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검찰의 틈새 노렸다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3.08.1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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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수수 사건 당시 수사 기록 열람 신청한 이유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반격에 나섰다. 미납 추징금과 관련해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는 전 전 대통령 측이 1995~96년에 진행된 뇌물 수수 사건 수사 기록 일체를 열람할 수 있게 해달라고 검찰에 신청했다. 검찰이 수사 체제 전환을 통해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 전 대통령이 기업으로부터 받은 돈을 이른바 ‘통치 자금’으로 사용하고 남은 돈은 다 추징됐다는 주장의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검찰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세 가지 사건을 수사했다. 12·12 군사 반란과 5·18 내란 그리고 뇌물 수수였다. 2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그는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았다. 비록 감형되기는 했지만 모든 혐의가 사실로 인정된 것이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대통령 선거 직후 전 전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의 특별 사면으로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됐다.

정치적인 이유로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전 전 대통령에게 남은 것은 뇌물 수수에 따른 추징금뿐이었다. 그해 추징된 금액은 전체 2205억원 중 312억원에 불과했다. 이후 벤츠 승용차에 진돗개까지 경매에 붙여 추징했지만 아직도 1672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추징금이 남아 있다.

1996년 12월16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법정에 출두하고 있다.
변호인 “쇼할 이유도, 생각도 없다”

전 전 대통령 측이 수사 기록 열람을 신청한 데는 추징금 환수에 대해 그동안 검찰이 보여온 행태 탓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밝힌 논리적 근거도 여기에 있다. 정주교 변호사는 8월7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1997년 대법원 판결을 거론하며 “그때 추징을 하지, 왜 안 했나. 돈이 있는데도 추징을 안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통치 자금으로 쓴 돈까지 추징금에 포함시켰다. 정치적인 용도로 쓴 돈을 왜 혼자 책임지고 내야 하느냐”고 따졌다. 정 변호사는 “기업이 얼마를 갖다 냈다고 했지만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추적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수사 기록 열람 신청과 관련해서는 “쇼를 하고 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쇼할 이유도, 생각도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전 대통령 측의 이런 주장은 당시 서울지검장으로서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았던 최환 변호사의 설명과 배치된다. 최 변호사는 <시사저널> 제1241호(2013년 7월30일자)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말만 들은 게 아니다. 나중에 (증언을) 뒤집으면 어떻게 하겠나. 그래서 돈 100억원을 줬다면 그 돈이 어떻게 나왔는지 장부를 가져와서 설명하게 했다. 그렇게 맞춰가면서 수사했다”고 밝혔다.

통치 자금을 추징금에 포함시켰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추징금 2205억원은 통치 자금으로 쓴 것은 빼고 나온 금액이다. 통치 자금은 다 얘기를 해서 빼줬는데도 2205억원 중에 또 통치 자금 얘기를 한다면 그 사람들은 정말 나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시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최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이 나기 4개월 전인 1997년 1월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서울지검을 떠나야 했다. 그는 “뇌물 수수 총액이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수사할 계획이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입구가 있으면 출구가 있는데, 출구를 살펴보지 못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전 전 대통령 측이 수사 기록 일체를 열람하겠다며 공세를 펼친 것은 이 부분을 가장 약한 고리로 여겨 공략에 나서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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