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원 10명 중 3명 “안철수 신당으로 옮길 수 있다”
  • 감명국 · 이승욱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3.04.30 20: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저널>-리얼미터, 민주당 대의원·권리당원 1000명 설문조사

‘위기가 곧 기회’라는 통념은 5·4 전당대회를 앞둔 지금 민주당에 가장 절실히 와 닿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여의도 입성 후폭풍을 민주당이 가장 정면으로 맞을 수밖에 없는 까닭에 향후 2년간 ‘민주호’를 이끌어갈 새로운 선장이 누가 될지 여부는 더욱 뜨거운 관심사가 됐다. 그 선장이 이른바 ‘안철수 세력’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 여부가 향후 정국의 최대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표 경선에 후보로 출마한 비주류의 김한길 의원은 친노·주류 및 범주류로 일컬어지는 이용섭·강기정 의원에 비해 한 발짝 앞서갔다. 그러나 2, 3위로 뒤를 쫓고 있는 이용섭·강기정 의원이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상황은 마지막까지 예측 불허가 됐다. 덕분에 경기를 바라보는 관중으로선 흥미를 더하게 됐지만 “또 계파 갈등이 재현되는 것이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아직 민주당이 정신을 못 차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경선에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서 선출하게 된다. 당 대표 선거에는 대의원 50%, 권리당원 30%의 의견이 반영되고 일반 여론조사 결과가 20% 반영된다. 대의원들은 직접 투표를 하고, 당원들은 ARS 투표와 우편 투표로 참여하게 된다. 지난해 전당대회(전대) 때 채택됐다가 대의원과 당원들의 반발을 샀던 모바일 선거는 이번에 도입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전대에서는 대의원과 권리당원 의견이 전체 판세를 좌우할 전망이다.

<시사저널>은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4·24 재보선 결과가 나온 다음 날인 25일 전국 민주당원 1000명(대의원 625명, 권리당원 3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먼저 민주당원의 전화번호명부에서 조사 대상을 무작위(랜덤)로 추출했다. 이어 자동전화응답 방식(ARS)으로 조사 대상자의 대의원과 권리당원 자격을 확인한 후, 설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설문조사의 신뢰 수준은 95%에, 오차 범위는 ±3.1%p다.

민주통합당 이춘석(왼쪽부터) 전북도당위원장,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강기정·김한길·이용섭 당 대표 후보가 4월20일 전주교대에서 열린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당 대표 적합도 등 새 지도부 선출

조사 시점이 범주류 후보의 단일화 성사 이전이기 때문에 대표 적합성을 묻는 설문조사는 모두 세 가지 경우의 수로 진행했다. 우선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3자 대결 조사에서는 여전히 김한길 의원이 49.6%를 얻어 선두를 달렸고, 이어 이용섭 의원 23.8%, 강기정 의원 13.7% 순이었다. 김 의원이 수도권과 영남·강원 등 모든 지역에서 상대 후보에 비해 우세를 보였으나, 광주·전남·제주에서만 이 의원에게 36.9% 대 37.6%로 오차 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밀렸다.

주류 후보 두 명 가운데 한 발짝 더 앞서 있는 이 의원으로 단일화가 될 경우, 현재 선두인 김 의원과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나타났다. 김한길-이용섭 맞대결 구도에서 김 의원은 44.6%로 3자 구도에서보다 지지율이 조금 떨어진 반면, 이 의원은 42.2%로 약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차 범위 내 접전으로 일종의 단일화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김한길-이용섭 맞대결…오차 범위 접전

김 의원은 서울과 전북에서 확고한 우세를 나타냈고, 인천·경기·영남·강원에서 오차 범위 내에서 근소한 우세를 나타냈다. 반면 이 의원은 자신의 지역 기반인 광주·전남·제주에서 확고한 우세를, 대전·충청에서 오차 범위 내 우세를 보였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엇갈린 반응이다. 권리당원의 45.8%가 김 의원을 지지해 이 의원(35.6%)보다 10.2%p 이상 높았다. 하지만 대의원의 경우에는 비록 오차 범위 내이지만 46.1%가 이 의원을 지지해 김 의원 지지율 43.9%보다 2.2%p 높았다.

강기정 의원이 단일 후보가 됐을 경우에는 김 의원과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의원 59.6%, 강 의원 28.1%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봐도 강 의원 지역구인 광주를 포함한 전 지역에서 김 의원이 크게 앞섰다.

