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해야겠는데 연애는 삐걱거리고…
  • 차윤주│뉴스1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3.08.21 14: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월 재보선 앞둔 안철수의 고민 신당 창당 작업 지지부진에 애태워

민주당이 국정원 국정조사 문제를 둘러싸고 장외투쟁을 고민하며 새누리당과 힘겨운 싸움을 벌일 때,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행보도 나름으로 분주했다. 7월5일 대전을 시작으로 6일 창원, 18일 전주 등에서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이하 내일) 지역 순회 세미나를 열고 전국 세몰이에 시동을 걸었다. 이를 두고 수도권의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우린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전투 중인데, 안 의원은 전국을 돌면서 조용히 바닥을 다지고 있다. 1980년대 우리가 거리에서 최루탄 가스 마실 때 안 의원은 책상에 앉아 공부만 했다는데 그때랑 다를 게 없지 않느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여야의 극한 ‘정쟁’이 계속되면 ‘새 정치’를 외치는 안 의원만 가만히 앉아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불만인 셈이다.

안 의원 측도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본 공개에 반대표를 던지며 이런 상황을 즐기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야권의 차기 대권 경쟁자인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현 정국에서 상처를 입긴 했지만, 안 의원 역시 뚜렷이 얻은 것은 없다. 오히려 여야 대치 정국에서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더 많다. 최근 안 의원 주변에서는 “쉽지 않다”는 장탄식이 터져 나온다.

ⓒ 시사저널 포토
“안철수 주변엔 사람이 머물지 않는다”

오는 10월30일 실시될 하반기 재·보궐 선거에 앞서 지난 5월22일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영입은 안 의원 측에 천군만마를 안긴 것처럼 보였다. 안 의원이 말했듯 그는 ‘십고초려’로 최 교수의 마음을 움직여 독자 세력화의 전초기지인 ‘내일’의 좌장 자리를 맡겼다. 당시 안 의원 측근인 한 전직 의원은 “우리도 긴가 민가 했는데 안 의원이 최 교수를 설득해냈다. 신통방통하다”고 득의만만했다. 신당 창당 작업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불과 3개월 만의 결별 소식에 급제동이 걸렸다. 최 교수의 이탈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앞서 안 의원의 멘토 역할을 했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이 지난 대선에서 각각 박근혜 캠프와 문재인 캠프로 향하고, ‘청춘콘서트’를 기획한 법륜 스님 등이 줄줄이 떠났던 아픈 과거와 엮여 “안 의원 주변엔 사람이 머무르지 않는다”는 말이 회자됐다. 무엇보다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시점이어서 내상이 만만찮다.

최 교수의 결별 선언 이후 안 의원의 한 측근은 “평생 공부만 하신 분을 정치권과 언론이 학대했다. 최 교수가 말했듯 정치란 게 사람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최 교수의 이탈이 안 의원과 그 주변 때문만은 아니라는 불만이 강하게 배어 있다. 이유야 어쨌든, 문제는 나가는 사람은 보이는데 들어오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당 전초기지의 좌장이 떠났는데, 빈자리를 채울 새 인물은 좀체 드러난 것이 없다.

안 의원이 4월 등원 이후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대선 이후 처음 가진 7월28일의 언론 인터뷰에서는 “정해진 정치 일정들에 대해선 그 상황에 맞게 적극 대응하려고 한다. 지금 사람을 열심히 만나고 있는데 기회가 되면 소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재 영입에서 상당히 진도가 나갔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 측근 인사는 “조용히 준비하고 있어서 안 보이는 것이다. 오리처럼 물밑에서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재보선이 안철수 의원 정치 여정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정치권에서 이견이 없다. 안 의원 측도 이를 잘 안다.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안 의원은 당초 재보선과 지방선거 사이에 창당하는 일정을 생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재보선에서 괜찮은 성적표를 받아들면 사람이 모일 테고, 그들과 당을 띄워 내년 지방선거 때 경기도지사·광주시장 등 핵심 포스트에서 민주당을 누르고 야권의 대안 세력임을 공증받겠다는 ‘장밋빛’ 시나리오다. ‘내일’ 출범 이후 창당이 임박한 것처럼 정치권이 호들갑을 떨 때 안 의원 측의 한 핵심 인사는 “10월 재보선까지는 연애 기간”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어떻게 결혼부터 먼저 하고 연애를 할 수 있겠나. 지금은 연애 단계”라며 “10월 재보선에서 성과를 내야 우리도 명분이 생기고 좋은 사람을 모을 수 있다. 지금은 사실 그럴 능력도 없고, 제 발로 찾아오는 사람들은 어중이떠중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결혼’(창당)에 골인하기 위해 10월 재보선까지 연애에 전력 질주하겠다는 다짐이다.

6월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한 최장집 전 이사장. ⓒ 시사저널 박은숙
재보선·지방선거 대응 놓고 내부 논쟁 가열

그러나 안 의원 세력 내부에선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두고 내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그의 주변에선 “길게 보고 내년 6월 지방선거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인사는 “10월 재보선 한두 자리가 문제가 아니다. 지방선거가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여기엔 당초 10개 이상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를 예상했던 10월 재보선의 판이 7~8개로 줄어든 데다, 야권의 대안 세력으로 승부를 걸 만한 호남 또는 수도권 선거가 서너 개도 안 된다는 현실적 고민이 있다. 생각만큼 사람을 모으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반면 정치인 출신을 주축으로 10월 재보선에 ‘올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다. “재보선에서 승기를 잡지 못하면 지방선거에서 A급 인사들이 민주당으로 몰려갈 것”이란 우려에서다. 다만 이들도 현실의 벽은 느끼고 있다. 안 의원에게 정무적 조언을 자주 한다는 한 인사는 “재보선에서 모든 선거구는 아니더라도 권역마다 인물을 내야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 많지 않다”며 “시민사회에서 쓸 만한 사람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대거 빼갔고, 노총은 노동계의 10%밖에 대변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10월 재보선 결과가 어떻든 안 의원이 결국에는 당을 만들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이는 드물다. 이때 안 의원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안철수 당’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안 의원 주변 인물들은 “인재 영입이 아니라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 핵심 측근은 “‘안철수 신당’이라는 말은 틀렸다. 새 정치의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동등한 자격으로 모여 당을 만들어야지 안철수가 영입한 인재들이 모이는 당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새 정치의 비전, 그 결과물로 나오는 것이 신당”이란 설명을 덧붙였다. 안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창당을) 결정할 때 나도 N분의 1이다. 내가 먼저 그릇을 만들어 채우기보다 많은 분과 논의해서 그분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같이 그릇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철수’란 브랜드 없이 ‘신당’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은 차치하더라도,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다투는 유력 대선 주자가 당의 N분의 1에 머무르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면하기도 어렵다.

안 의원의 연애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 첫 시험대가 될 10월 재보선이 두 달여 남았다. 이미 결혼을 전제로 한 연애라 실패해선 안 된다는 것이 안 의원의 머리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