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비박 단어는 유통기한 지났다”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3.05.3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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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 대통령, 상황 대처 좀 느려”

‘원조 친박’. 최경환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당 안팎을 통틀어 그를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부르는 데 이견을 다는 이는 없다. 이런 꼬리표는 훈장이기도 하지만, 멍에이기도 하다.

최 대표는 대선을 앞둔 지난해 10월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 비서실장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와야 했다. 경선 선대본부장, 박 후보 비서실장 등을 지내며 승승장구하던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친박 2선 후퇴론’이었다.

이런 멍에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도 그의 발목을 잡을 뻔했다. 미국발 ‘윤창중 성추문’ 파문이 화근이었다. 새누리당이 무기력증에 빠져들었다는 비판이 고조되면서, 청와대와 각을 세워야 할 여당의 원내대표로 대통령 측근이 과연 합당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를 의식했을까. 최 대표는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청와대에 할 말은 반드시 하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5월23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가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최 대표는 “청와대는 인선 과정부터 (인선 대상자의) 평판을 중시해야 한다. 그런 세간의 평판은 당이 잘 알 수 있다”면서 “특히 인사청문회 대상 후보자에 대해서는 당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의지를 강조했다. 나름으로 청와대와 각을 세우려는 모습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집권 여당 대표로서 책임감을 느끼지 않나.  

그렇다. 솔직히 북한 위협도 그렇고 경제 여건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사정이 여러모로 안 좋다. 거기다 집권 초기이기 때문에 산적한 국정 현안이 있다. 원내대표로서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인사 문제에서 비롯된다. 지금까지 고위 공직자 14명이 낙마했다. 인사 난맥상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크다.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꾸준하게 문제점이 제기돼 왔고 그 과정에서 중도 낙마자가 나왔다. 우선 인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검증을 좀 더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또 인사 검증 전 단계, 발탁하는 과정에서도 주변의 평판을 들어봐야 한다. 주변 의견을 종합해보면 그 사람이 살아온 행적이 대강 나온다. 추천 경로도 다양하게 하면 좋은 평가를 받는 인재를 발굴할 수 있다. 그 인사를 대상으로 구체적으로 흠결을 검증하면 인사 문제는 완화될 것이다. 특히 국회 인사 청문 대상이 되는 분들은 여당이 청문안을 통과시켜야 하기 때문에 (청와대가 인선 전에) 반드시 당과 상의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인사는 청와대의 고유 권한이라서) 우리가 이래라저래라 관여할 수는 없고, 보안 때문에라도 다 드러내놓고 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청문 대상이 되는 인사는 결국 국회가 매듭지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당과 상의해야 한다. 인사 검증 전부터 여당의 평판을 들어봐야 한다.

후임 청와대 홍보수석 인선이 조만간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도 변화가 있을까.

그렇지 않겠나. 기존 인사 시스템이나 인선과 관련해 여러 가지 제기되는 문제점을 (박 대통령도) 잘 알고 계실 것이기 때문에 이번 홍보수석 인선 과정부터 과거와는 달라질 것이다.

청와대가 당과 협의를 할 것이라는 말인가.

청와대 홍보수석은 인사 청문 대상이 아니다. 청와대 비서진이니까 꼭 협의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인사 청문 대상이 아니어도) 주변의 평가를 듣고 다양한 추천을 받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이 다소 진정되는 국면이다. 하지만 야당은 국정조사 등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다.

윤 전 대변인이 미국에서 행한 행위는 당연히 법대로 처분을 받아야 한다. 박 대통령이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으니 일단은 조사 결과와 향후 청와대 대책을 지켜보는 것이 순리다. 야당이 주장하는 국정조사 등은 조사 결과가 미흡해 잘잘못을 따져야 할 때 하는 것이다. 현 상황엔 적절치 않다.

박 대통령과 오랜 시간 동고동락했다. 최 대표가 생각하는 박 대통령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박 대통령은 확고한 원칙과 소신, 믿음을 가지고 모든 일을 대한다. 이야기한 내용은 항상 실천했고, 꼭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건 장점이다. 그런데 원칙과 소신을 강조하다 보니 상황 대처가 좀 느리게 보이곤 한다. 이 부분도 보완돼야 할 것이다.

대통령 주변이나 청와대 내에서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최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직언한 적이 있나.

지난 7~8년 동안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한눈팔지 않고 몰두했다. 그러다 보니 온갖 정치적 고비마다 숱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마다 내가 입에 발린 말, 달콤한 이야기만 했겠나? 당연히 민심도 전하고 쓴소리도 했다. 그건 나와 박 대통령처럼 오래 친분을 나눠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어렵다. ‘최경환은 사심이 아니라 민심을 전한다’는 믿음을 줘야 가능한 것이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당초 예상과 달리 8표 차이의 아슬아슬한 승부였다. 의원들의 반발 기류가 많다는 이야기 아닌가.

