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 지지 받는 정치인 길 갈 것”
  • 감명국 기자·정리 이혜리 인턴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3.10.2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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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리더’ 정치 분야 1위 안희정 충남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었다. ‘386 운동권’ 이미지가 강렬한 그가 보수적 성향이 강한 충남 지역에서 도지사에 당선된 것이다. 그때 안 지사는 “JP(김종필)가 못 이룬 꿈을 제가 충청 출신으로서 한번 도전해보겠다”며 ‘충청 대망론’을 펼쳤다. 영·호남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이 심했던 충청도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이후 그는 일약 ‘잠재적 대권 주자’ 반열에 올랐다. <시사저널>의 차세대 리더 정치 분야에서도 항상 3~4위권을 유지해오다가, 올해 기어이 1위에 올랐다. 10월18일 오전 인천을 방문한 안 지사를 만났다.

ⓒ 시사저널 이종현
2008년부터 ‘차세대 리더’ 조사를 하고 있는데 올해 조사에서 처음 정치 분야 1위에 올랐다. 어떤 요인이 작용했다고 보는가.

우선 쟁쟁한 선배들이 다 50세를 넘어서 그런 것 아닌가 싶다(웃음). 잘은 모르겠지만, 광역단체장 중에서 충남 도정에 대해 비교적 좋은 평가를 해주신 여론조사들을 보았다. 아마 그러한 것도 작용한 듯싶다. 또 내가 하고자 했던 통합주의적 관점들도 (요인에) 포함된다고 본다. 20세기 진보·보수의 의제는 이제 낡았다. 진보와 보수 자체를 없앨 생각은 없지만, 20세기의 진보와 보수를 가지고 지금 싸워선 안 된다. 이런 내 정치적 소신을 평가해주신 게 아닌가 싶다.

2010년 지방선거 직후에 <시사저널>은 커버스토리로 ‘40대 기수론’의 부활을 다룬 바 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퇴조하는 느낌이다.

아직 때가 안 돼서 그럴 것이다. 봄이 돼야 새순이 돋듯이, 새로운 봄에 새순이 올라올 때가 되면 또 올라온다.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새순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계절의 변화도 필요하다. 과거 김대중·김영삼 시절이 시대적 전환기였다면, 지금 시대의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갈망과 요구가 또 있다.

도지사 임기 4년이 짧다고 느껴질 텐데, 앞으로 채 1년이 남지 않은 기간 동안 꼭 챙기고 싶은 부분은.

임기에 집착한 나머지 서두르면 일을 망친다. 세상은 대통령과 도지사의 임기와 상관없이 연속적으로 나가는데, 임기를 가진 단체장들이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를 이루려고 서두르곤 해서 많은 문제를 야기하지 않았나. 임기 내에 어떠한 가시적 성과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게 내가 가장 애써야 할 부분이다. 임기 내에 어떤 성과를 내라는 내·외적 압박에서 벗어나, 선출직 단체장으로서 내 임기의 틀에 갇히지 않고 좀 더 긴 안목으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 지사는 진보 성향 이미지가 강하다. 반면 충남 지역은 노년 인구도 많고 보수 성향이 강하다. 이런 곳에서 세대·이념 격차를 줄이고 주민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화 안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보통 자신이 모욕을 받았다고 생각할 때 화가 난다. 그러면 내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어떤 모욕을 받은 걸까. 생각해보면 다 내가 부족해서 나오는 화다. 그래서 분노의 요인을 가만히 생각해보고, 그 화를 만드는 모욕감이 결과적으로 나의 부족함에서 온다고 생각하면, 다음 날 도민들을 편하게 볼 수 있다. 이는 이념·세대 갈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왜 보수적인 사람들은 ‘386 좌파’라고 표현되는 나에 대해서 화를 낼까. 그럴 때 내가 한 번 더 생각해보면 그들이 이해가 된다. 이념·세대 등 모든 갈등의 문제는 다 자기를 이해해주지 않는 것에서 야기된다. 그걸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2년 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3농 혁신’을 강조했다. 그 성과는 어떠한가.

