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견제할 인물 안철수·김무성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3.08.0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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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김문수·이재오·정몽준 야권은 문재인·박원순·김한길 순

당선 전부터 박근혜 대통령은 ‘대세’였다. 설문조사를 하면 항상 ‘차기 대권 주자 1위’로 꼽혔고 흔들림 없이 선두를 지켰다. 여야를 통틀어 박 대통령을 견제할 만한 인물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러한 상황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사저널>이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박 대통령을 견제할 만한 인물을 묻는 질문에 ‘없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특히 여권에서는 ‘없다’는 의견이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견고한 1인 독주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선 전과는 상황이 약간 다르다. 조사 결과 그때와 달리 박 대통령의 대항마로 꼽힐 만한 인물이 여야에서 각각 한 명씩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권에서는 김무성, 야권에선 안철수다.

<시사저널>은 정치부 기자 및 정치 전문가 100명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할 만한 인물을 여야에서 각각 한 명씩 꼽아달라’고 했다. 여권에서는 ‘없다(35표)’에 이어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32표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김무성 의원은 현재 당내에서 아무런 직책도 갖고 있지 않다. 국회에 입성한 지 이제 겨우 100일째다. 그럼에도 그는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 ‘여의도의 실세’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 연합뉴스
김무성과 박근혜 ‘가깝고도 먼 사이’

김무성 의원의 별명은 ‘무대’다. ‘김무성 대장’의 약자다. 재보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지 채 세 달밖에 지나지 않았고 별다른 자리를 맡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에게는 ‘대장’이라는 호칭이 붙었다. 실제 당내에서도 대장에 걸맞은 대접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백의종군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그를 보는 시각은 다르다. 여권은 물론 야권에서도 “새누리당은 이미 김무성이 장악했다고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새누리당 소속 이병석 국회부의장이 김무성 의원에게 가운데 자리를 권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최근 2007년 남북정상회담 NLL 발언 논란과 관련해 벌어진 해프닝은 ‘무대’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김무성 의원은 대선 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입수해 선거에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때 김무성 의원의 NLL 대화록 사전 입수 발언을 유출한 사람으로 지목된 이가 김재원 의원이다. 당시 김재원 의원의 처신은 정치권에서 두고두고 이야깃거리가 됐다. 김재원 의원은 김무성 의원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며 ‘앞으로도 형님께서 무엇이든 시키시는 대로 할 생각이오니 혹시 오해가 있으시면 꼭 풀어주시고 저를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이후 김무성 의원에게 다가가 허리 숙여 사죄했고 이에 김무성 의원이 등을 두드려주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김재원 의원은 대표적인 ‘친박’ 의원 중 한 명이다. 게다가 당내에서 전략기획본부장이라는 중책도 맡고 있다. 위치상으로 보면 김무성 의원보다도 오히려 ‘실세’여야 맞다. NLL 발언 논란은 결국 김무성 의원에 대한 정치적 타격보다는 그가 여권 실세임을 확인시켜주었다.

김무성 의원은 ‘친박’이라 하기도 어렵고 ‘친박’이 아니라고 하기도 어려운 인물이다. 김 의원과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권에서 ‘가깝고도 먼 인연’으로 회자된다. 한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2007년 당시 경남 지역 언론사 편집국장과 보도국장 초청 저녁 모임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의원이 동석하게 됐다. 당시 김무성 의원의 제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큰소리로 불편함을 표시했고 이에 질세라 김무성 의원도 “그래 됐습니다. 고마 치아삐소”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두 사람의 관계를 볼 때 친박계 의원이 김무성 의원에게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라고 한 것은 상징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하지만 김무성 의원이 박 대통령에게 당장 반기를 들거나 하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김 의원이 박 대통령에게 반하는 행동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가 박 대통령을 견제할 것이란 분석은 너무 앞서 나간 것”이라고 전했다.

안철수, ‘민주당 3인’ 모두 제쳐

박근혜를 견제할 야권 인물 설문조사 결과 1위는 ‘없다’가 아니었다. 안철수 의원이 37표를 얻어 17표인 ‘없다’와 문재인 의원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정치 전문가들은 적어도 야권에서는 확실히 박 대통령을 견제할 만한 인물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안 의원은 김무성 의원과 함께 화려하게 국회에 입성했다. 안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부터 이슈가 됐다. ‘여의도에 안철수가 들어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정치권은 요동쳤다. 그러나 국회에 입성한 지 100일이 돼가는 지금 ‘안철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NLL 이슈 등 굵직한 현안에 묻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 전문가 및 정치부 기자들은 여전히 박 대통령을 견제할 만한 인물로 안철수 의원을 첫손에 꼽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지지율 조사에서 줄곧 박 대통령과 박빙의 결과를 보였었다.

안 의원의 가장 큰 약점은 독자 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솔직히 말하면 안 의원은 (새누리당 내에서) 아직 견제할 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 바닥(국회)에 들어와서 무소속 의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런 안 의원이 최근 사람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안 의원이 요즘 사람을 모으고 있다고 하는데, (선거 땐) 좀 같이 가는 방향으로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의 정책네트워크 ‘내일’에는 진실캠프에서 일했던 간부급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천정배 등 야권 거물들과의 연계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기도 한다. 안 의원에 대한 정치권의 수요가 있는 한 어느 정도는 세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김무성·안철수 의원 외에도 많은 사람이 이름을 올렸다. 여권에서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12표를 얻어 2위에 올랐다. 그는 최근 리얼미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여권 차기 대선 주자 1위로 꼽히기도 했다. 그다음은 이재오-정몽준-최경환 순이다.

야권에서는 안철수 의원에 이어 문재인(17표)-박원순(13표)-김한길(7표) 순으로 나타났다. 이 세 사람은 야권의 차기 대권 후보로 점쳐지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인 문재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김한길 당 대표는 모두 안 의원과 큰 격차를 보였다. 한때 안 의원과 대권을 놓고 겨뤘던 문 의원도 안 의원 득표수의 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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