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세종시에 맞서려면 통합 청주시 필연”
  • 청주=김현일 대기자 ()
  • 승인 2013.07.0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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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 충북도지사 “도정 중심축, 비청주권으로 옮겨 균형 발달 꾀할 터”

6월25일 충북도청 도지사 집무실. 실내 온도가 섭씨 29도를 넘는다. 그래도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에어컨을 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선풍기는 돌려보았자 별무효과인지 그냥 세워둔 채였다. 방문객에게 미안한 듯 이 지사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베란다에 조성한 꽃밭에 물을 뿌린다. 그러면 조금이나마 시원해진다고. 관료 출신이지만 정치인 뺨치는 순발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 이 지사답다. 불리하다는 여건을 극복하고 그동안 선거전에서 전승을 기록한 게 우연이 아닐 듯싶다.

 

일 잘한다는 얘기가 많더라.

열심히 하려고 한다. 주어진 사명이니까. 경제 발전은 물론 소통과 화합을 통해 함께하는 충북을 만들고 싶다.

ⓒ 시사저널 임준선
지난 5월에 열린 ‘오송 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는 나름의 성과를 거둔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치하했다고 들었다.

지난 6월19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 3.0비전 선포식에 앞서 각 부처 장관 및 시·도지사 간담회가 있었는데, 박 대통령이 오송 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의 성공 사실을 보고받았다면서 “이런 게 바로 창조경제다”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아이디어 하나로 부가가치를 극대화시킨 점을 높이 평가했다. 아닌 게 아니라 대박을 터뜨렸다. 수출 상담액뿐만 아니라 현장 계약도 많았다. 일본 시세이도 사와는 화장품 공장 건설을 협의 중이다.

경제자유구역 유치 작업은 잘 진척되고 있나? 다른 지역의 기업 유치 속내를 들여다보면 문제가 적지 않던데.

2020년까지 20억 달러를 유치하려고 한다. 지난 4년간 11개사 12억8000만 달러를 유치했다. 얼마 전 미국 티슈진 사가 5000만 달러를 투자해 세포 치료제 생산·연구시설을 오송에 짓기로 했다. 미국 코네티컷 주와는 마그넷스쿨 설립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를 위해 6월9일부터 13일까지 2박5일 일정으로 미국을 다녀왔다.

올여름(8.25~9.1) 열리는 충주 세계조정선수권대회 준비는 잘 돼가고 있나? 이 지사가 충주시장 시절 유치한 국제 경기이기도 한데.

80개국에서 2300명이 참가하는 큰 대회다. 유럽에서는 조정선수권대회가 월드컵 축구, 세계육상대회와 더불어 3대 메이저를 형성할 정도로 대단한 인기와 규모를 자랑한다. 행정부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대회지원본부도 구성했다. 성공적 개최로 범국민적 조정 붐을 조성하고 충북이 조정·수상 스포츠의 중심이 되도록 할 작정이다.

이시종 충북도지사(왼쪽에서 네 번째)가 5월3일 2013 오송 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했다. ⓒ 충북도청 제공
인재 양성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는 인재 양성이다. 젊은이들에게 꿈과 도전정신을 키워주고 싶다. 생활이 어려운 인재를 발굴하고 충북학사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나갈 생각이다.

엊그제 충북학사 청람재에서 학생들에게 “큰 꿈을 갖고 과감하게 도전하라”고 강조했던데.

‘진실이 승리한다’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정치적 술수나 이벤트보다 일에 대한 애착과 진실한 말, 행동이 중요하다. 사실 이런 것이 지금껏 세 번의 충주시장, 두 번의 국회의원 그리고 도지사 등 여섯 번의 선거에서 모두 이긴 힘이라고 생각한다.

재정자립도가 떨어졌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는 비단 충북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사안이다. 정부 주도의 감세 정책, 복지 재정 및 매칭에 의한 지방 분담비 증가 등으로 지자체 살림이 열악해지고 있다.

충북의 현안은 아무래도 청주-청원 통합이다. 헌정 사상 최초의 주민투표에 의한 자율 통합인데 어떻게 돼가고 있나?

통합 설치법 공포 이후 일련의 후속 조치들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4개 구의 명칭, 청사 위치 등은 의견 수렴을 거쳐 정했다.

충북 전체 인구 5분의 3이 넘는 통합 청주시가 생김으로써 도청의 장악력이 떨어지고, 나아가 충북 자체가 와해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지금까지 통합 청주시가 미뤄진 것은 역대 지사들이 그런 측면을 걱정해 소극적이었던 점도 한 이유다. 그러나 더 미룰 수는 없다. 신수도권 시대에 대비하고 대전·세종시와 대등한 관계를 갖기 위해서도 통합은 필연이다. 통합시는 높아진 경쟁력을 기반으로 신수도권 중심 도시로 성장할 것이다. 각 시·군 발전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 도정(道政) 중심축도 비청주·남북부권으로 이동시켜 균형 발전 정책을 강화해나갈 것이다.

