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신경 보호제, 상비약처럼 먹는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3.06.1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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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로 뇌졸중 예측 가능… 줄기세포 치료는 당분간 어려울 듯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지난 4월 사망했다. ‘철의 여인’을 쓰러뜨린 병은 뇌졸중이었다. 뇌졸중은 뇌혈관 질환의 대표적인 병이다. 사망 원인 2위로, 암 다음이다. 암을 위암·폐암 등으로 세분하면 뇌졸중이 사망 원인 1위다. 사망하지 않더라도 반신마비 등으로 환자의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진다.

흔히 중풍이라고 불리는 뇌졸중은 뇌가 졸지에 타격을 입는 병이다. 그런 까닭에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도 한다. 그 원인은 뇌혈관에 있다. 심장에서 나온 피의 17~20%는 뇌로 간다. 그만큼 뇌는 혈액 공급이 중요한 기관이다. 어떤 식으로든 뇌혈관에 이상이 생기면 뇌에 피가 돌지 않는데, 이것이 뇌졸중이다.

가수 조덕배씨도 2009년 뇌졸중을 경험했다. 아내와 함께 자동차로 이동하던 중에 갑자기 어지럽고 입이 돌아가 말이 잘 나오지 않는 마비 증세를 느꼈다. 그는 “공연이 있어서 지방으로 가던 도중에 증상이 나타나서 급히 대학병원으로 차를 돌렸다”면서 “병원에서 검사해보니 뇌출혈이어서 응급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후 2년간의 재활치료 끝에 최근 다시 무대에 설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뇌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뇌혈관이 막히는 것(뇌경색)이고, 다른 하나는 뇌혈관이 터지는 것(뇌출혈)이다. 혈액에 떠돌던 기름기 등이 혈관 벽에 쌓이면서 뇌혈관이 좁아진다. 좁아진 혈관에 혈액이 빠르게 흘러 압력이 높아져서 혈관 벽에 상처가 생기기 쉽다. 그 상처에 피가 엉기면서 혈관을 꽉 막는다. 또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심장에서 생긴 피떡(혈전)이 혈관을 타고 다니다가 뇌혈관을 막기도 한다. 혈관이 막히면 뇌가 혈액 공급을 받지 못하는 병(뇌경색)이 생긴다.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사고가 나면 뒤따라오던 차량이 모두 갇히게 되는 현상과 같다. 이와는 반대로, 약해진 뇌혈관 부위가 갑자기 터져 혈액이 뇌로 가지 못하는 병(뇌출혈)이 생기기도 한다.

뇌신경 손상 막는 약 개발 중

흔히 뇌졸중 치료는 시간 싸움이라고 한다. 오른쪽 또는 왼쪽 중 한쪽 손발만 저리거나 마비되고,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게 되거나,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강한 두통이 오거나, 구역질이 나고, 말을 할 수 없게 되고, 입이 돌아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3시간 이내에 치료받아야 뇌신경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말은 증상이 나타난 후 2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해야 한다는 의미다. 병원에서 혈관 사진을 찍고 검사하고 판단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뇌졸중이 무서운 이유는 뇌신경이 죽는 것 때문이다. 뇌신경은 한 번 손상되면 복구되지 않는다. 치료를 받아 목숨을 구했더라도 뇌신경이 손상되면 반신마비나 치매 상태로 살아야 한다.

병원에 늦게 도착한 탓에 뇌신경이 이미 손상돼 반신마비 등 되돌릴 수 없는 결과가 생긴다. 또 병원에서도 급하게 서두르다가 자칫 잘못된 치료를 할 수도 있다. 뇌졸중 증상이 나타나면 급히 병원을 찾으라고 의사들이 강조하는 이유다. 뇌졸중이 생겨도 뇌신경이 손상되지 않거나 손상되는 시간을 늦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뇌졸중으로 인한 심각한 장애를 줄일 수 있다. 이런 기대를 가지고 세계 여러 나라가 1990년대부터 뇌신경을 보호하는 약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정진상 삼성서울병원 신경내과 교수는 “미래의 시나리오를 쓰자면, 뇌신경 보호제를 상비약으로 가정에 비치하고 있다가 사람이 쓰러지면 그 약을 먹거나 주사한 후 병원으로 옮긴다. 그만큼 시간을 벌 수 있으므로 의사가 정밀하게 진단하고 최적의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내세울 만한 약을 개발하지는 못했다. 뇌신경이 손상되는 이유는 단순히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혈전, 고혈압, 혈중 산소 농도, 혈액 점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정 교수는 “한 가지 요인만 해결해서는 뇌신경 손상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약 개발이 어렵다”면서도 “과학의 발달에 가속도가 붙으면 뇌신경 보호제를 사용할 날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순간에도 뇌졸중으로 뇌신경이 죽는 환자가 생기는데, 뇌신경 보호제가 오기만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기존 약품의 부가적인 효능을 밝혀내기도 한다. 해열·진통 효과를 얻기 위해 만든 아스피린이 심장병이나 대장암도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는 것과 같다. 같은 고혈압 약인데도 일부 약에서 뇌신경을 보호하는 기능이 밝혀지기도 하고, 동맥경화를 줄여주는 약에서 뇌신경을 보호하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미 병원은 고혈압 환자 등 뇌졸중에 취약한 사람에게 뇌신경을 보호하는 고혈압 약을 처방하고 있다.

