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대학언론상] 청춘의 기록은 체온보다 뜨거웠다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3.08.2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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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시사저널> 대학언론상…참신하고 수준 높은 기획 기사 많아

재기발랄, 참신, 젊음, 열정. 대학생을 상징하는 일반적인 단어는 소멸된 걸까. 우리 20대가 관심을 갖는 이야기는 어떤 것들일까. 전하고 싶은 이야기,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 관심 있는 이야기를 A4 3장 이상의 기획 기사로 만드는 작업은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그렇게 모인 60여 편의 기사는 ‘그래, 너희 기성 언론들이 보듬지 못하는 부분을 우리가 이야기해주겠다’는 단단한 각오가 느껴지는, 청춘의 치열한 기록이었다.

올해 두 번째를 맞는 ‘<시사저널> 대학언론상’ 출품작은 지난해보다 알찼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대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사 공모전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예비 언론인을 꿈꾸는 청춘에 참여의 장을 제공하려 한 상의 취지가 제대로 살아나는 듯했다. 상금 규모도 여느 큰 상 못지않다. 대상에는 ‘한 학기 등록금’이 주어졌다. 대학생들의 등록금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때 실질적인 혜택을 주자는 뜻에서였다.

열정을 갖고 뛰어든 대학생 기자들은 다수보다는 소수에 주목했다. 학생들의 특별한 시각과 약자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드러나는 작품이 많았다. 성 소수자, 파룬궁 등이 취재원으로 등장했다. 20대의 성(性)에 관한 기사도 여러 편 있었다. 참담해져가는 대학 언론을 바라보는 냉정한 시선도 있었다.

 

 

8월19일 오후 2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 대학생들이 모였다. <시사저널> 권대우 대표이사는 인사말에서 “수상한 예비 언론인들의 기백, 열정, 참신한 아이디어가 한국 언론에 새바람을 일으켰으면 한다”며 “<시사저널>은 독립 언론으로서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1차 심사와 2차 심사를 거친 6편의 기사가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2차 심사는 윤길주 <시사저널> 편집국장을 비롯해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이 맡았다.

제2회 <시사저널> 대학언론상에서 심사위원들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은 ‘서울시 방범용 CCTV, 범죄 예방 효과 없다’였다. 심사위원들은 현직 기자들조차 잘 이용하지 않는 정보공개 청구를 이용한 점, 꼼꼼한 취재, 현장성을 덧붙인 점 등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특히 효과도 없는 방범용 CCTV 설치를 위해 800억원의 혈세가 낭비됐다는 결론을 끌어낸 것은 언론의 환경 감시 기능을 되새기게 했다.

대상과 우수상 놓고 막판 치열한 경합

우수상을 받은 두 편 역시 마지막까지 대상작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학점으로 치면 0.1점 정도 차이에 불과했다. 김영태·김원진 씨(서강대)가 쓴 ‘아무도 들어주지 않은 이야기-80일간의 기록’은 집요함의 산물이었다.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을 끈질기게 보고 또 보며 후속 취재를 이어갔다. 이들은 “기성 언론뿐 아니라 지원 기관 공무원들이 성폭행 피해자들에게 2~3차 피해를 주는 모습을 보고 깊이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해 80일을 매달리며 취재했다”고 말했다. 땀방울이 느껴지는 기사였다.

‘성매매 집결지 성공적 해체? 차라리 그때가 나아!’ 역시 발품을 많이 판 기사다. 지금은 유령 도시처럼 변해버린 대전시 중구 유천동을 재조명했다. 성매매 집결지는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지만 재개발의 어려운 점을 직접 건드린 점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사를 쓴 김준희(충남대)·임이슬(배재대) 씨는 성매매 집결지 해체 이후를 다루는 기성 매체들이 변종 업소 문제 등 자극적인 기사로 채우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졌다. 이들은 “해체된 이후의 뒷모습이나 폐허가 된 상권, 재개발 문제 등을 보면서 자극적인 것보다는 소외된 곳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조차 건지기 힘든 대리운전 기사의 현실을 다룬 르포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 밤낮이 똑같은 노동 현실!’은 원종진·최은국 씨(서울대)가 직접 대리기사 셔틀에 잠입하기도 하고, 실제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현장감이 돋보였다. 명동 영플라자 맞은편에서 수년 째 시위 중인 파룬궁 부스를 취재한 석민혁·정재홍 씨(단국대)의 ‘파룬따파 하오(파룬궁 좋아요), 하오 하오(좋아요)’, 오송 제2생명과학단지 사업으로 충북개발공사와 시민단체가 갈등을 빚고 있는 가마터를 다룬 서윤경씨(청주대)의 ‘오송 봉산리 옹기 가마터, 개발과 보존의 갈림길’도 짜임새 있는 기사 형식과 문제의식이 남달랐다.

“언론의 역할은 따뜻한 시선이다. 두 팔은 밀치라고 있는 게 아니라 끌어안으라고 있는 것이다. 따뜻하게 끌어안을 수 있어야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다. 이곳에 모인 예비 언론인들이 침묵하지 않는 언론인, 따스한 가슴을 가진 언론인이 되길 바란다.”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이 프레스센터에 모인 수상자들에게 건넨 축하의 말이다. 정보 접근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참신한 기획을 하고 현장 확인을 위해 땀 흘리며 발품을 판 청춘들이 있었다. 우리 언론의 미래가 마냥 어두운 것만은 아니었다. 

 

 

 
대학생들의 신선한 비판의식과 문제 제기를 뜯어보면서 저널리즘의 본령을 다시 생각해본다. 언필칭 언론이 여타의 논문, 보고서, 저술 등과 차이가 있다는 점이 여전히 인정된다면 젊은 언론 지망생들은 저널리즘의 본질과 속성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이해와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

 

‘서울시 방범용 CCTV의 범죄 예방 효과 없다’는 깔끔한 수작이다. 보편적 사안을 비판적으로 접근하기, 새 토픽과 미보도 사례의 발굴, 일상 속에서 그 어떤 가치 찾기…. 이런 것들 모두가 언제나 기사가 되지만, 기존의 편견 부수기와 공공 부문의 홍보와 주장을 정면으로 깨버리는 것은 언제나 속 시원한 안타성 기사다.

‘성매매 집결지 성공적 해체? 차라리 그때가 나아!’는 대상, 문제 제기, 취재 방식에서 무난했다. 주제 선정, 현장성이 두루 좋았다는 얘기다. 다만 이게 도시 재개발의 일반적 부작용인지, 성매매특별법에 따른 특수 지대의 몰락 내지는 후유증인지에 대한 파고들기가 부족한 점은 아쉬웠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은 이야기-80일간의 기록’은 젊은 학도의 집념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였다.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 밤낮이 똑같은 노동 현실!’은 조금 더 취재에 공을 들이고 다각도로 접근했더라면 더 좋은 르포 기사가 됐을 것이란 아쉬움을 남겼다. ‘오송 봉산리 옹기 가마터, 개발과 보존의 갈림길’은 개인의 관심사를 언론의 틀에 넣어 타인에게 무난하게 던졌다는 점에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기사였다.

예선을 통과한 19편 모두 나름의 장점 한두 가지가 명확히 있었다. 그 장점을 하나하나 지적하면서 격려해주지 못한 점, 참으로 아쉽다. 그러나 꽤 한다는 기자들도 특종과 낙종을 반복하곤 한다. 그것도 기자의 숙명이다. 특종과 낙종은 실제 간발의 차이다. 이번에 특종을 하지 못한 예비 기자들도 다음엔 꼭 저마다의 특종을 날리길 기원한다.  <한국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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