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가들 떠난 자리에 ‘젊은 피’들 용솟음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2.10.2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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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김제동·김장훈, 공동 1위로 껑충

“세대교체가 안 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빨리 이루어진 측면이 있다.” 지난 2010년 8월 <시사저널>이 실시한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조사에서 ‘영향력 1위 NGO 지도자’로 선정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현 서울시장)가 당시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시민사회 진영의 세대교체가 미흡한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현재 시민단체의 실무 책임자들은 대부분 40대이다”라며 후배 시민운동가들에 대해 강한 신뢰를 내비쳤다. 실제 그해 10월에 실시한 ‘차세대 리더’ 조사 결과 시민운동 분야의 경우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던 김민영 사무처장과 김기식 정책위원회 위원장, 안진걸 민생팀장이 나란히 1~3위를 차지했다. 2008년과 2009년 연이어 1위에 올랐던 하승창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도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왼쪽)ⓒ 연합뉴스(가운데) ⓒ 시사저널 유장훈(오른쪽) ⓒ 시사저널 유장훈
40대 시민운동가들 대거 정계 진출한 영향인 듯

하지만 지난해부터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정치권의 우선 영입 대상이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위를 차지했고,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 신세계연합병원장이 공동 2위에 올랐다. 여기에다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4위, 방송인 김제동씨가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시민단체에 소속되어 전문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민운동가가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활동 영역을 넓혀온 인사들이 대거 시민운동 분야의 차세대 리더로 꼽힌 것이다.

시민단체에서는 이태호·염형철 ‘두각’  

올해에는 변화 폭이 더 크다. 조국 교수와 방송인 김제동씨 그리고 가수 김장훈씨가 공동 1위에 올랐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그 뒤를 이어 공동 4위를 차지했고, 최재성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6위에 올랐다.  그 밖에 이유진 녹색연합 팀장,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이구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백규석 환경부 자원보전국장, 이완정 인하대 교수, 윤철수 나사렛대 교수,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 서왕진 서울시 정책특보, 송호창 국회의원 등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UC버클리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조국 교수는 2000년부터 참여연대에서 사법감시센터 부소장과 소장,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학계에 있으면서도 시민사회와 소통해온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으로 꼽힌다. 그런 만큼 야권으로부터 정계 입문 권유도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야권의 대선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3단계 방안’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문재인 민주당 후보측에서 그를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02년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통해 방송에 입문한 김제동씨는 방송 진행자로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한편, 정치·사회 영역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2010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맡기도 한 그는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와 ‘청춘 콘서트’를 함께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최근에는 서강대가 그의 토크 콘서트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를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이유로 불허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올해로 데뷔한 지 22년이 되는 중견 가수 김장훈씨는 ‘기부 천사’ ‘독도 지킴이’로 유명하다. 그동안 사회에 기부한 돈이 무려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외를 넘나들며 독도 관련 행사와 홍보 활동에도 매진해왔다.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후배 가수 싸이와의 불화설이 제기되었다가 얼마 전 공연장에서 화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는 11월 초 새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처럼 대중문화 예술인들이 선두권에 진입한 데는 ‘2세대 시민운동’ 최전선에 있던 인사들이 대거 정치권으로 진출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2010년과 2011년 두 해에 걸쳐 2위에 오른 김기식 전 위원장은 지난 4·11 총선을 통해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2009년 2위에 이어 2010년 1위에 오른 김민영 전 사무처장은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50대에 접어든 하승창 전 사무처장은 안철수 대선 후보 캠프에서 대외협력팀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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