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서 ‘내 새끼’란 생각 들게 하겠다”
  • 김현일 대기자 ()
  • 승인 2013.07.0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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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 꿈꾸는 안희정 충남도지사…내년 재선 여부가 중대 고비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인터뷰가 있던 날은 마침 불거진 ‘NLL 대화록 공개’ 논란으로 정국이 어수선했다. 그는 지방 도지사지만 이 문제에서만큼은 사태 시작과 동시에 목소리를 냈다. 그 자신이 ‘친노’의 핵심이 분명하니 수수방관할 처지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안 지사는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발췌 공개한 것은 “구태의 낡은 정치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대화록 내용’보다는 국정원의 ‘공개 행위’ 그 자체를 문제 삼았다. 그는 “옳고 그름을 떠나서 가신 분의 말꼬리를 잡아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설령 잘못이 있더라도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현재를 책임진) ‘내가’ 풀어야지, 조상 탓이나 하는 것은 못난 짓”이라고 일갈했다.

 

ⓒ 시사저널 전영기
정부·여당의 처사가 잘못됐다고 보는 것인가.

국가 운영에서 (전임 정부의) 잘못한 것을 물려받을 수도 있다. 그러면 자기 책임하에 풀어 가면 되지, 왜 탓이나 하는가. 후임자가 이런 식으로 전임자를 헐뜯으면 국민은 불안해하고 국가 운영은 불안정할 것이다.

(안 지사는 표현을 달리해가며 정부·여당의 처사를 거듭 나무랐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헌법과 법률 수호’라는 제목의 글에서 “헌법과 법률 준수라는 기본부터 지켜야 한다. 그것은 대통령의 의무다. (중략) 대한민국의 국가 이익을 지키는 방법이 무엇인지 우리는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만이 옳다는 독선이 헌법과 법률을 짓밟고 있다”고 개탄했다.)

민주당이 오히려 사태를 더 촉발시킨 측면도 없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되는데.

우리는 경쟁자이지 적이 아니다. 네가 있어 내가 있는 것이고, 이는 여야도 마찬가지다. 이래서는 분열이라는 후유증만 남긴다. 이 땅에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 그들도 껴안아야 하질 않는가. 그네도 내 국민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여당의 모습을 보면 그게 아니다. 노 대통령의 스타일이나 옳고 그름을 떠나, 이래서는 곤란하다.

나중에 물으려고 했는데 기왕에 얘기가 나왔으니 짚고 넘어가자. 내년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나? 현재 여론조사 내용들을 보면, 충남에서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이 압도적이지만 개인으로는 안 지사 지지율이 40% 가까운 것으로 나온다.

단체장이 할 일은 한 번의 임기로는 다 하기 힘들다.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

출마 의사로 이해하겠다. 더 궁금한 것은 차기 대선을 겨냥하느냐 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차기 대권 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안 지사도 유력하게 거명되고 있다. 얼마 전 “국민의 요구가 있을 때 큰 정치와 더불어 대통령 선거 출마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던데.

국민들 보기에도 도지사를 잘해야 더 큰 일을 해보라는 말이 나올 것 아닌가. 자기가 서 있는 위치에서 보면 모든 길이 목적지에 이르는 길이다. 목적지에 이르는 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자기가 걷고 있는 길이 목적지로 향하는 길이라고 생각된다. 도지사로서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안 지사를 노리는 사람이 많다. 게다가 ‘노사모’ ‘친노’ 등은 여기저기서 미움도 받는다. ‘안티 정서’를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그래서 민주당이 가장 약한 곳에서 (내가) 도지사로서 사랑받는다면 자연스럽게 극복되지 않을까. 사실 미운 이유가 있어서 밉기도 하지만, 미운 마음이 있기 때문에 미운 이유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미운 마음, 불안한 마음으로부터 그 마음을 갖지 않도록 잘 처신해서 ‘저놈은 남의 집 새끼가 아니라 내 새끼’라는 생각이 들도록 노력하겠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이 걸어온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 노력하려고 한다.

지금의 민주당을 평가한다면.

국민의 사랑을 얻고 신뢰를 얻기에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겠다. 그 밭을 내가 매는 게 아니니 지도부가 어떻다고 말하기는 좀 그렇고….

농촌에 희망을 줘야 한다며 ‘3농 혁신’을 부르짖는데, 농민이 다수인 도의 지사로선 그럴 듯하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다를 수 있는데.

농민이 풍요롭고 문화적인 삶을 누려야만 진정한 선진국이다. 농촌과 농민(비중)을 단순 수치로 봐서는 안 된다. 나는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도전하고 있고, 이 문제는 반드시 풀려고 한다.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안 지사의 입장은 어떤 것인가.

국가를 위해 시장을 열어야 한다. 동시에 고통받는 농민들에게 뭔가 혜택이 있어야 한다. 농가 소득을 높이기 위해 가격 지지가 아닌, 보조금 정책을 더 강화해야 한다.

농촌과 농민을 위해 관심을 기울이니까 농촌에서의 지지도가 높은 듯하다.

어르신들이 귀여워해주시는 건 사실이다.(웃음)

‘내포 도청’ 시대가 개막됐다. 도청을 새롭게 옮긴 도지사로서의 감회와 각오는 어떤가.

도청 이전은 단순한 토목 사업이 아니다. 15개 시·군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면서 환황해권으로 진출하는 거점 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신도시 건설을 서두르지 않고 착실하게 기반을 다져나가려고 한다.

