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권영세 법적 책임 져야 할 것”
  • 감명국 기자·정리 문정빈 인턴기자 ()
  • 승인 2013.07.0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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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인터뷰…“남재준 국정원장 사퇴해야”

여야의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전격 합의에 이어, ‘2007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로 정국이 격랑에 휩싸였다. 원래 정치권은 7, 8월이 비수기다. 가을 국정감사를 위한 숨 고르기 또는 워밍업 기간이다. 올해 역시 6월 임시국회가 7월2일 끝나면, 여야는 휴지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그래서 야당의 원내 사령탑인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인터뷰를 준비하던 <시사저널>의 당초 질문지도 지난 상반기 정국 결산과 하반기 정국 전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질문지 내용은 모두 바뀌었다. 대화록 공개와 권영세 주중 대사 발언 녹취록 등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민주당 내에서는 장외투쟁론이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래서 전 원내대표의 상황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 되고 있다. 그의 판단에 따라 민주당의 결전장은 국회 안이 될 수도 있고 밖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야 대립이 정점에 달했던 6월27일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전병헌 원내대표를 만났다.

 

ⓒ 시사저널 이종현
들어오면서 보니 국회 분위기가 심상찮더라. 옆 회의실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의총을 위해 모여들고.

중대하고도 심각한 사안이 되었다. 지난해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의 권영세 상황실장의 “집권하면 NLL을 까겠다”는 발언과 녹취록,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의 “대화록을 봤다”는 자백은 국정원과 여당이 전임 대통령의 정상회담 기록을 선거에 이용한 충격적인 일이다.

민주당 박영선 법사위원장이 ‘권영세 녹음 파일’을 100여 개 갖고 있다고 했다. 어떤 내용들인가.

박 위원장 본인에게 직접 물어봐야 할 것이다.

이 내용을 전면 다 공개할 용의가 있나.

그 역시도 본인에게 물어봐야 한다.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국정원 국정조사 일정은 그대로 가는 것인가.

임시국회가 7월2일까지다. 국정조사 계획서를 7월2일 채택하게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야가 합의한 대로 계획서를 채택해서 국정조사를 계획대로 실시하는 것이 민주당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그와 함께 ‘을(乙) 지키기 법’을 비롯한 민생 관련 입법을 관철해서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민주당은 결코 국회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국회 내에서는 (여당과 국정원의) 비민주적 행태와 강하게 싸우면서, ‘을 지키기’ 등 민생 현안을 동시에 챙기는 투트랙으로 운영할 것이다. 투쟁도 원내투쟁과 장외투쟁을 병행할 것이다.

민주당 내 의견은 어떤가. 원내투쟁과 장외투쟁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듯한데.

흔들림 없이 원내투쟁과 장외투쟁을 병행할 것이다. 특히 국회의원이 국회를 포기할 수는 없다. 장외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그러한 목소리와 목표들을 결국은 국회에 가져와서 반영하는 것이 정당의 임무이고 국회의원의 책무이기 때문에 그런 노력을 같이해야 한다.

이번 국정원 국정조사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뤄져야 할 사안이나 밝혀져야 할 핵심 의혹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국정원의 불법적인 대선 개입의 시작과 끝이다. 또 수사 과정에서 이를 덮으려 했던 모든 축소·은폐 시도도 밝혀져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불법 행위와 대북심리전단의 선거 개입 행위,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의 축소·은폐 시도 등이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대선 때 국정원 직원이 민주당측에 정보를 제공하고 고위직을 약속받았다는 이른바 매관매직 의혹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당연히 따지겠지. 우리 민주당 입장에서는 특별하게 우리가 감출 것도 없고 꿀릴 것도 없기 때문에 얼마든지 따져보라 말하고 싶다. 새누리당 입장에서야 그 점을 파고들려 할 것이니까. 하지만 헛다리 짚은 것이다. 매관매직은 근거 없는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는 게 드러날 것이다.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과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대해 어느 선까지 책임을 물을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에게까지 책임을 물을 것인가.

현재로서는 대통령에게까지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우선은 대화록을 봤다고 자백한 사람들이나 밝혀진 사람들, 당시 권영세 상황실장과 김무성 선대본부장, 이런 분들은 분명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당시에는 MB 정권의 국정원이었는데, 그쪽에도 책임을 물을 것인가.

당연하다. 이번 국정조사 대상에서 중요한 인물은 원세훈 전 원장이 될 것이다.

대화록의 경우 어쨌거나 원 전 원장은 전면 공개는 하지 않았다. 현 남재준 국정원장이 결국 전면 공개를 한 셈인데.