나라 살림하는 사람이 정책 한두 개 해서 해법이 다 나오면 아마 우리 사회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런 정치란 거의 없다. 지금 대한민국 정책은 먹을 것 없이 반찬 가짓수만 많은 것과 같다. 그런 의미에서 ‘3농 혁신’ 운동의 핵심은 농경의 대상으로 된 농민이 농업 정책의 주인으로 나서게 하는 것이다. 한 2년 됐는데, 지금 나타나는 긍정적인 성과가 모두 내 공이라고는 쑥스러워서 말 못하겠다. 하지만 충남 지역 농민이 갑을 관계에서 벗어나 함께하는 것으로 변화했다고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

얼마 전 강연에서 광역단체의 통폐합을 주장했는데.

중앙정부 단위에서 일하는 것과 지방정부의 일은 다르다. 지금 정부 구조는 국가·광역단체·기초단체 3가지가 있는데, 이를 축구로 비유하면 공 하나에 선수 11명이 다 움직이는 형국이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이제 공격수는 공격수답게, 미드필더는 미드필더답게, 또 수비수는 수비수답게 팀플레이를 해보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렇게 봤을 때 광역 지방정부 17개 시·도가 미드필더라고 치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광역 지방정부는 기능을 좀 더 특화시켜서 21세기에 걸맞은 도지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17개 광역단체장은 과거 임금님 시대 때의 관찰사에 가깝다. 21세기에는 광역 경제 단위별로 5~6개로 재편해야 한다.

정국 현안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문제 되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논란에 대해 ‘친노’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말도 안 되는 논쟁이라고 본다. 첫째, 전직 대통령의 비망록을 공개하는 자체가 문제다. 그것을 공개한 사람은 처벌해야 한다. 전직 대통령의 기록물을 갖고 그것을 자기 정치 이익에 이용하는 나라가 정상적인가. 박근혜 대통령도 이를 방치하면 안 된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대통령의 눈높이에서 고민해야 한다. 대통령 눈높이에서 고민한다면, 국정원의 수장이란 분이 전직 대통령의 비망록을 공개해서 현실의 정치 쟁점으로 이용하는 자체를 용서해선 안 되는 것이다. 둘째, 국정원이든 어디든 대화록은 현재 다 펄펄 살아 있다. 대체 무엇이 없어졌다는 것인가. 제발, 이 쓸데없는 논쟁들을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하면, 대한민국 국가 운영이 불가능하다. 이런 논쟁은 국가의 미래를 어렵게 한다.

‘친노’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친노 성향으로 분류되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제는 ‘친문’으로 불러달라”고 말하기도 하던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친노’라는 표현이 보통명사가 되길 바랐다. 고유명사가 아닌 보통명사가 된다면, 그러한 성질을 가진 모든 사람을 일컫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역대 대통령들이 가진 가치나 시대정신을 자기의 정파에 가둬놓고 이건 내 것이라고 고집하면 안 된다. 친노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즉, 대통령도 탄핵받을 수 있고 법 아래 서야 한다는 노무현의 민주주의 철학을 기리는 말이 바로 ‘친노’다.

내년 지방선거에 다시 한 번 출마하는 것인가. 출마한다면 어떻게 전망하는가.

지금 내가 진행하고 있는 여러 도정을 책임지고 마무리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연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도민들께 연임을 여쭤보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고 본다. 도민 여러분이 결정해주시는 것이어서 내 할 도리 다 하고 기다려보려 한다.

도지사를 넘어 더 큰 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기도 하고.

2010년 선거 때 “충청도의 정치인으로서 김종필 총재가 못다 이룬 꿈을 제가 한번 이뤄보겠습니다”라고 약속드렸다. 충청도를 기반으로 하는 정치인이지만 전국적으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치인으로 가보겠다고 약속했다. 지금 그렇게 계속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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