도청 이전과 동시에 진행되는 세종시 건설과 과학벨트 등으로 애로점도 적지 않을 듯하다. 대전-세종시와의 협조는 잘 되나.

국토 중심부에 경쟁력 있는 네트워크형 대도시권을 형성해 수도권 집중과 과밀을 완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촉진하는 게 목표다. 3개 시·도가 공영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있다.

도로망 확충, 항만·주택 건설 등 산적한 지역 현안으로 할 일이 태산 같은데 박근혜정부와의 협조는 잘 되는 편인가.

국비 확보가 관건이고, 이를 위해선 특별법 개정이 따라야 하는데 정부가 과다한 재정 부담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대전·대구 등과 공동 대처하려고 한다. 조만간 법 개정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도정의 실시간 공개는 획기적이다. 다 노출시키면 도정 운영에 문제가 없을까.

씀씀이를 국민과 공유하게 됨으로써 부패 예방은 물론, 투명하고 공정한 살림이 이뤄질 것을 기대한다. 투명한 지방 정부는 부담이 아니라 새로운 행정의 패러다임이다. 도민의 적극적 참여를 위해서라도 공개는 당연하다. 참여 없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기대할 수는 없다.

서해안 시대에 걸맞은 충남도 차원의 준비와 대응은 어떤 것들인가.

안면도 관광지 개발은 숙박·문화 공간과 자연이 어우러진 온천마을, 고급 숙박시설, 아카데미 등을 배치하는 것이다. 주민 고용과 소득 증대가 따르는 외자 유치가 되도록 하려고 한다. 당진·평택·대산항 인프라 확충과 임해 산업단지 개발 및 내륙 연결 교통망은 조기 구축이 관건이다.

안희정 지사가 한 요양원을 찾아 어른신들을 위문하고 있다. ⓒ 충남도청 제공
3농 혁신 외에도 행정 혁신, 지속 가능한 충남 경제 등 8대 역점 과제를 제시했던데 문제는 없나.

도정은 계획대로 순항 중이다. 다만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당장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차근차근 추진해나가려고 한다.


안희정 지사는 국정원 ‘NLL 대화록’ 공개 파동 이후 일련의 발언 등을 통해 그가 일개 도지사가 아닌, 차기 대선의 유력 주자임을 내외에 알렸다. ‘안철수 신당’ 등 굵직한 현안에 빠지지 않고 간여함으로서 존재감을 확인시키는 전략적 행보도 보여주고 있다. 만만치 않은 내년 충남도지사 선거는 그 개인뿐만 아니라 민주당, 나아가서는 야권 전체의 관심이기도 하다. 재선 관문을 통과한다면 위상은 달라진다. 고비를 어떻게 넘을지, 이후의 행보는 어떤 것일지 주목되는 안 지사다. 


험한 정치 지형 속에서 살아남을까  
충남 지방선거 판세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와 관련해 충남은 아주 특별한 곳이다. 무엇보다 전망을 어렵게 한다는 의미에서다. 그 이유는 핵심적 부분들이 상수가 아닌, 예측 불허의 변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지방선거는 정당 지지도와 후보자 면면에 따라 의외의 결과가 나오게 마련인데, 충남의 경우 정치 지형이 2012년 총선과 2010년 지방선거 때와는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주지하듯 충청도의 ‘토착 정당’으로 확고한 지분을 가졌던 자유선진당이 사라졌다. 따라서 게임은 ‘새누리-민주-선진’ 3파전이 아닌, ‘새누리-민주’ 양자 대결로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다. 혹시 ‘안철수 신당’이 생긴다면 달라질 게 분명하고, 그나마 사라진 선진당이 새누리당과 합쳤기에 야당으로서는 더욱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할 형편이다.

선거전에서 가장 중요한 대진표가 이렇다 보니 전례에 비춰본 몇몇 관례 내지는 징크스들이 재현될지, 아니면 무위에 그칠지도 불투명하다. 냉정하게 현실을 진단한다면 야당이 불리함을 부인키 어렵다. 1년 후의 민심 향방을 지금 단언키는 어려우나 6개월 전 치른 대선의 민심 소재는 새누리당 우세를 말해준다. 당시 충남 유권자들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56.7%의 표를 몰아주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42.8%였다. 지난 4월 치러진 부여·청양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이완구 후보는 77.4%의 일방적인 압승을 거뒀다.

내년 충남도지사 선거는 현직 안희정 지사와 새누리당 후보의 한판 대결이 될 것이 확실하다. 새누리당 후보군으로는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 홍성·예산을 지역구로 하는 홍문표 의원, 아산 출신 이명수 의원, 전용학 전 조폐공사 사장, 성무용 천안시장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안 지사는 최근 실시한 한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37%의 지지율로 경쟁 후보들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차피 새누리당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조사인 만큼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안 지사로서는 고무될 만한 수치임에 분명하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안희정 후보는 한나라당과 선진당의 ‘난립’ 덕을 톡톡히 봤다. 42% 득표율을 기록했기에 꼭 어부지리라고 할 수는 없으나, 일대일 대결이었다면 전통적으로 야당 불모지였던 충남에서 최연소 광역단체장의 영예는 장담할 수 없었을 게 분명하다. 내년에는 새누리당 후보와 일대일의 진검 승부를 펼쳐야 할 운명이다. 어떻게 보면 내년 선거가 ‘잠룡’을 꿈꾸는 안 지사의 진정한 시험 무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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