남재준 원장은 사실상의 불법적인 공개를 한 책임을 분명하게 져야 할 것이다. 권영세 전 실장이나 김무성 전 선대본부장의 발언으로 볼 때 지난해 대선 정국에서 대화록이 사실상 제공되고 유통됐다는 것이 확인됐다. 원세훈 전 원장 또한 공식적으로만 공개하지 않았지, 이른바 암묵적으로 불법 유통시킨 혐의를 받을 수밖에 없다.

남 원장에 대한 책임은 어느 정도의 수위를 생각하나.

남 원장은 당연히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대화록 공개를 두고서도 국회 정보위에서 남 원장에게 확실하게 물어본 것이 있다. ‘정상 간의 대화록이 공개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본인도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답변했다. 다만 “남북 관계는 정상적인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변명했지만. 그러나 정상적인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더 예민하고 폭발성이 강한데도 이를 공개했다는 것은 우선 국정원장으로서 최소한의 정무적 판단력이 없음을 자인한 것이다. 두 번째로는 그와 같이 예민한 대화록을 스스로도 얘기했듯이 국익을 위해서 공개한 것도 아니고 이른바 국정원 조직의 명예를 위해서 공개를 할 정도라면, 국정원장으로서 자질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한중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전직 대통령의 정상 간 발언록을 공개했다는 것은 박 대통령에게도 엄청나게 누가 되고 폐가 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매우 심각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이를 과연 청와대와 박 대통령이 몰랐겠느냐는 의구심을 갖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국민들이 순리적으로 유추해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박 대통령에게 사전에 보고된 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유출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민주당에서 국정원 개혁 입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거기에 따른 국정원의 야당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게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이 국가 정보기관이 아니라 사설 정보기관 수준으로 망가졌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런데 박 대통령 휘하에서의 국정원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까지 확인됐기 때문에 국정원이 전면 개혁되지 않으면 존재 가치가 없는 기관이 됐다. 따라서 반드시 전면적인 개혁이 돼야 한다. 심지어 외국의 주요 일간지에서조차 ‘일반적으로 국가 정보를 다루는 부서는 기밀을 유지하는 것이 주요 임무인데, 한국의 국정원은 기밀을 누설하는 당사자가 되어 있다’고 보도해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정원은 엄중한 개혁을 통해서 국민의, 국가의 국정원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 시사저널 이종현
민주당이 최근 안철수 세력 등에도 여론조사 지지율이 밀리는 등 위기를 맞다 보니 지나치게 정쟁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것과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처음부터 이 문제에 대해 호들갑을 떨면서 강경 투쟁 일변도로 나가고 장외투쟁에 집중했다면 그런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최대한 원내를 지키면서 절제력을 가지고 이 문제를 다뤄왔다. 수사 과정에서, 또 마무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자꾸만 나오면서 증폭이 됐고, 특히 국정원의 선거 개입 문제와 대화록을 여당과 국정원이 유용하려 했던 사실들이 양파껍질처럼 줄줄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제1야당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대응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은 전혀 없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민주당이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점을, 경각심을 갖고 이 문제를 보고 있다.

NLL에 대한 민주당의 정확한 입장은 어떤 것인가.

나는 이미 선언했다. 이번에 국정원에서 새누리당에는 유리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불리한 부분만 발췌해서 이른바 발췌본이란 것을 공개하고 나왔다. 그럼에도 그들이 이제까지 주장한 것처럼 NLL을 포기하겠다는 발언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들이 문제 삼는 일부 내용은 외교적인 대화법이고 설득 화법으로써 구사되는 것이다. NLL은 국민의 정부(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튼튼하게 지켜왔고, 또 지금도 지키고 있고, 앞으로도 NLL은 지킬 것이다. ‘NLL 사수’가 민주당의 흔들림 없는 입장임을 분명하게 천명한다.

대통령 기록물 원문을 전면 다 공개하자는 것은 민주당의 공식 입장인가.

그렇다. 이번에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박근혜-시진핑의 정상회담 대화록 전면 공개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 국익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대화록은 이미 훼손됐고, 누더기가 돼버린 상황이다. 그래서 이참에 대통령기록물실에 보관돼 있는 원문 전부를 다 공개해서 모든 것을 국민에게 낱낱이 알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일부 학계 전문가들은 “국격을 생각한다면 꼭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고 비판하고 있다.

바로 그거다. 내가 말했듯이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한중 정상회담 대화록은 우리가 국격과 국익을 생각하기 때문에 공개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절대 바람직스럽지 않다. 그런데 (2007 대화록은) 이미 국정원에서 다 공개해버리지 않았나. 국정원에서 공개한 것이 원본과 다름이 없는 것인지 확인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 노 전 대통령의 대화록은 누더기가 돼버렸기 때문에 원본이자 정본을 합법적 절차에 의해서 공개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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