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노무현보다 더 좌경”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3.10.3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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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국정원 작성 의혹 트위터 글 목록 입수·분석

10월2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청사 14층 국정감사(국감)장으로 윤석열 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입장했다. 굳은 표정의 그들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당시 국감장에 있던 민주당 법사위 소속의 한 관계자는 “당시 윤석열 팀장은 마치 뭔가를 작정하고 나온 듯한 비장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예상은 국감이 시작되고 윤 전 팀장이 입을 열자 곧바로 현실이 됐다. “(국정원 트위터 글은) 5만여 개가 전부가 아니고 분석하면 그보다 훨씬 많이 나오는 상황이다. 선거사범 중에는 유례를 보기 힘든 범죄다. 선거사범으로 친다면 이것 이상으로 하기 힘들다.” 그의 발언에 국감장이 술렁였다. 국감 하루 전 민주당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국정원 직원들이 지난 대선 때 트위터를 통해 5만5689차례에 걸쳐 특정 정당 또는 정치인에 관련된 글을 띄우거나 리트윗(재전송)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와 트위터 내용이 담긴 A4용지 2200여 쪽의 별지에 담긴 내용 일부를 공개한 것이다.

ⓒ 시사저널 포토
안철수·문재인 당시 후보 비방 글 다수

<시사저널>은 2200여 쪽 별지에 담겨 있던 트위터 글 자료 목록을 대거 입수해 내용을 면밀히 분석했다(30쪽 표 참조). 이 자료에는 해당 글이 실린 페이지, 글이 올라간 시간, 리트윗 및 직접 작성 여부, 글의 내용 및 성격 등이 상세히 담겨 있었다.

글의 내용은 대체적으로 지난해 대선 당시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나 안철수 의원에 대한 비방 글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 글로 구분돼 표기됐다. 직접 작성한 것도 있지만 기존에 올라온 글들을 리트윗한 것도 상당수였다. 예를 들어 문재인 의원과 관련해서는 ‘정말 웃긴 금년도 대통령 선거!! ㅋ 전라디언은 대췌 어디로 가라능겨? ㅋㅋ 박근혜는 동교동계와 껴안았지! 촬스(안철수)는 처갓집 연일 미소 짓지! 문죄인(문재인)은 고향이고 나발이고 다 버리고 전라디안 표 구걸하고 앉아 있지 ㅋ’와 같은 글이 올라왔다. 안철수 후보에게는 ‘‘목동 황태자’ 안철수의 여자관계 의혹, BW, 딱지, 포스코 사외이사 등으로 더 이상 도망갈 데가 없자 금태섭, 송호창이 이틀간 머리 쥐어짜낸 결론이 결국 자폭하는 꼴이 되었다’는 글이 게재됐다.

“과격한 보수 글, 진보 성향 네티즌 와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 글도 있었다. 그중 하나를 예로 들면 이렇다. ‘후보들의 인상착의- 박근혜의 친근한 미소, 문재인의 놀란 토끼 눈, 안철수의 느끼한 능구랭이 얼굴… 결론-사람은 미소 짓는 모양이 아름답다’

댓글 내용은 일반 네티즌들이 댓글로 정치 공방을 벌일 때 올리는 수위였다. 디도스 등 IT 분야에 정통한 한 인사는 “만약 고급  IT 기술로 개입 작업을 했다면 외국에 있는 서버를 우회해 IP를 교란시키는 방식 등을 썼을 텐데, 트위터로 계정을 만들어 했다는 것은 정교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투박한 방식이 적지 않은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소셜 분석업계 관계자는 “과격한 보수 성향 글들은 진보 성향 네티즌을 와해시키고 보수 세력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다. 2010년 박원순 시장 당선 때 결집됐던 진보 성향 네티즌들이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트위터에서 많이 빠져나간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또 트위터는 포털, 페이스북 등과 동시다발적으로 연계돼 있기 때문에 선거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댓글 공개 후 여당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드러난 글 중 94%는 퍼다 나른 글이고, 검찰이 확인한 글은 2233건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또 이 정도의 미미한 트위터 글로 대선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법사위 소속인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트위터의 폭발력은 단순히 수치로만 따질 수 없다. 실제 과거 검찰은 한 사건에서 4명의 팔로워만 있어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며 관계자들을 구속한 적이 있다. 국정원 심리전단뿐 아니라 다른 조직도 대선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면밀히 계획된 고도의 전술에서 이뤄진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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