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네트워크의 허브는 ‘현오석’
  • 이승욱 기자·이종대 ‘트리움’ 이사·우연 인턴기자 ()
  • 승인 2013.02.2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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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트리움이 SNA 통해 본 새 정부 ‘권력 지형도’

어떤 집단이든 그 내부에서는 힘의 역학관계가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관계망 분석(SNA)’ 전문가들은 한 집단 내 힘의 역학관계를 집단에 속한 구성원 사이에 형성된 사회적 관계망(Social Network)에서 찾는다. 특정 집단 내 구성원(노드)들은 지연과 학연, 경력 등 다양한 연결 고리(링크)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그 연결 고리들이 어떤 구성원에게 편중되는지에 따라, 그리고 연결된 정도에 따라 집단 내의 힘의 역학관계가 나타나는 것이다.

국가 권력은 이러한 힘의 역학관계가 가장 고도화된 집단이다. <시사저널>은 박근혜 정부의 첫 내각과 청와대를 구성하고 있는 최고위층 인사들의 인맥도(관계망 지도)를 분석했다. 권력 내부의 얽히고설킨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향후 새 정부에서 펼쳐질 의사결정 구조나 권력 내부의 갈등 양상 등을 일정 정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22일 서울 삼청동 금융원수원에서 열린 대통령직인수위 해단식에서 박근혜 당선인과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시사저널>은 이를 위해 소셜 미디어 분석회사인 ‘트리움’과 공동 분석팀을 꾸렸다. 분석 대상은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정홍원 총리 후보자와 각 부처 장관 후보자 등 내각 인사 18명 그리고 청와대 비서실장·국가안보실장·경호실장과 수석비서관 9명 등 청와대 인사 12명을 포함한 총 31명이다. 먼저 분석팀은 분석 대상자들의 이력을 면밀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유료 인물 정보 사이트 등에서 분석 대상자들의 고향과 학력, 직장, 사회활동 경력 등 프로필 자료를 수집했다.

이어 수집한 프로필을 컴퓨터 프로그램인 엑셀로 데이터베이스(DB)화한 후, 필터링 과정을 거쳐 출생지와 출신 학교, 직장과 경력 등에 유사성이 있는 집단을 따로 코드화(코딩)했다. 마지막으로는 트리움이 보유하고 있는 SNA 프로그램을 이용해 코딩한 데이터를 토대로 박근혜 초대 정부 인사들의 관계망 지도를 그렸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허브, 현오석→박근혜→정홍원 순

우선 권력의 중심을 상징하는 허브(Hub) 분석에서부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분석 결과, 정부 내 권력 서열 3위인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가 박대통령과 정홍원 총리 후보자를 제치고 허브로서 가장 큰 위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오른쪽 위 관계망 지도 참조).

인적 네트워크상 허브는 권력의 중심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권력은 단체의 우두머리와 같은 제도적·조직적 권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허브는 상명하복(上命下服)식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이가 아니라, 인맥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숨은 권력자를 말한다.

현후보자가 허브 1위를 차지한 저력은 행정고시와 경기고, 서울대로 관통하는 그의 이력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내정자와 윤병세 외교부장관 후보자 등 7명과 다양한 형태의 인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관계망 지도상에서 만들어지는 권력의 중심에서 박대통령은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정홍원 총리 후보자,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후보자, 유정복 안전행정부장관 후보자 등이 상위권 허브의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노드(집단의 구성원)와 노드가 다양한 연결 고리(링크)로 이어져 있다. 선이 굵을수록 다양한 인맥을 맺고 있다는 의미이다. 권력의 중심을 나타내는 허브 분석에서 현오석 후보자의 허브 크기가 커 위상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드와 노드를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매개자(권력의 가교)를 표시한 관계망 지도. 매개자로서 위상을 지표 값으로 환산한 ‘매개중심성’ 순위 분석에서 다양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후보자가 1위를 차지했다.
윤상직·허태열 등 ‘권력의 가교’로 주목

사회적 관계망 부문에서 허브(권력의 중심)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노드(구성원)는 ‘매개자(Betweenness Centrality)’이다. 허브를 권력의 중심이라고 한다면 매개자는 한 집단 내에서 형성되는 권력의 가교라고 말할 수 있다. 매개자는 말 그대로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노드와 노드를 연결해주는 고리 역할을 하는 중간 노드를 말한다. 쉽게 말해 사람 간의 관계에서 일종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다.

분석 결과, 박근혜 정부에서 매개자로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큰 인물로 윤상직 장관 후보자가 꼽혔다. 이어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와 이동필 농림축산부장관 후보자, 유정복 안전행정부장관 후보자, 방하남 노동부장관 후보자 등이 꼽혔다(21쪽 아래 관계망 지도 참조).

매개자로서의 역할 정도를 나타내는 ‘매개 중심성’이 가장 큰 윤후보자는 부산고와 서울대, 고려대 대학원, 서울대 행정대학원, 지경부,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 대학원 출신으로, 새 정부 내의 다양한 인맥들과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는 인물로 분석되었다. 대통령 비서실장인 허내정자 역시 부산고, 성균관대, 국방대학원, 위스콘신 대학교 대학원, 국회 등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었다.

매개 중심성이 큰 인물은 집단 내 이질적인 그룹이나 인물들 사이에서 빚어질 수 있는 갈등 양상을 조정해줄 수 있는 인적 기반을 갖고 있어 눈여겨볼 만하다. 결국 박근혜 정부 첫 조각에서 이해관계 충돌 등 갈등 양상이 빚어질 경우, 윤후보자와 허내정자 등 매개 중심성이 강한 인사들의 역할이 커질 수 있는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맥 관계가 2개 이상인 그룹을 나타낸 관계망 지도. 노드(구성원)의 경력이 해당 그룹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그룹 내 특정 노드와 연결 고리(링크)가 강하면 해당 그룹에 소속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김종훈·김병관 후보자 등이다.
3개 실세 그룹, 힘의 역학관계 형성

분석팀은 또 새 정부의 실세 그룹을 SNA를 통해 추정해보기도 했다. 31명의 분석 대상자들 사이에서 연결 빈도가 2개 이상인 인적 네트워크만 따로 떼어서 본 결과, 3대 인맥이 새 정부의 ‘실세 그룹’으로 부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왼쪽 관계망 지도 참조). 박대통령 중심의 새누리당-친박 계열 그룹과 현오석 부총리 후보자 중심의 행시-경기고-서울대 그룹이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었다. 두 그룹 사이에서는 윤상직·진영 후보자와 허태열 내정자 등 3인방이 가교 역할을 할 위치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네트워크상 두 그룹과 분리된 사시-성균관대-서울대 행정대학원 그룹도 새 정부에서 꿈틀댈 수 있는 인맥으로 분석되었다. 이 그룹은 정홍원 총리 후보자를 중심으로 연결 고리를 맺고 있는 황교안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곽상도 민정수석비서관 내정자 등이 속해 있다.

이번 SNA 분석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보면, 박근혜 정부 첫 조각은 제도적인 권력 중심인 박근혜 대통령과 인적 네트워크상 권력의 중심인 현오석 부총리의 투톱 체제를 유지하면서, 3대 인맥 그룹이 탄탄한 역학관계를 형성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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