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이 숨겨둔 1670억 채동욱은 찾아낼까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3.05.2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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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10월 추징금 시효 만료 앞두고 총력전 돌입

지금 ‘그 사람’ 이름을 잊을 수 없다. 아니, 잊어서는 안 된다. 영화 속 ‘그 사람’은 여전히 권력자다.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경호원의 호위를 받고 있는 ‘그 사람’은 자신을 향한 시선이 영 못마땅하다는 표정이다. 경호실장에게 “젊은 친구들이 나한테 감정이 별로 안 좋은가 봐. 나한테 당해보지도 않고”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그 사람’의 모습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차갑고 싸늘한 눈매에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느냐’는 불만이 가득 배어 있다.

현실 속 ‘그 사람’도 여전히 권력자다. 내란죄 및 반란죄로 사형 선고까지 받았던 ‘그 사람’은 지금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50억원이 넘는 호화 주택에서 살고 있다.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더니 외교관 여권으로 해외 골프 여행을 나간다. 모교인 육군사관학교에는 1000만원이 넘는 발전 기금도 흔쾌히 냈다. ‘그 사람’은 이제 웬만한 비난에는 눈도 깜박 않는다. 최고 권력을 휘두르며 보였던 ‘안하무인’에 세월이 흐르며 얼굴이 더욱 두꺼워진 모습이다.

‘그 사람’ 전두환 전 대통령이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그가 미납한 추징금의 징수 시효가 올해 10월이면 만료되기 때문이다. 추징금 시효는 3년 동안 집행 실적이 없을 경우 자동 소멸된다. 전 전 대통령은 2010년 10월 모교인 대구공고 동문 행사에서 강연료로 받은 300만원을 납부했는데 이때를 기준으로 만 3년이 얼마 뒤면 채워진다.

ⓒ 연합뉴스
검찰, 전두환과 대결 시작부터 무기력

시간이 촉박하다. 지금이라도 그의 숨겨진 재산을 찾아내 시효를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간 내에 일부라도 추징하면 징수 시효를 다시 3년 더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추가 재산을 찾지 못하면 그걸로 끝이다. 더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법적 조처는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5월23일 기자는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을 찾았다. 골목 끝과 끝에 경찰이 지켜서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예전 그대로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여전히 아침 운동 삼아 뒷동산에 오르고, 일요일에는 인근 외국인학교에서 배드민턴을 친다. 요즘도 가끔 밤에 술기운에 찾아와 ‘살인마 전두환’을 외치는 사람이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검찰의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 바빠졌다. 그동안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징수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가 납부해야 할 추징금은 1672억원에 이른다. 총 2205억원 중 추징된 돈은 533억여 원에 불과하다. 전체 추징금 가운데 약 24%만 냈고, 나머지 76%는 아직도 내지 않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전체 추징금 2629억원 가운데 10%가 안 되는 231억원을 남기고 90% 이상 납부한 것과 비교된다. 두 전직 대통령을 놓고 잘잘못을 따지기는 도토리 키 재기지만 버티는 재주만큼은 전 전 대통령이 몇 수 위다.

검찰이 이번에는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5월21일 주례 간부회의에서 “전직 대통령이 미납한 추징금에 대한 시효가 임박하면서 국민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추징금 환수에 빠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대검은 태스크포스(TF) 구성에 착수했다. 범죄수익환수팀과 계좌추적팀 인력까지 일선에 투입해 성과를 내도록 총력전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한 특별팀 구성에 들어갔다.

검찰과 전 전 대통령의 첫 대결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시작부터 검찰이 한풀 꺾이고 들어갔다. YS(김영삼 전 대통령) 정권 시절이던 당시 검찰은 내란죄 혐의로 고소·고발된 그를 1년 2개월여 동안 조사한 끝에 1995년 7월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 전 전 대통령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다. 검찰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당시 수사를 이끌었던 서울지검 공안1부 부장검사는 새누리당 3선 중진 장윤석 의원이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을 불기소 처분했지만 성난 민심은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 그해 12월 국회에서 ‘5·18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그에 대한 수사가 재개됐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을 구속한 채 1년에 걸쳐 재수사에 들어갔다. 공교롭게도 검찰 내에서 ‘특수통’으로 손꼽히는 채동욱 총장이 특별수사에 발을 들인 계기가 바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 수사팀에 합류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은 1심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에서 무기징역형으로 감형됐다. 당시 서울고법의 판단은 이랬다.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권력을 내놓더라도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 1997년 4윌 대법원은 이 형을 확정했다. 사형이든 무기징역형이든 이후 결과는 별반 다를 게 없다. 여야 간에 첫 정권 교체가 이뤄지기 직전인 1997년 12월 전 전 대통령은 특별사면 및 복권됐다. 감옥에 들어간 지 2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5월23일 기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을 찾았다. ⓒ 시사저널 이종현
재산 경매 ‘눈 가리고 아웅’

반면 재벌 총수들로부터 거둬들인 수천억 원대의 비자금을 뇌물로 인정해 대법원이 확정한 추징금은 그대로 남았다. 검찰은 분할 추징을 통해 시효를 연장했다. 전 전 대통령 재산을 한꺼번에 추징하지 않고 나눠서 추징해 숨긴 재산을 찾을 시간을 번 것이다.