더불어 가는 ‘충청권’을 얘기하다가 충북이 상대적 다수인 대전-충남에 예속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나친 기우다. 오히려 충북의 내실을 다지고 외연을 넓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종시를 포함해 충남의 주요 지역은 충북을 거쳐야 접근이 가능하다. 공항이건, 고속철이건, 경부고속도로건…. 충북이 관문 역할을 하게 돼 있다. 크게 생각하면 된다.

도지사 선거를 포함해 지방선거가 1년도 남지 않았다. 충북 판세는 누구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공통적인 목소리다.

도정 책임자로서 할 일을 다 하는 게 지지를 얻는 지름길이 아니겠나. 지금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앞으로 1년 가까이 남았으니 좀 더 두고 보자. 내년에는 달라지는 게 적잖을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한순간 변화하는 것을 많이 봐왔지 않은가.

 

이 지사는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가 대선·총선과 지방선거가 다를 것으로 확신한다. 때문에 눈앞의 조사 결과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비판의식이 강한 충북도민의 정서를 헤아려야 한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안갯속 충북 유권자 표심 

역대 대선을 보면, 항상 충북 유권자의 마음을 산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지난해 18대 대선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예외는 없었다. 그런 측면에서 충북은 ‘대선 리트머스 시험지’다. 전국 인구의 3%에 불과한 160만 인구에 경제력도 3%에 불과하지만 대한민국의 정중앙 충북이 지니는 상징성은 크다.

충북 유권자의 성향은 여러 사람을 헷갈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특히 지난 20여 년 동안 이어진 어지러움은 충청당(忠淸黨)이라고 할 ‘자민련’의 존재에서 비롯하는 바가 크다. JP(김종필)의 입김이 직접적으로 미친 충남·대전권보다는 덜했지만 충북도 ‘충청’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녹색 물결을 탔다. JP가 정치 전면에서 사라지면서 충북의 정치도 자기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이지만, 충북의 선거 판세를 예측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적중 확률이 원체 떨어지는 탓이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 재보선, 그때그때마다 특유의 매서움을 보이는 충북이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은 사실상 전멸했다. 제천·단양 한 곳을 가까스로 건졌을 뿐이었다. 불과 5개월 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충북 유권자들의 변심에 모두가 어리둥절해했다. 오만해진 한나라당 지도부의 공천 실패가 무엇보다 크게 작용했다는 게 지역 여론이었다.

그러나 2년 후인 2010년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또 다른 무엇이 있음을 알게 된다. 충북 유권자들은 민주당 이시종 후보와 한범덕 후보를 각각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으로 선출했다. 특히 현직 도지사의 프리미엄까지 가진 한나라당 정우택 후보를 꺾은 이시종 후보의 선전은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도 그럴 것이 정 후보는 선거 한 달 전까지 15%포인트 이상 앞서 나갔다. 선거 일주일 전에도 정 후보가 7%포인트 정도를 앞섰다. 한번도 선두 추월을 허용치 않았다. 하지만 최종 결과(득표율)는 이 후보의 5.3%포인트 차 역전승이었다.

2년 후인 19대 총선에서의 선택은 또 달랐다. 이번에는 한나라당을 챙겨줬다. ‘박근혜 대망론’이 무엇보다 결정적이었다는 점에 많은 이들의 평가가 일치하는데, 박근혜 선호는 지난해 18대 대선에서 증명됐다. 박 후보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56.2% 대 43.3%로 압도했다.

현재 충북 유권자들의 정당 선호도에서는 새누리당이 높다는 게 쉽사리 감지된다. 심지어는 새누리당이 민주당을 지지율에서 2배 이상 앞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민주당으로서는 매우 우려스런 상황이다. 그렇다고 현재 딱히 민주당이 대세를 뒤엎을 이렇다 할 카드를 가진 것도 아니다. 그러나 섣불리 판세를 장담하는 측은 어디에도 없다. 특히 도지사와 통합 청주시장 선거에 관한 한 그러하다. 그것은 현직 프리미엄까지 업은 이시종 지사가 일련의 여론조사에서 앞서기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한 지역 언론사가 조사한 결과, 이 지사는 새누리당 대표 주자 격인 이기용 충북교육감을 32% 대 13%로 앞서고 있다. 도지사 선거와 맞물려 돌아가게 마련인 통합 청주시장 선거에서 한범덕 현 시장은 새누리당 예상 후보들에 앞서고 있다. 물론 부동표가 절반 이상이고, 새누리당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마당의 가상 대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변화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새누리당 도지사 후보로는 이 교육감을 비롯해 서규용 전 농수산부장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경청호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등이 거론된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시종 지사를 꺾을 필승 카드로 새누리당의 정우택 의원과 윤진식 의원을 거명하기도 한다.

선거를 여러 차례 치른 대다수 정치가는 악수를 나누는 순간 상대가 자신을 지지하는지 여부를 간파한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감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충북 유권자들은 그마저도 감춘다고 한다. 그래서 눈을 쳐다보고 확인해야만 피아 구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막판까지 내색을 하지 않다가 최후에 본심을 ‘폭발’시키는 게 충북 유권자들이다. 이런 전통은 면면히 이어지고 있고, 때문에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충북의 지방선거는 그래서 더욱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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