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먹자고 동물에 고통 줘야 하나
  • 조철 기자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2.12.2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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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굽기 전 한 번쯤 철학적 질문 던져라

“고기를 먹는 일은 윤리와 관련이 있다. 그것도 아주 큰 관련이 있다”라고 말하는 철학자. 최훈 강원대 교수는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에서 “윤리적이 되기 위해서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아서는 윤리적인 사람이 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저자는 철학을 공부한 이래로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불일치에 대해 심각한 자기 반성에 부딪혔다. 그리고는 마침내 채식주의를 실천하기로 결심했다. 철학자답게 채식 결심을 해도 너무 철학적으로 했다. ‘살아 있는 생명이라면 누구나 자기에게 주어진 본성을 마음껏 누리며 살고 싶은 선호가 있다’라거나 ‘내가 고통받는 것을 싫어한다면 남에게도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된다’라는 명제를 앞세웠다.

최교수는 이 책에서 채식주의, 정확하게 말하면 채식의 윤리적 측면에 대해 다루었다. 그렇다고 심각한 철학적 난제로 다룬 것은 아니었다. 웃음을 참을 수 없게 하는 자신의 체험담에서 시작해 채식의 윤리적 의미를 찬찬히 이끌어낸 것이다.

최교수의 논지는 쉽다. 인간이 고기를 먹기 위해 동물들에게 가하는 엄청난 고통 때문에 육식은 비윤리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약자가 당하는 고통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윤리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을 때, 고기를 먹지 않음으로써 동물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교수는 인간도 동물의 하나이다. 그리고 동물끼리 서로 잡아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면 인간이 동물을 먹는 일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바로 이런 방식으로, 인간이 고기를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전통이므로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로 인간이 고기를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가? 나아가 자연스러운 일이니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안 될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답으로 최교수는 “윤리란 사실 판단(to be)을 받아들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당위(have to)를 설정하는 데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운을 뗐다. 그리고는 “동물이 서로를 해치는 것은 생존을 위한 것이지만 인간에게는 얼마든지 대안이 있고 윤리적 판단력도 가지고 있다. 즉, 동물에 대한 인간의 우월성을 인정하면서도 채식은 여전히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동물에 대한 차별이 인종 차별이나 여성 차별과 본질적으로 하나도 다름이 없다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런 윤리적 명제들을 전혀 반박하기 어렵다면 당연히 생활에서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최교수의 채식 동기였다. 그런데 최교수도 같은 사람인지라 고기에 대한 미련을 끊지 못해 갖은 핑계를 만들어 고기에 손을 대고, 채식 실천에 거의 성공했다 싶으면 다가오는 주변의 유혹에 전전긍긍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보기에 따라서 최교수의 행동은 가관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솔직한 고백이 윤리 교과서라면 듣지도 않을 사람들의 귀를 열게 만든다. 그러는 와중에 최교수는 잔인한 공장식 축산은 물론, 육식이 전 세계 기아 인구에게 미치는 악영향까지 차근차근 설명했다.

최교수는 재미있는 비유 한 가지를 통해 그의 주장을 요약하기도 했다. “인간보다 힘과 지능이 월등하게 뛰어난 외계인, 가령 에일리언들이 나타나서 인간이 동물을 잡아먹듯이 인간을 잡아먹는다면? 황당한 가정이지만 인간이 동물의 고기를 먹기 위해 드는 근거들, 즉 지능과 능력의 차이, 종적인 구별, 입맛과 식감, 지구의 지배자 등등 모든 논거는 똑같이 에일리언들이 사람을 먹는 근거로 들 수 있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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