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이합집산, 혼란스러운 표심
  • 도쿄·임수택 편집위원 ()
  • 승인 2012.12.1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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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선 레이스 돌입하자 12개 정당 출사표 던져

시가 현(佐賀?)의 가다 유키코 여성 지사가 ‘일본미래당’을 창당했다. 정책의 차이로 민주당을 탈당한 ‘국민생활제일당’의 오자와 이치로는 ‘일본미래당’에 합류했다. 지금 일본에서는 12월16일 선거를 앞두고 정당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자민당, 공명당, 공산당, 일본유신회, 일본미래당, 민나노당(모두의 당) 등 12개나 된다. 자연스레 선거 구도가 복잡해지고 다극화되었다.

이번 중의원 선거는 민주당·자민당·공명당 3당이 소비세 증세 법안을 통과시킨 데서 비롯되었다. 자민당이 민주당에 동의해 준 조건은 ‘국민에게 책임을 묻자’였다. 즉, 중의원을 해산하고 선거를 치르자는 것이었다. 그 약속대로라면 이번 선거는 소비세를 두고 전선이 갈려야 했다. 소비세 증세에 동의한 민주당·자민당·공명당 대 기타 정당 간의 선거로 치러지는 구도가 만들어져야 했다.

하지만 선거 양상은 앞선 구도와 전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이번 선거를 정권 탈환의 기회로 삼으며 민주당과는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민주당 역시 소비세 증세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라는 이슈를 강조하고 있다. 민주·자민·공명 3당 모두 직전의 약속을 모른 척하며 유권자들이 원하지 않는 ‘증세 카드’를 회피하는 중이다. 암묵적으로 어차피 선거가 끝나면 누가 정권을 획득하더라도 3당 체제에서 정국이 운영될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도에 반기를 든 인물이 바로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다. 중앙집권제 타파, 지역주권 중심을 주장하며 민주·자민·공명당의 틀을 깨 제3 세력을 만들려고 ‘일본유신회’를 창당했다. 일본유신회가 손을 잡은 이가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 도지사이다. 하시모토와 이시하라, 두 사람은 국민적 인기가 높지만 대표적인 우익 인사들이다. 이시하라 대표는 자민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공조를 언급하는 실책을 범해 ‘일본유신회’의 존재감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 가다 유키코 시가 현 지사가 만든 ‘일본미래당’이 선거 정국의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이는 미래당에 합류한 두 사람 때문이다. 바로 선거의 백전노장 오자와 이치로와 가메이 시즈가 전 국민신당 대표이다. 이들은 한때 민주당 정권과 운명을 같이한 사람들이지만 정책 차이와 내부 갈등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뒤 때를 기다리며 관망하고 있었다. 현실 정치 감각이 뛰어난 이 두 사람의 참여로 ‘일본미래당’은 선거 국면을 순식간에 바꿔 놓았다.

오자와는 노다 총리가 야당인 자민당·공명당과 손잡고 국회에서 소비세 인상안을 통과시키자 불만을 품고 자파 의원 약 30여 명을 이끌고 민주당을 탈당했다. 가메이도 마찬가지다. 모두 소비세 인상에 반대했다. 이번 선거에서 드디어 소비세 문제를 두고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은 셈이다.

문제는 소비세 문제로 치러지는 선거인데도 정작 소비세 문제는 뒷전이라는 데 있다. 시급한 정책을 묻는 인터넷 실시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원전 및 에너지 문제, 경기 대책, 외교 안보 그리고 헌법 개정 등을 먼저 해결해주기를 바랐다. 그중 원전 문제와 경기 대책 등 민생 경제 문제에 대한 관심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월30일 일본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당 대표 토론회에 앞서 각 당의 대표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 이번 중의원 선거에는 무려 12개 정당이 출사표를 던졌다. ⓒ AP 연합

이슈마다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 보여

원전 문제는 각 당 간 입장 차이가 크다. 자민당의 아베 총재와 ‘일본유신회’의 이시하라 신타로 대표는 애매한 입장이지만 큰 틀에서는 원전을 유지하는 쪽이다. 반면 가다 유키코 일본미래당 대표의 입장은 명확하다. 2022년을 목표로 원전 50기를 없애겠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원전 폐지에 찬성하는 민주당은 에너지 수급 차원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당장 폐지하는 것은 어렵지만 2030년대까지 원전의 의존도를 제로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공명당은 원전 폐지에 가장 확고하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를 제외한 주요 정당은 원전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경기 대책 문제도 유권자들의 큰 관심사이다. 자민당의 아베는 총재로 취임한 직후 디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무한 양적 완화와 일본은행이 건설 국채를 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덕에 일본은행과 갈등을 빚고 있다. 현재 ‘잃어버린 20년’의 경기 침체에서 어떻게든 빠져나와야 한다는 점에서는 각 정당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률 목표치는 조금씩 다르다. 경기 부양 주제를 선점한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명목 성장률 3% 이상을, 민주당은 2020년까지 명목 성장률 3%와 실질 성장률 2%, 민나노당은 명목 성장률 4% 이상을 주장하고 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노다 총리는 자신의 대표적인 정책 브랜드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지만, 아베 자민당 총재는 “성역 없는 관세 철폐가 전제 조건이라면 반대한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공산당·공명당 등은 TPP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외교·안보 문제에서도 정당 간 차이가 선명하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강경하고 보수적이다. 두 정당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야 하며 평화헌법을 개정해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공무원을 주재시키겠다는 아베의 발언은 향후 일-중 관계에서 파란이 일 것임을 예고하는 예고편이다. 그동안 자민당과 공조를 이루어온 공명당의 경우 헌법 개정과 같은 주제에서는 자민당과 반대 입장이다. 일본미래당은 ‘TPP 반대’와 ‘동아시아와의 관계 중시’를 외교의 기본 축으로 정했다. 사회 보장, 교육 정책에서도 정당 간의 주장이 제각각이다. 정책별로 봐도 하나의 큰 틀을 찾기 어렵다.

유권자들은 혼란스럽다. 예를 들어 원전의 경우 민주당·공명당·일본미래당이 같은 의견을 갖고 있다. 반면 TPP 문제로 넘어 가면 공명당은 완전 반대의 입장에 서 있는 식이다. 이번 선거에서 각 당의 정책적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어느 당도 과반수를 넘지 못하거나 과반수를 넘는다고 해도 이런 정책적 차이 때문에 선거 이후의 정국 운영이 갈등과 대립의 모습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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