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놓은 상금으로 파리에서 공부해요”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3.03.1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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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인터뷰

조성진. 이제 스무 살이다. 대학교(파리국립고등음악원) 1학년.

유학 중이라 특출하게 집안이 부유한 줄 알았는데 봉급쟁이 가정의 장남이다. 프랑스는 학비가 싼 편이다. 그동안 벌어놓은 콩쿠르 상금과 대원음악상 신인상을 탄 것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벌어놓은 상금’이라고 말할 정도로 조성진은 그동안 상을 많이 받았다. 2009년 일본 하마마쓰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2011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3위를 차지했다. 그해 대원음악상 신인상을 탔다.

클래식 세계에서 이름값이 높은 콩쿠르 입상은 큰 자산이다.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의 제자로 국내에서 교육받은 토종 피아니스트인 조성진이 스무 살 이전에 이 정도의 성적을 낸 것은 신동이 많은 음악계에서도 특별하다.

하지만 그는 “나는 신동이 아니다. 진짜 신동은 키신 같은 사람이다. 나는 신동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피아니스트를) 하고 싶은 것이다. 신동 이미지는 나중에 어렵다고 생각한다. 아역 배우가 성인 배우가 되기 어렵듯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은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닌 것 같다. 내 음악이 어떤 클래스에 안착한 것이 아니다. 더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과 여유가 묻어난다. 그가 연주회에 등장할 때 꼭 손수건을 꺼내 피아노 한편에 얹어놓고는 차분하게 시작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조성진은 사랑을 많이 받는다. 스승인 신수정 명예교수는 물론, 서울시향의 정명훈 지휘자, 김대진 한예종 교수 문하의 손열음이나 김선욱도 그를 아낀다.

“정명훈 선생님이 음악 만드는 것을 많이 도와주신다. 리허설을 할 때 오케스트라 단원이 다 들어가고 난 뒤 무대에서 정 선생님이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이렇게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라고 말씀해주신다. 그게 큰 도움이 됐다.”

프랑스의 대표 작곡가인 라벨이나 드뷔시는 파리국립고등음악원 출신이다. 조성진이 그들의 후배가 된 셈이다. 콩쿠르 세계에서 프랑스 현대음악계는 별 지분이 없다. 그럼에도 조성진은 유학지로 프랑스를 택했다. 그는 “프랑스 문화를 겪어보고, 경험하고

ⓒ 빈체로 제공
싶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어를 배워 입학 자격증을 딴 그는 까뮈의 <이방인>을 원서로 읽으면서 바스티유 오페라와 비행기 여행을 무서워하는 명피아니스트 소콜로프의 연주회를 파리에서 마음껏 즐기고 있다.

올해 국내 무대에도 선다. 4월22일 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뮌헨 필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예술의 전당 무대에 올린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함께 전국 투어에도 동행한다.

“프랑스 음악은 크리스털 같은 느낌이고, 독일 음악은 그 반대다. 맥주 생각이 나고, 둥글둥글하고, 어찌 보면 딱딱한 음색을 중시한다. 4번 협주곡 연주에서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독일적인 사운드를 표현하려고 한다. 이 곡은 베토벤 전성기 때의 작품이다. 베토벤은 어려웠지만 예전보다는 그래도 좀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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