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침침해 신문 보기도 힘든데…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3.10.0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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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수술과 인공 수정체 발달…백내장·노안 해결 길 열려

1~2년 이내에 백내장 수술에 큰 변화가 생긴다. 레이저 수술이 기존의 초음파 수술을 대체할 전망이다. 수술이 정확해지면서 부작용이 줄고 결과도 좋아진다. 한 번의 수술로 백내장뿐 아니라 노안도 치료하는 시대가 열린다. 

 눈은 카메라 구조와 같다. 앞쪽에는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가 있고 뒤쪽에 필름 역할을 하는 망막이 있다. 수정체를 통해 들어온 빛이 모여 망막에 상을 맺는데 우리는 이를 ‘보인다’고 표현한다.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질환이 백내장이다. 나이, 자외선, 산화작용 등으로 수정체가 투명성을 잃는 것이다. 흔히 노안과 혼동하지만 증상은 전혀 다르다.

노안은 수정체가 딱딱해져서 가까이에 있는 물체에 초점을 맞추는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으로 돋보기 등으로 교정할 수 있다. 반면 백내장이 오면 빛이 혼탁한 수정체를 통과하는 동안 퍼져서 또렷한 상이 맺히지 않고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가 뿌옇게 된다. ‘늙어서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실명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ㄸㅏ르면 전 세계적으로 실명 원인 1위가 백내장이다. 일반적으로 50대부터 생기고, 60대의 20~30%, 70대의 40~50%가 백내장으로 고생한다. 점차 고령화되면서 백내장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환자가 많은 만큼 국내 수술 건수도 가장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발표한 수술 통계 자료를 보면, 백내장 수술은 2011년 한 해에만 42만건으로 치핵 수술(22만건), 제왕절개수술(16만건)보다 많다.

국내에서 가장 흔한 게 백내장 수술이다. 이 때문에 수술 방법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 시사저널 전영기
1~2년 후 레이저 수술 확대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눈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눈은 무게 7g, 지름 2.4cm에 불과하지만 외부로부터 얻는 정보의 70% 이상을 받아들인다. 따라서 백내장에 걸리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다행히 백내장은 수술 효과가 90% 이상이다. 전신마취 대신 안약으로 부분 마취만 하고, 수술 시간도 10분 정도로 짧아 90세 이상 고령자도 수술을 받는 데 어려움이 없다. 수술 다음 날부터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백내장 수술이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 수정체로 교체하는 일이다. 과거 이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눈의 여러 조직(각막, 수정체낭, 유리체 등)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수정체를 교체하는 일은 안과 의사들이 꺼리는 대수술이었다. 백내장을 없애기는 했지만 시력이 수술 전보다 현저하게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환자는 백내장을 조기에 발견해도 치료하지 않고 더 악화한 후에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정상 눈(위)과 백내장 환자의 눈(아래).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병이다. ⓒ 일러스트 정현철
지금은 백내장을 초기에 치료하는 편이 이롭다. 혼탁한 수정체는 초음파로 쪼개서 눈 밖으로 제거한다. 그런데 수정체가 딱딱할수록 초음파를 강하고 오래 쐰다. 초음파 충격이 세지면 엉뚱하게도 각막 세포가 손상된다. 한번 훼손된 각막 세포는 정상으로 되돌릴 수 없어 이식을 받아야 한다. 미국에서 이뤄지는 각막 이식 수술의 대부분은 백내장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 행해진다.

레이저가 이런 단점을 해결할 전망이다. 각막 세포에 손상을 주지 않고 수정체를 부술 수 있다. 게다가 사람의 손으로 하던 작업을 레이저가 대신해 치료 효과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수정체를 빼내고, 인공 수정체를 집어넣기 위해 각막과 수정체낭(수정체를 싼 주머니)에 의사가 칼로 통로를 만드는 일을 레이저가 대신한다. 숙련된 의사의 손으로 정교한 작업이 가능하지만 레이저는 사람보다 실수할 가능성이 작다.

이 작업이 정밀할수록 인공 수정체가 정확한 위치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인공 수정체가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수술 후 환자가 또렷한 시력을 얻을 수 있다. 최혁진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인고ㅇ 수정체의 위치가 1도라도 틀어지면 느끼는 시력에 큰 차이가 생긴다”며 “이런 점을 레이저가 보완해줘 백내장 수술의 치료 효과는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 선진국에서는 레이저가 백내장 수술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이미 일부 병·의원에서 레이저 수술을 하고 있다. 레이저 수술은 현재 국내 신의료 기술 절차를 밟고 있으며 승인이 나면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경률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1~2년 후 레이저 수술ㅇㅣ 퍼질 것이고 5년 정도 지나면 초음파 수술을 대체할 정도로 보편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은 문제는 인공 수정체가 얼마나 발전할 것인가다. 인공 수정체는 우연한 기회에 개발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중전에서 영국 전투기 조종석의 캐노피(투명 덮개)가 포탄에 맞아 깨지면서 그 파편이 조종사의 눈에 박혔다. 조종사를 치료한 영국 의사는 그 파편 물질이 눈에 합병증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최초로 탄생한 인공 수정체는 캐노피와 같은 재질이어서 딱딱했다. 이를 사람 눈에 넣기 위해 각막을 6mm 이상 도려내야 했다. 출혈과 통증 등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실리콘으로 재료를 바꿔 인공 수정체를 반으로 접을 수 있게 되자 각막 절개 부위가 3mm로 줄었다. 2mm 미만으로 줄어든 것은 인공 수정체가 아크릴 재질로 바뀌면서부터다.

