서는 후보가 계속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한 모습으로 새 정치의 흐름을 선도하고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신을 중심으로 판을 주도해나가겠다는 적극적인 모습이 그간의 지지율에 걸맞은 모습이 될 것이다. 지지율이 앞서는 후보가 후보 단일화 문제에서 마냥 방어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오히려 지지율에서 앞서나가는 후보로의 단일화를 먼저 제기하고 나서는 것이 당당하고 투명한 모습이 될 것이다.

문-안 후보 단일화에서는 단지 누가 단일 후보가 되느냐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후보 단일화 과정을 어떻게 가져가서 양쪽의 지지층을 최대한 결합시키느냐도 중요한 숙제이다. 문-안 두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 과정은 그들의 리더십을 본격적으로 검증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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