쇠만 있으면 자동차나 배를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 쇠에 해당하는 것이 줄기세포다. 줄기세포는 장기로 변하기 전의 세포다. 그것이 분화하면서 뇌·간·눈·뼈 등 다른 장기가 된다. 손상된 뇌세포에 줄기세포를 주입해 새로운 뇌세포로 변하기를 기대하는 연구가 오래전부터 국내외에서 진행돼왔다. 몇몇 동물 실험에서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간·폐 등 다른 장기는 이식이 가능하지만 뇌는 이식하지 못한다. 뇌의 기능이 복잡하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위에는 소화 기능만 있지만 뇌는 부위마다 기능이 다르고 그 기능에 따라 신경전달물질도 제각각이다. 이런 이유로 뇌 이식이 어렵고, 그만큼 줄기세포 치료 성과도 더디다. 줄기세포를 투여한 환자가 뇌졸중으로 마비된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조금 움직이게 된 것은 의학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효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홍승철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졸중으로 반신마비가 된 사람에게 줄기세포로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꼬드기는 병원이 있다”면서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환자에게 사기 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뇌졸중 환자가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려면 몇십 년은 지나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7테슬라급 MRI 활용해 뇌졸중 예방

혈관이 막혔을 때나 파열됐을 때 사람이 경험하는 증상은 같다. 그러나 이 두 경우의 치료법은 정반대다. 따라서 혈관이 어떤 상태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뇌졸중 환자가 병원에 가면 MRI(자기공명영상)로 혈관 사진을 찍는다. 영상진단 기기가 없던 과거에는 뇌졸중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병이었다. 신체 일부가 마비된 채로 살거나 갑자기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작은 뇌혈관까지 자세하게 볼 수 있다.

요즘은 MRI의 영상 선명도가 올라가면서 단순히 뇌혈관을 관찰하는 것에서 뇌졸중을 예측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길병원 연구팀은 한쪽 뇌 기능의 3분의 2를 담당하는 큰 혈관(동맥)이 막혔음에도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는 이유를 찾았다. 7테슬라(tesla : 자장의 단위로 숫자가 높을수록 영상 선명도가 높아짐)급 MRI로 막힌 혈관 주변에 미세한 혈관이 발달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3테슬라급 MRI로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다. 미세한 혈관의 발달 정도를 측정해 뇌졸중 발생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영배 길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동맥이 쪼그라든 상황에서도 뇌가 손상을 입지 않고 잘 지내온 이유를 알게 됐다”며 “7테슬라급 MRI를 활용한 연구 결과들이 추후 뇌졸중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MRI는 3테슬라급에서 7테슬라급으로 바뀌는 추세다. 0.2mm 혈관의 상태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0.05mm 혈관도 볼 수 있는 14테슬라급 MRI도 한국에서 개발 중이다.

과거의 뇌졸중 치료는 대부분 두개골을 여는 큰 수술이었다. 요즘은 두개골에 손상을 주지 않는 쪽으로 치료법이 발달하고 있다. 혈관이 막혔을 때(뇌경색)는 혈전을 녹이는 용해제를 사용한다. 환자에게 증상이 나타난 지 3시간 30분이나 4시간 30분 이내에 이 약을 사용해야 효과가 있다. 세계 연구자들은 이 시간을 늘리는 약을 개발 중이다. 예컨대, 증상이 나타난 후 6시간 이내에 사용해도 되는 약이 나오면 환자가 병원을 조금 늦게 찾아와도 생명을 잃거나 반신마비와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맞지 않게 된다.