인공 수정체는 단초점과 다초점이 있다. 단초점은 초점이 먼 곳에만 맺힌다. 멀리 있는 것은 잘 ㅂㅗ이지만 가까이 있는 사물은 흐리게 보인다. 책이나 신문을 보기 위해서는 돋보기를 착용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런 단점을 개선한 것이 다초점 인공 수정체다. 가까운 거리(40cm)와 먼 거리(3m 이상)에 초점이 두 개가 있다. 돋보기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40cm와 3m 사이의 중간 거리에 있는 사물이 흐리게 보이는 단점이 있다.

정상 시력으로 본 풍경(왼쪽)과 백내장 환자의 눈에 비친 모습(오른쪽). ⓒ 시사저널 최준필
20대 시력 회복의 핵심은 인공 수정체 발전

최근에는 프리미엄 인공 수정체가 등장했다. 백내장은 물론 노안이나 난시까지 해결한다. 인공 수정체의 발달로 백내장 수술을 받으면 백내장이 오기 전의 시력을 회복할 수 있고 노안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인공 수정체는 앞으로 사람의 수정체를 닮아갈 게 틀림없다. 광학 기술이 발전하면 백내장 수술 후 20대 시절의 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의상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단기간에 사람의 수정체와 같은 인공 수정체가 개발되지 않더라도 가까운 거리나 먼 거리를 별다른 불편 없이 볼 수 있는 인공 수정체에 대한 개발은 꾸준하다”고 말했다.

수술 빼곤 백내장 치료 연구 모두 실패

수술 없이 백내장을 치료할 방법을 찾는 시도도 여러모로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면, 혼탁해진 수정체를 약으로 맑게 되돌리는 것이다. 그러나 약이 수정체에 도달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약으로 백내장이 억제되지 않았다. 몇 년 전에는 인삼의 사포닌 성분이 백내장 발병을 낮추고 진행 속도를 늦춘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백내장 환자에게서 변이된 유전자를 찾는 연구도 있다. 그 유전자를 발견하면 백내장이 걸리기 전에 예방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 후 별다른 진척이 없다. 세브란스병원의 서 교수는 “수술 효과가 50%밖에 안 되면 다른 치료 분야에서 연구가 활발하겠지만 수술 성적이 워낙 좋고, 백내장은 물론 노안까지 해결하자 다른 치료법에 대한 연구가 시들해졌다”고 말했다.

당분간 백내장을 원천적으로 치료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삼성서울병원의 정 교수는 “백내장은 피부 노화와 같아서 약물 등으로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자외선 차단제가 피부 노화를 지ㅇㅕㄴ시키지만 노화를 막을 수는 없는 것처럼 현재 사용하는 백내장 치료제도 백내장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백내장 예방은 약보다 생활 습관이 효과적이다. 백내장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자외선, 산화 작용, 스트레스 유발 습관이다. 농사를 짓는 농부나 배를 타는 어부가 백내장에 잘 걸리는 것은 자외선 노출이 심하기 때문이다. 자외선이 눈으로 들어오는 것을 선글라스로 막는 것이 백내장 예방법이다. 과거보다는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백내장에 걸리는 나이가 늦춰지고 있다. 그래도 선글라스를 쓰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백내장 발병은 꾸준할 전망이다.

산화작용은 우리 몸에 들어온 산소 일부가 노화를 촉진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습관(음주, 흡연, 불규칙한 수면)을 지닌 사람에게 산화작용이 더 잘 일어나 백내장 위험성이 커진다. 먹던 사과를 공기 중에 놔두면 누렇게 산화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나이가 80세로 같은 두 노인이 최근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한 명은 수정체가 돌처럼 딱딱해서 수술 시간이 오래 걸렸고, 수술 후 각막까지 부어서 회복하는 데에도 애를 먹었다. 또 다른 한 명은 60세에 있을 만한, 덜 딱딱한 수정체여서 수술이 쉽게 끝났고 회복 시간도 비교적 짧았다.

이들을 수술한 세브란스병원의 서 교수는 “평소 눈 관리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치료 시간, 효과, 부작용에서 차이를 보인다”며 “선글라스 착용으로 자외선을 피하면 백내장을 예방할 수 있고, 백내장도 다른 사람보다 늦게 걸린다”고 설명했다. 

다음 호에는 갑상선암 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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