민주당원은 5·4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새로운 당 지도부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무엇을 꼽았을까. 민주당원 10명 중 6명이 ‘당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응답자 중 무려 63.8%가 이렇게 답했다.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 등 여권에 더 강하게 맞서야 한다’는 응답은 12.9%에 그쳤다. ‘안철수 의원 세력과 적극적으로 연대해야 한다’(9.7%), ‘계파 갈등 해소에 주력해야 한다’(6.2%), ‘진보 정당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해야 한다’(4.1%)가 뒤를 이었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4월26일 국회에서 취재진에게 둘러싸여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 관계

이번 설문조사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안철수 신당’과 관련된 질문이었다. 4·24 재보선을 통해 안철수 의원이 원내 진출에 성공함에 따라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이 정치권의 핵심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오는 10월 하반기 재·보궐 선거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신당의 출현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신당 창당 움직임에 따른 민주당원들의 동요는 야권 재편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안철수 의원 중심의 신당이 만들어지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2.0%는 ‘민주당에 계속 남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민주당 상황을 좀 더 지켜본 후 신당으로 옮길지를 고민하겠다’는 응답도 26.9%나 됐다. ‘당장 신당으로 당적을 옮길 계획’이라는 응답은 6.0%였다. 당장이든 나중이든 민주당을 이탈해 신당으로 옮길 의사를 가진 대의원과 당원이 32.9%로 10명 중 3명꼴이다.

전북은 안철수에 호의적, 충청은 비호의적

특히 전북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전북에선 ‘당에 남겠다’는 51.3%인 데 반해 옮길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45.6%나 됐다.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안철수 신당에 호감을 나타난 셈이다. 상대적으로 광주·전남·제주에선 28.8%만이 신당에 호감을 보여 같은 호남 지역이라도 대조를 보였다. 서울 역시 ‘당장 옮기겠다’가 10.4%에 달하는 등 35.1%가 신당으로 옮길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위기감 때문일까. 민주당원의 과반 이상은 안 의원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안 의원 영입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응답은 51.4%로 집계됐다. ‘안 의원이 독자 세력을 형성하도록 하고 향후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는 응답은 24.0%다. 반면 ‘안 의원은 민주당과 정체성이 다르므로 함께해선 안 된다’는 16.2%에 그쳤다. 어떤 식으로든 안 의원과 함께 가야 한다는 의견이 전체의 75.4%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안 의원 영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은 전북(65.7%)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안 의원과 함께해선 안 된다는 의견은 대전·충청(31.1%)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민주당의 최대 폐해는 ‘계파 싸움’ 


적절성 논란을 빚었던 민주당 대선평가위원회의 대선평가보고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지난 4월9일 발표된 대선평가보고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민주당 대의원과 권리당원 45.2%는 ‘대선 평가로서는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적절한 대선 평가를 했다’는 35.5%다.

김한길 의원 지지층에서는 부정적 의견(41.7%)과 긍정적 의견(41%)이 비슷했다. 이에 반해 이용섭 의원 지지층 가운데서는 부정적 의견(47.4%)이 긍정적 의견(39.3%)보다 높았다. 이는 대선평가보고서가 문재인 전 대선 후보와 한명숙·이해찬 의원 등 친노 진영의 특정인 또는 특정 계파에게 책임을 묻는 경향으로 흐르면서 친노 지지 당원들이 가진 인적 쇄신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이 처한 가장 큰 위기의 원인에 대해 계파 갈등을 지목한 사람이 많았다. 응답자의 31.8%가 ‘친노와 비노 간 갈등 등 계파 싸움’이라고 답했다. 17.0%는 ‘당원을 무시하는 비민주적·폐쇄적인 당 운영’을 민주당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이어 ‘불분명한 당 정체성의 혼란’(16.2%),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능력 및 자질 부족’(14.9%), ‘당 지도부의 지도력 부재’(14.8%) 순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광주·전남·제주 지역 대의원 및 당원의 경우, ‘당원을 무시하는 비민주적·폐쇄적인 당 운영’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21.1%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점이다. 전북 지역은 ‘의원들의 자질 부족’(29.4%)을, 서울 지역은 ‘당 지도력 부재’(20.0%)를 지적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