이번 경선 결과에는 집권 여당답게 (박 대통령의) 국정을 제대로 뒷받침해서 성과를 내달라는 목소리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 반면 청와대와 정부가 하는 일이 민심에 어긋나면, 견제를 잘하라는 의미도 담긴 것이라고 본다. ‘최경환을 대표로 뽑길 잘했다’는 평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새누리당이 청와대와 정부에 너무 몸을 낮추고 비판은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당·청 관계가 잘돼 성공한 대통령이 되도록 하겠다. 성공한 박근혜정부가 되도록 하는 데 필요하다면 ‘바른말 하는 여당’의 역할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한번 지켜봐달라.

최 대표는 누구나 인정하는 ‘원조 친박’이다. 따라서 여당의 정부 견제는 오히려 힘들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대통령과 지난 7~8년 호흡을 맞춰 일했기 때문에 신뢰가 충분히 쌓였다고 생각한다. 신뢰는 솔직히 하루 이틀 만에 쌓을 수 없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이 정권이 성공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나 같은 사람이 훨씬 더 많이 느낄 것이다.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 어떤 사안이 생기면 정말 진정성 있게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설득하면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나에게는 힘든 일이기보다 오히려 쉬운 일이다.

당내의 친박·친이 간 갈등은 해소됐다고 보는가.

대표 선거를 치르면서, 친박·비박, 신박·구박, 친박·친이라는 단어는 사용을 금지하도록 했다. 계파 없는 새누리당을 선언한 이유는, 계파 없이 다양한 당내 목소리를 하나로 아울러서 강한 집권 여당을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다. 의원들을 적재적소에 중용해 당의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시켜 당내 민주화를 이루고자 한다. 당내 갈등 해소에 대한 나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친박·비박 등의 단어는 이미 유통 기한이 지났다.

최 대표의 복귀로 오히려 당내 불화와 갈등이 다시 불씨를 틔우지 않을까. 지난해 ‘친박 2선 후퇴론’이 제기될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보나.

나를 갈등의 불씨로 보는 것은 아니죠?(웃음) 그 당시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지난 대선 때 후보 비서실장직도 던진 건 오로지 대선 승리를 위해 총대를 메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결과적으로 갈등의 불씨가 아니라 성공의 씨앗이 되었던 것 아닌가.

당선 후 당내 소통을 강조했다. 방안이 있나.

당통(黨通)·청통(靑通)·야통(野通) ‘3통 리더십’을 발휘하겠다. 우리 당 의원님들과 귀를 여는 배려와 화합으로 소통을, 박 대통령과는 신뢰 속에 진정한 대화와 소통을, 야당과는 열과 성을 다해 소통하는 일꾼이 되겠다.

대표 경선 과정에서 청와대와 출마 여부를 의논하거나 협조를 요청한 적은 없나.

지금은 당·청 관계가 명확히 분리돼 있다. 청와대가 당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다만 청와대 입장에서 정권 초기에 누가 더 국정 운영을 효율적으로 뒷받침해줄 수 있을까 하는 바람 정도가 있을 것이다.

경제 민주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경제를 살리는 경제 민주화’ 발언 때문에 야당에서는 여당이 경제 민주화 공약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글쎄. 그게 싸움을 붙이려고 하니깐 (그런 주장을 제기하고) 그렇다. 경제 민주화와 관련해 분명한 것은, 새누리당의 경제 민주화 대선 공약은 당이 깨지는 아픔을 겪으며 치열한 토론을 거쳐 확정해놓은 것이라는 점이다. 당연히 우리가 공약한 경제 민주화 관련 정책은 이론의 여지없이 추진한다. 하지만 지금 야당 등이 주장하는 경제 민주화는 새누리당 공약의 범위를 넘어서는 삼라만상을 다 하자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남양유업 사례처럼 고통받는 ‘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무척 높다. 하지만 경제 민주화 입법화는 더딘 것 같다. 대기업들의 반발에 정부·여당이 주춤하고 있지 않나.

그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다. 평생 경제통으로 살아온 경험상 경제 민주화를 해야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또, 경제 민주화는 경제에 큰 보약이 된다. 그래서 경제 민주화 입법화에 대한 의지도 강하고, 이를 반드시 추진하고자 한다. 그런데 야당 쪽에서는 매사를 경제 민주화와 연관시켜 그것을 한꺼번에 하자고 하니, 그건 곤란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보약도 한꺼번에 과다 복용하면 부작용이 나지 않나.

‘경제를 살리는’ 경제 민주화를 강조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당초 경제 민주화 취지에 비해서는 후퇴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갑을 관계 폐해, 재벌 독식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많지 않을까.

경제를 살리려면 중소기업·자영업이 살아나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경제 민주화는 적극 추진돼야 한다. 하지만 한풀이식으로 기업을 옥죄는 경제 민주화를 한꺼번에 추진하면 경제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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