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마 거물의 ‘화려한 생활’
  • 정락인 기자·이유심 인턴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3.02.2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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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마 시장에서 최고 인기 프로그램은 일명 ‘추노’이다. 2010년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드라마 <추노>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추노는 사설 프로그램 경마 시장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검찰은 최근 ‘추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유통한 조직을 적발했다. 규모만 해도 2천억원대로, 지금까지 사정기관에 적발된 것 중 최대이다.

이 조직의 주범은 이동익(가명·46)이다. 지난 1월 수원지검 강력부 수사관들이 이동익이 사는 서울 광진구의 ㅅ아파트에 들이닥쳤다. 이씨는 마침 집에 있었고, 검찰은 그를 긴급 체포했다.

그런데 이동익은 체포된 지 2일 만에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씨를 잘 아는 지인은 “당시 유명 로펌에 1억2천만원을 들여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한다. 내가 알기로 긴급 체포 이후 풀려날 확률은 1천분의 1이라고 하는데, 바로 풀려났다”라며 혀를 찼다.

이동익은 검찰에서 풀려난 후 곧바로 잠적했다. 검찰은 이씨에게 지명수배령을 내리고 행적을 뒤쫓고 있다. 출입국 기록 등을 통해 해외로 나가지 않은 사실은 확인되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동익은 2010년 1월부터 올해 1월 초까지 사설 경마 중간센터 7곳에 프로그램을 유통하는 등 약 8백97억원대의 사설 경마 조직을 이끌었다.

그는 오랜 기간 사설 경마 조직을 운영했지만 수사기관에 적발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수사기관의 칼끝이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수원지검이 이씨에게까지 수사망을 좁힐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사설 경마 조직에 대한 척결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이동익은 사설 경마로 번 돈으로 호화 생활을 했다. 지인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의 아파트는 유명 연예인이 많이 사는 최고급 아파트이다. 집 안은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있을 정도로 화려하다고 한다. 승용차는 고급 외제차인 벤츠를 타고 다녔다.

돈이 많다 보니 따르는 후배나 건달들도 많았다. 이씨의 지인은 “동생들을 수백 명 거느리고 있다. ‘암흑세계의 왕’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동익이 ‘내 사람이다’라고 한 사람은 없었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씀씀이도 컸다. 자기를 따르는 ‘동생’들의 부모 칠순잔치나 결혼식에 다른 사람들이 10만원을 낼 때 이씨는 ‘100만원’을 냈다고 한다.

그러면 이동익은 지금 어디에 숨어 있을까. 여러 가지 추측이 무성하다. 이씨의 머리가 상당히 비상했다는 지인들의 말을 감안하면 쉽게 예상할 수 없는 곳에 있을 수도 있다. 또, 돈이 충분한 만큼 신분증 등을 위조해 특급 호텔 등에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이씨의 지인은 “동익이가 검거되면 1~2년은 징역을 살아야 한다. 여기에다 50억원 정도의 추징금을 내야 하니 잡히는 것보다는 몇 년 도망 다닐 생각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이 추적하고 있는 만큼 그의 도피 생활도 곧 종지부를 찍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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