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먹고살 길 찾아라”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3.05.1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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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제과, 베이커리 사업 철수설 재부상…회사측 “사실무근”

크라운제과가 베이커리 사업 철수를 준비 중이라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다. 국회 경제민주화포럼 등이 5월7일 주최한 ‘재벌·대기업 불공정·횡포 피해 사례 발표회’를 통해서다. 유제만 크라운베이커리가맹점주협의회 대표(천안 직산점주)는 이날 “크라운제과가 베이커리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애물단지가 된 사업에서 철수하는 것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위해 회사가 꼼수를 쓰고 있다. 가맹점에 불리한 영업 환경을 조성해 스스로 문을 닫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라운에서 최근 주문 제도를 변경하고 각종 할인 혜택을 축소한 일련의 조치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기자가 만난 한 가맹점주는 “최근 접수된 민원 서류를 검토 중이라는 공정위 답변을 받았다. 조만간 조사에 착수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등 관련 기관에도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남양유업 사태로 촉발된 ‘갑의 횡포’ 논란이 서울우유·매일유업·한국야쿠르트·크라운제과 등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5월7일 국회에서 경제민주화포럼 주최로 ‘재벌·대기업 불공정 횡포 피해 사례 발표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갑의 횡포’ 논란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대

크라운제과측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현재 이익을 내고 있는 회사와 적자인 기업을 동일한 잣대로 보는 것 자체가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사업 철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일부 매출이 낮은 가맹점이 회사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하고 있다”며 “베이커리 사업 철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크라운제과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심지어 “영업사원들이 매장을 돌며 폐점을 종용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기자가 만난 한 가맹점주는 “영업사원이 ‘본사에서 사업 철수에 관한 입장을 조만간 발표한다. 그 전에 경쟁사로 옮겨라’고 말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담당 영업소장의 경우 전 매장을 돌며 폐점을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확산되자 점주들에게 “본사의 지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크라운제과측도 “영업소장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내부적으로 징계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의 급여를 받는 영업소장이, 그것도 근무 시간에 폐점을 종용했다는 점에서 의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가맹점주들의 의견도 비슷하다. 또 다른 가맹점주는 “영업소장이 수도권의 대다수 점주들에게 같은 말을 했다”면서 “그 뒤에 회사가 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한 영업사원과 가맹점주의 녹취록에서도 이러한 정황이 엿보인다. 이 녹취록에는 영업사원이 “지방 사업부장이 영업소장들에게 각자 먹고살 길을 찾으라고 했다. 나도 5월 말에 퇴사할 예정이다”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영업사원은 이어 “자진 폐업하지 않고 버티는 매장은 본사에서 관리할 예정이다. 그룹 법무팀에서 조만간 내용증명을 발송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거액을 투자해 가맹 계약을 한 점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영업소장이 가맹점주에게 자진 폐업 종용

크라운제과가 현재 신규 매장 입점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도 의문이다. 한때 크라운베이커리의 매장 수는 전국적으로 1000여 개에 달했다. 하지만 현재는 100여 개로 10분의 1 토막이 난 상태다. 적자 규모는 매년 커졌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은 지난해 말 크라운제과와 크라운베이커리의 합병을 단행했다.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신규 매장 입점을 유도해야 하는데 현실은 반대였다. 새로 가맹점을 내고 싶어도 본사에서 “신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 없다”며 거절하고 있다. 한 가맹점주는 “회사에서는 신규 입점은 물론이고, 기존 매장의 승계 오픈도 불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지점의 경우 점주에게 ‘계약 파기’ 내용이 담긴 내용증명을 보냈다가 크라운제과가 공정위 조사를 받기도 했다. 기존 가맹점주는 이런 징후를 사업 철수를 위한 정지 작업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크라운제과측은 “말도 안 된다”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베이커리 사업의 적자가 심해지면서 지난해 크라운제과와 합병했다”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사업 축소나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회사에게 무조건 적자를 감수하라는 요구 자체가 역차별일 수 있다”며  “합병 이후 사업을 안정화시키는 단계이다 보니 오해가 있었다. 신규 가입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남양유업, 명절 떡값에 퇴직 전별금까지 요구” 


남양유업이 5월9일 영업직원의 욕설·폭언과 밀어내기 관행 등으로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남양유업 사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떡값 상납’ 이슈로 확대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남양우유를 두고 ‘떡값 검사’에 빗대어 ‘떡값 우유’로 부르고 있다. 남양유업대리점피해자협의회 이 아무개씨와 정 아무개씨는 지난 4월2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김웅 대표이사 등 9명을 사전자기록 변작·동행사죄·공갈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피해자협의회는 이에 그치지 않고 대리점주들로부터 증거 자료를 넘겨받아 추가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

고소장과 피해자협의회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남양유업 영업 담당자들은 제품의 사적 판매·판매 장려금·육성 지원금 명목의 리베이트를 비롯해 명절 떡값, 대리점 개설비, 퇴직 전별금까지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떡값으로 받아간 돈은 적게는 10만원부터 많게는 500만원까지다. 이 중 권 아무개 지점장의 경우 퇴직 전별금을 요구하며 한 대리점에서만 4차례에 걸쳐 650만원을 챙겼다. 2009년 6월께부터 매월 마감 결제 금액과 상이하다는 이유로 26회에 걸쳐 1300여 만원을 갈취한 사례도 있다. 이 대리점에서 상납한 금액만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모두 43차례에 걸쳐 2225만원에 이른다. 피해자협의회 관계자는 “전국적·조직적으로 불공정 거래에 대한 일상적인 압박이 있었다.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겠지만 남양유업은 5~10배 정도 더 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양유업 전국 대리점은 1500여 개에 이른다. 떡값과 관련한 줄고소가 이어질 경우 상납금 규모는 상상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 피해자협의회 소송 대리를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한 변호사는 “검찰 쪽에서 수사를 전 방위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행처럼 내려오는 떡값 상납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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