혈관에 올가미를 넣어 막힌 혈관을 긁어내는 식으로 뚫는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은 당분간 뇌경색 치료에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재료가 발달해서 더 정밀한 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뇌출혈에서는 피가 고여 뇌의 압력(뇌압)을 높이는 것이 문제다. 과거에는 두개골을 열고 뇌에 고인 피를 빼는 등의 치료로 뇌압을 줄였다. 지금도 출혈이 심해서 뇌압이 과도하게 높으면 뇌에 고인 혈액을 뽑아낸다. 그러나 출혈이 심하지 않다면 뇌압을 약으로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뇌 치료에 대한 불안감을 덜 수 있게 된 셈이다.

뇌가 보내는 경고 ‘꼬마 뇌졸중’ 주의

최근에는 뇌출혈로 병원에 오는 사람이 줄어드는 추세다. MRI 검사로 뇌출혈이 예상되는 단계를 미리 발견하기 때문이다. 뇌혈관이 터지기 전에 혈관의 한 부분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병(뇌동맥류)이 생긴다. 고무풍선에 바람이 가득할수록 터지기 쉬운 것처럼 뇌동맥류가 커질수록 뇌출혈이 발생하기 쉬운 상태에 놓인다. 이 부위에 혈액의 압력이 계속 가해지면 어느 순간 터진다. 따라서 이 부위에 혈압이 미치지 않도록 조치한다. 과거에는 두개골을 여는 수술로 치료했다. 그러나 지금은 엉덩이 부위의 혈관에 긴 관을 넣어 뇌혈관까지 도달하도록 한다. 그것이 꽈리 부위에 도달하면 의사는 그곳에 코일(가는 철심)을 실타래처럼 채워 피의 압력을 받지 않도록 한다. 또 꽈리 밑 부분을 집게(클립)로 틀어막기도 한다.

주부 이혜경씨(49)는 지난해 설거지를 하다가 그릇을 놓칠 뻔했다. 처음에는 미끄러운 그릇 탓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물건을 들다가도 유독 한쪽 팔에 힘이 빠졌다. 그런 증상이 오래 가지 않고 회복돼 피로한 탓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는 다른 질환으로 병원에 들렀다가 의사와 상담하면서 이런 증상을 얘기했다. 종합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한 대학병원에서 MRI 검사를 받았다. 그는 “꼬마 뇌졸중이라는 병명을 들었다. 의사는 나에게 앞으로 뇌졸중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꼬마 뇌졸중(또는 미니 뇌졸중)은 작은 뇌혈관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뇌졸중보다 다소 약한 증상을 보인다. 2008년 겨울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어지러운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꼬마 뇌졸중 판정을 받았다. 일상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한쪽 팔과 다리에 기운이 빠지고, 한 개의 물체가 두 개로 보이거나 아예 한쪽 눈이 안 보일 때가 있다. 그런데 잠시 후 증세는 사라지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멀쩡해지므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나중에 뇌졸중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뇌졸중 환자 5명 중 1명은 뇌졸중이 오기 전에 이와 같은 전조 증세를 느낀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뇌졸중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작은 뇌동맥류는 치료 안 해도 돼” 
홍승철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

다양한 뇌출혈 가운데 가장 흔한 뇌출혈(지주막하출혈)은 전조 증상이 있다. MRI로 뇌혈관을 찍어보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부위(뇌동맥류)를 볼 수 있다. 혈압이 갑자기 오르면 그 부위가 파열된다. 뇌동맥류를 발견한 병원은 대부분 환자에게 수술을 서두르라고 권한다. 그러나 뇌출혈 전문가인 홍승철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모든 뇌동맥류를 다 치료하는 것은 과잉 진료”라고 강조했다. 뇌졸중 치료 방법은 이미 발달할 만큼 발달했고, 앞으로는 의사들의 양심적인 치료가 환자 건강에 더 필요한 필수 조건이라고 했다.