1997년 5월과 10월에 188억원 규모의 무기명 채권과 124억원 규모의 현금 자산을 차례로 추징했다. 이어 2000년 10월과 2001년 3월에 벤츠 승용차와 용평 콘도 회원권을 경매에 붙여 9900만원과 1억1000만원을 받아냈다. 2003년 11월에는 연희동 자택의 별채가 경매에 나왔다. 이 집은 원래 그의 장인 고 이규동 전 대한노인회장 소유였는데 1987년 퇴임 후 사저로 사용하도록 안채는 딸 이순자씨, 별채는 사위 전 전 대통령 명의로 양도한 것이다.

외형상으로는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재산을 악착같이 추징한 것처럼 보인다. 재산 경매는 다섯 번에 걸쳐 진행됐고, 이를 통해 20억2000만원 정도를 징수했다. 그런데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눈 가리고 아웅’이나 다름없었다. 전 전 대통령의 벤츠 승용차 경매 감정가는 1500만원이었다. 1987년식인 이 차의 시세는 503만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의 벤츠 승용차는 시세는 물론 감정가보다도 6배 이상 높은 99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자는 손 아무개씨였는데 그는 5공화국 때 청와대에서 비서관으로 일했던 인물이다. 손씨는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중 일부를 맡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전 전 대통령의 대리인이 승용차를 낙찰받은 셈이다.

ⓒ 시사저널 자료 사진
여론 등에 업은 검찰, 이번엔 성과 낼까

연희동 자택 별채도 마찬가지다. 당시 이 별채의 감정가는 7억6449만원이었다. 세 명이 경매에 참가했는데 낙찰자는 전 전 대통령의 처남이자 이순자씨의 남동생인 이창석씨였다. 이씨는 대리인 윤 아무개씨를 통해 감정가의 두 배가 넘는 16억4800만원을 제시해 낙찰을 받았다. 그런 후 누나 부부가 연희동 자택에서 그대로 살 수 있도록 했다.

이씨는 매형인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의심받아온 인물이다. 연희동 별채 경매를 두고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이 별채의 소유권이 이씨에서 전 전 대통령의 셋째 며느리인 이윤혜씨에게 넘어간 것으로 확인돼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10년이 지났는데 가격은 오히려 떨어졌다고 한다. 편법 상속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004년 검찰에 기회가 왔다.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의 조세 포탈 혐의를 잡은 것이다. 대검 중수부는 전씨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167억원을 차명으로 관리하면서 71억여 원의 증여세를 포탈했다며 그를 구속했다.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 바로 안대희 전 새누리당 정치쇄신위원장이다. 검찰은 이 사건을 계기로 이순자씨로부터 200억여 원의 추징금을 대납하도록 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전재용씨가 보유한 73억5500만원 상당의 채권은 추징하지 않았다. 전씨는 외할아버지가 자신의 결혼축의금을 14년 동안 불려준 돈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전 전 대통령이 관리하던 계좌에서 나온 것으로 판단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채권 소유자를 전 전 대통령으로 되돌리는 소송을 진행했으면 추징이 가능했는데 검찰이 이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공식 수사는 여기서 멈췄다. 아직까지 추징 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이유는 2008년 은행 채권 추심을 통해 4만7000원을 징수하고, 2010년 전 대통령이 300만원을 자진 납부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의 은닉 재산을 오랫동안 뒤졌지만 성과는 신통치가 않다. 전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의 칼날은 무뎠다. 그와 가진 20년간의 대결에서 번번이 변죽만 울리고는 칼을 거둬들였다. 국민 여론을 등에 업은 검찰이 이번에는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전 전 대통령의 가족이 취득한 ‘불법 재산’도 몰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노역형을 살게 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하지만 현행법상 추징금을 미납할 경우 이를 제재하거나 독려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벌금 또는 과태료 미납에는 노역형을 부과할 수 있지만, 추징금은 액수와 상관없이 노역형 부과가 불가능하다. 법 개정이 이뤄져야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김제남 진보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관련 내용을 네 개의 법안에 담은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현재 개정안은 소관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시사저널>, 전두환 일가족 재산 지속 추적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녀들은 2000억원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재산을 쌓아두고 있으며, 이 중 상당액이 변칙 증여된 것으로 추정된다.” 4월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세청 업무보고 질의에서 최재성 민주당 의원이 ‘조세 정의’를 강조하며 한 말이다. 최 의원이 전 전 대통령 자녀들 재산을 2000억원으로 추정한 것은 <시사저널>이 ‘전두환 일가족’의 재산을 심층 추적해 보도한 기사를 근거로 한 것이다.

<시사저널>은 2012년 5월12일자에서 ‘알짜 부자로 사는 전두환씨 일가 재산 규모 2000억대’ 기사를 보도했다. 전 전 대통령 직계 가족들의 재산 내역을 일일이 파악해 분석한 결과 그 규모가 2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남 전재국씨 가족이 경기도 연천군 일대 땅을 대거 매입해 세운 ‘허브빌리지’와 차남 전재용씨 가족이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개발업체 ‘비엘에셋’을 집중 조명했다. 앞서 2010년 11월30일자에서는 ‘거지 아버지, 부자 아들들’ 기사를 통해 29만원밖에 없다는 전 전 대통령 가족의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했다. 국내 재산만 1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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