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한국전쟁은 소리 소문 없이 올 것”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3.05.0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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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이상한 전쟁> 펴낸 언론인 출신 김동익 작가

2월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고조된 한반도 긴장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잔류했던 직원들이 돌아오자 전쟁이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외국에서 종군기자들이 몰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불안에 떨어야 할 대한민국은 차분하다. 식품 사재기 같은 현상도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 시점에서 벌어질 수 있는 제2 한국전쟁을 가상소설 형식으로 담아낸 책이 눈길을 끈다. <이상한 전쟁>(중앙북스 펴냄)을 쓴 언론인 출신 김동익 작가는 “외국에 가족이 있는 사람 중 전쟁이 나지 않겠느냐며 걱정하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나 또한 그런 전화를 받았다. 어떤 이는 한국을 떠나 외국으로 들어오라는 권유를 받기도 했다”며 한반도 긴장 국면에 대해 설명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 실상 촘촘히 묘사

김 작가에 따르면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들의 동향을 살피는 데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적극적이다. 한국인은 전쟁 위협이 고조되는데도 무감각하고 북한의 실상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상한 전쟁>은, 북한의 실상을 알아야 도발 위협을 밥 먹듯 하는 그들의 속내를 알 수 있다는 취지에서 썼다. 그래서 최근 북한의 동향과 인물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북한 지도부의 실명을 그대로 쓰고 무기체계도 실제 자료에 근거해 제시했다. 오랫동안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쌓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김 작가는 북한에 대해 “체제랄 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충분히 예상했고, 그것을 소설로 옮기는 데 무리가 없었다고 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김정일 사망 전, 체제 유지의 불안감 때문에 전쟁을 구상하는 북한 수뇌부 회의. 전쟁은 3단계의 주도면밀한 계획 아래 실행 준비에 들어가고, 1단계 교란전을 필두로 남한 각지에 사회 혼란을 야기하려 한다. 조용한 휴전선을 중심으로 ‘이상한 전쟁’이 시작되는데….

김 작가는 이 전쟁의 특징을 두 가지로 요약했다. “제2의 한국전쟁은 개전 날짜가 없다. 굳이 날짜를 붙인다면 북한이 교란전을 시작하는 시점이다. 제2의 한국전쟁은 또 하나의 특이한 점이 있다. 휴전선은 그대로 두고 양측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김 작가의 분석에 따르면 김정일 사망 후 북한 지도 체제는 김정일의 유훈을 따라야 한다는 큰 명제를 떠안는다.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지도부 역시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체제 유지에 대해 불안감을 품고 있다. 게다가 그 지도부는 김정일이 가졌던 카리스마가 없어 불안감은 한층 더하다. 거기에 군부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김정일의 유훈인 ‘대남 혁명 수행’을 완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조돼 어느 누구도 제동을 걸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김 작가는 “북한이 핵을 가지려 용을 쓴 이유는 미국의 위협에 맞선 것이다. 또 무기를 수출하려는 목적이 있고, 대남 교란용으로 쓰려는 속셈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상한 전쟁>에서는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전면전도 펼쳐지지 않는다.

“최근 북한의 도발 위협이 고조됐을 때 전면전의 위험이 있느냐 없느냐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전면전은 어렵다고 본다. 남북 간에 한국전쟁 때와는 다른 전력의 차이가 생겼다. 북한의 상황도 달라졌다. 내부를 결속하고, 김정은의 리더십을 억지로 세우기 위해 긴장 국면을 만들어 끌고 가야 하는 입장이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데서 시작되는 전쟁

김 작가는 자료를 살피다가 북한이 5000톤가량의 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을 접했다. 세균전에 쓸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는 정보도 입수했다. 그런데 전면전은 엄두를 낼 수 없는 북한으로선 남한을 교란해 내부를 붕괴시키는 전략 외에 별다른 수가 없다. 김 작가는 “북한의 이념은 공산화 통일이다. 이건 변함이 없다고 본다. 이를 위해 괴질을 일으킬 세균 무기를 쓰거나 주유소들을 터뜨리거나 산불을 사방팔방에서 일으키거나 지하철을 독가스로 공격하는 등 혼란에 빠뜨릴 궁리를 할 것이다. 그래서 예상되는 제2 한국전쟁을 ‘이상한 전쟁’이라고 명명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국지전 도발을 감행하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괜히 전쟁을 일으켰다가 당할 피해를 생각해서 남쪽을 교란시키는 전술만 쓸 뿐이다. 계속 긴장감을 조성해 남한 내부의 결속력이 약해지고 여러 세력 간 분쟁이 심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김 작가는 ‘전쟁은 망상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어릴 때 겪은 한국전쟁에서 절감했다. 히틀러는 나치즘에 열광하는 독일 국민을 보고 전 유럽이 나치즘에 열광할 수 있다는 망상에 빠졌다. 일본 군부는 미국·영국·중국에 포위돼 압박받는 일본이 곧 질식할지도 모른다는 피해망상에 빠졌다. 그래서 히틀러는 폴란드로 진격했고, 도조 히데키는 진주만을 공격했다. 베트남 전쟁도 그렇다. 베트남의 공산화는 미국의 안전과 국익을 위협한다고 생각해 미국은 베트남 전쟁의 주역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피해망상이었다는 것은, 미국이 패퇴하고 베트남이 통일된 후 전개된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전쟁에서 꼭 이길 수 있다는 확신 아래 도발을 감행한다고는 할 수 없다. 패배의 경우도 가정할 것이다. 그러나 과대망상이나 피해망상으로 인해 이성의 균형을 잃으면 전쟁의 종말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게 된다. 전쟁의 비극은 거기서 비롯된다. 이 소설은 전쟁의 전개 양상을 그려간 소설이지만, 한반도에서 그런 비극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겠다는 바람에서 쓴 것이다.”

김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60년대 초 조선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디뎌 중앙일보 편집국장과 주필을 지냈고, 중앙일보 대표이사를 역임한 뒤 정무 제1장관을 지냈다. 이후 건국대와 성균관대 교수로 강단에 섰으며, 용인송담대학 총장을 지냈다. 저서도 여러 편 남겼는데, 2010년부터는 매년 한 편씩 장편소설을 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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