 

최신 연구 흐름을 볼 때 지금보다 진보한 뇌졸중 치료법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뇌졸중 치료에 필요한 의술의 발달은 현재 정점에 왔다고 본다. 수술 기법이나 약이 좋아져서 당분간 더 나은 치료법은 없을 것 같다. 환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오히려 치료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예를 들면, 뇌졸중은 고혈압 환자에게서 잘 발생하는데, 고혈압 환자는 자신의 혈압이 높은 것 자체를 부정하고 약도 먹지 않으려고 한다. 혈압이 높으면 피가 혈관 벽을 강하게 때려 혈관이 손상받는다. 눈이 나쁘면 안경을 쓰듯 고혈압이면 약을 먹어 혈압을 조절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또 담배는 말할 것도 없고, 술도 혈압을 급격히 올리고 혈관을 약하게 만든다. 폭음하는 사람에게 뇌출혈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뇌졸중의 최대의 적은 술이다. 환자에게 금주를 권하면 얼굴빛이 잿빛으로 변한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큰일이 생기는 줄 안다. 남성 뇌졸중 가운데 대다수는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의사들의 과잉 진료를 없애는 것도 미래 치료법 개발 못지않게 중요하다.

어떤 면에서 과잉 진료라는 것인가.

MRI가 발달하다 보니 작은 뇌동맥류까지 찾아낸다. 그래서 각 병원마다 뇌동맥류 치료가 많다. 뇌동맥류를 치료하는 것은 뇌출혈을 미연에 방지하는 일이므로 바람직하다. 그러나 터지지 않을 뇌동맥류까지 치료하는 것은 과잉 진료다. 뇌동맥류는 100명 중 1명, 많이 잡아도 3~4명에서 생긴다. 그런데 이 뇌동맥류가 실제로 터져서 뇌출혈로 이어지는 사례는 인구 10만명당 10명, 그러니까 1만명 중 1명이다. 그만큼 터지지 않을 뇌동맥류가 많고, 이는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터질 뇌동맥류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단하는가.

뇌동맥류의 크기와 생긴 부위를 보면 알 수 있다. 예컨대 직경 3mm 이하의 뇌동맥류는 터질 확률이 0%에 가깝다는 것이 연구로 밝혀져 저명한 의학 저널에 보고돼 있다. 즉,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많은 의사가 알고 있다. 직경 1~2mm짜리 뇌동맥류는 영상 진단으로 많이 발견된다. 이런 환자에게 병원에서는 위험하다며 바로 수술할 것을 권유한다. 물론 터지지 않을 뇌동맥류가 터질 가능성도 있는데, 그 확률은 높게 잡아도 1%다. 수술로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은 작게 잡아도 3~5%다. 한마디로 터지지 않을 뇌동맥류는 치료하지 않고 놔두는 것이 환자에게 이롭다. 병을 치료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러다가 환자를 잡을 수 있다. 수술 후에 환자의 눈이 멀거나 냄새를 못 맡는 부작용이 종종 생긴다.

그런 사실을 환자들은 잘 모른다.

MRI 진단을 통해 멀쩡한 사람에게서 뇌동맥류를 발견했는데, 사실 터질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이라고 하자. 그럼에도 뇌출혈을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수술받은 환자가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심한 장애는 아니더라도 일단 장애가 생기면 환자의 삶의 질은 확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말을 하면 다른 의사들에게 쓴소리를 듣겠지만, 건강한 사람을 하루아침에 반신불수로 만드는 일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크기가 3mm 이하라도 점점 커져서 뇌출혈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는가.

나는 3mm 이하의 뇌동맥류가 발견된 환자에게 수술하지 말고 지켜보자고 한다. 대신 혈압이 높으면 약을 먹어 혈압을 조절하고, 흡연자에게는 금연할 것을 권한다. 또 대변 볼 때 무리하게 힘을 주면 혈압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도 설명한다. 이 정도의 노력만으로 환자가 수술받지 않아도 된다면 더 좋은 치료법이 있겠는가. 또 6~12개월 후에 그 크기의 변화를 확인한다. 수십 년 동안 그런 환자를 보아 왔지만 실제로 안 터질 뇌동맥류가 터진 사례는 거의 없었다.

뇌신경 보호제 개발도 진행 중이라는데, 뇌신경을 보호할 외과적 방법은 없을까.

아쉽게도 그런 방법은 요원해 보인다. 다만, 이것 역시 환자와 병원의 인식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람이 쓰러지면 손을 따거나 청심환을 먹이느라 시간을 보내지 말고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또 응급실도 그런 환자를 사무적으로 대하지 말고 자세히 살펴서 치료 시간을 놓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응급실은 워낙 분주하다 보니 급한 환자를 놓칠 수 있다. 뇌출혈에서는 재출혈이 무서운데, 이는 대부분 응급실에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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