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손가락이 뭘 했는지 난 알아
  • 하재근│문화평론가 ()
  • 승인 2013.07.2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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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김장훈 등 ‘SNS 수난’…입뿐 아니라 손 조심도

얼마 전 기성용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발언으로 축구팬들이 들끓는 사태가 일어났다. 최강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을 비난한 기성용의 트위터 글이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자신의 지인들하고만 공유했던 페이스북 계정에서 최 감독을 조롱한 듯한 말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 일로 기성용은 국민적 비난을 샀다.

‘없는 자리에선 나라님도 욕한다’고 했다. 지인들하고 선배나 상사에 대해 뒷담화를 하는 것은 일반적인 문화다. 그런 사적인 뒷담화가 폭로되고 공적으로 논란이 되는 사회는 공포 사회다. 기성용이 지인들하고만 공유한 SNS 글은 공적으로 논의될 만한 것이 아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대다수 언론과 네티즌은 기성용만을 탓했다.

SNS는 뜨거운 논란을 만들어내고 있다. 걸그룹 티아라의 소연은 SNS 발언으로 인해 구설에 올랐다. 티아라는 또, 멤버들의 부주의한 SNS 대화로 인해 정상적인 국내 활동이 불가능해질 정도의 타격을 입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또다시 티아라 멤버 아름의 SNS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김장훈도 싸이와 관련한 SNS 발언으로 홍역을 치렀다. 이 일은 그때까지 쌓아올린 김장훈의 이미지에 깊은 흠집을 남겼고, 아직까지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아이비는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 특보 때문에 자신이 쇼 프로에 못 나가게 됐다는 푸념을 무심코 SNS에 올렸다가 네티즌의 뭇매를 맞았다.

최근 10대가 자신들의 악행을 SNS에 올렸다가 처벌받는 사례가 있었다. 자신들이 누군가에게 폭행을 가하는 영상을 버젓이 SNS에 올린 것이다. 용인 10대 엽기 살인 사건 피의자는 범행을 저지른 직후, SNS에 자신에게 별다른 죄의식이 없다는 식의 심경과 함께 피해자를 조롱하는 듯한 글을 올려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시한폭탄이 된 SNS

지금까지 열거한 사건·사고에서도 보여지듯이, SNS는 위험한 미디어가 됐다. 유명인들은 무심코 올린 SNS 글로 인해 언제 어느 때 ‘훅’ 갈지 모른다. 아이유도 잘못 올린 SNS 이미지로 인해 국민 여동생 타이틀을 잃었다. 일반인도 SNS에 올린 글 때문에 스스로 발목 잡히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자기 사생활을 중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상존한다.

SNS가 위험하다는 걸 대다수 사람이 알게 됐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SNS를 끊지 못하는 걸까. 특히 티아라처럼 SNS로 인해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도 또다시 SNS로 구설에 오르는 것을 보면 이해하기 힘들다. 기성용도 문제의 SNS 계정에 사진을 교체한 일로 다시 비판받았다. 어떻게 그런 일을 당한 직후에 여전히 SNS에 손을 대느냐는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이것은 두 가지 이유로 설명이 가능하다. 첫째는 부주의함이고, 둘째는 중독이다. ‘부주의함’이란 상당수의 사용자들이 SNS의 사회적 폭발력을 간과하고 있다는 뜻이다. SNS는 처음엔 개인 대 개인 간의 사적인 소통을 위한 매개체 정도로 출발했다. 하지만 여기에 수많은 사용자가 달려들면서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이 생겼다. 게다가 유명인의 SNS 계정을 돌아다니며 그들의 말을 중계하듯 보도하는 매체의 관행도 생겼다. 그래서 SNS는 더는 사적인 매체일 수가 없게 됐다. 기성용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지인들끼리만 운영한 SNS조차도 언론에게 ‘탈탈 털리는’ 시대다. 따라서 이제 SNS를 접할 때는, 특히 유명인일수록 공적인 게시판을 대하듯 해야 한다.

SNS의 기록이 영원히 남는다는 점도 사람들이 흔히 간과한다. 과거에 무심코 올린 말 한마디가 몇 년 후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2PM의 재범이 과거 SNS 발언 때문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사례다. 그는 SNS로 친구와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았는데, 그것이 나중에 엄청난 구설을 낳았다. 일반인도 과거 SNS 글이 입사 전형 같은 데서 문제가 될 수 있다.

ⓒ 연합뉴스
도저히 끊지 못하는 수렁, SNS

중독의 문제를 보자. 인간은 대단히 쉽게 중독되는 존재다. 담배·술·마약 등 많은 것이 인간을 중독시킨다. 미국 시카고 대학 연구팀의 연구에선 놀랍게도 SNS의 중독성이 담배나 술보다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SNS 사용도 이젠 뇌 질환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인간에겐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인정받고, 이해받고, 관계를 형성하고 싶은 근원적인 욕망이 있다. 한마디로 사회적 욕망이 있는 것이다. 우리의 문제는 이런 욕망이 현실에서 점점 더 좌절돼간다는 데 있다. 가족공동체·학교공동체·사회공동체가 모두 해체된 후 무한 경쟁 사회만 남았다. 낱낱의 원자로 고립된 사람들은 타인의 관심과 이해, 친밀감을 갈망한다.

이때 SNS를 통한 자기 노출, 자기 공개는 인간에게 막대한 쾌감과 안정감을 제공한다. SNS를 통해 자기 노출을 할 때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찍어보면, 도파민이 분비되며 보상회로가 작동한다고 한다. 인간은 이렇게 두뇌 보상회로를 작동시키는 행위에 쉽게 중독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쾌감을 느낀다. 하버드 대학의 실험에선 자신의 생각이나 기호 등을 설명할 때 두뇌 보상회로가 작동한다는 것이 자기공명영상 촬영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다양한 대화를 하는 가운데 일반적인 주제를 말할 때는 돈을 주는 실험도 진행했는데, 참가자들은 돈을 못 받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을 선호했다(돈의 액수는 소액이었음).

인간에겐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인정욕구가 있는데, SNS는 이것을 충족시켜준다. 남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리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바로 그래서 중독된다. 자기 노출의 쾌감과 타인의 관심에 맛을 들인 사람은 계속해서 그 달콤함을 맛보려 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SNS에 글을 올리고, 정도 이상으로 자기 사생활을 공개하며, 타인의 반응에 민감한 태도를 보인다. 그러다 급기야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받는 중독의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스마트폰 사용자가 된 지금, 이젠 SNS 중독이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준까지 됐다. 연이어 구설에 오르는 유명인들은, 지금이 손가락 조심해야 하는 시대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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