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머라케도 깨지지 않는 아성?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3.10.3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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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인물들 경쟁 가열…야권 후보 아직은 역부족

새누리당의 텃밭인 부산·울산·경남(PK)은 지난해 18대 대선에서 다른 민심을 드러냈다. 야권이 새누리당의 아성을 어느 정도 잠식해 들어가는 모습을 보인 것.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는 PK에서 38.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3 대 7 구도만 돼도 성공적이라는 이 지역에서 4 대 6 구도의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2010년 선거와 다르다. 부산과 울산은 현역 시장이 3선 연임 제한에 걸려 출마할 수 없다. 모두가 제로베이스에서 경쟁하는 구도다. 경남은 보궐선거로 당선된 새내기 홍준표 지사가 ‘트러블 메이커’로 인식되면서 현역 도지사에 대항하는 새누리당 후보들의 도전이 거세질 전망이다. 여기도 그런 의미에서 제로베이스다. 4 대 6 구도가 가능해지면서 야권에서 의미 있는 후보군이 형성되고 있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특히 부산의 경우 안철수 의원의 고향으로 ‘안철수 신당’ 이야기도 나오지만 지명도 있는 인물을 영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산

김세연 불출마 선언 이후 박민식 관심

허남식 현 시장이 빠질 차기 부산시장 선거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금정)이었다. 차기 시장 후보로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려온 김 의원이 9월23일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새누리당 경선판이 흔들리고 있다. ‘허남식 10년’을 탈피하는 첫 선거인 만큼 부산 시민들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런데 김 의원의 불출마로 조용한 경선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은 새누리당의 또 다른 고민거리다. 김 의원의 강세에서 보듯 새 인물에 대한 갈망이 큰데도 그걸 채우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김 의원의 불출마로 친박계 핵심인 서병수 의원(해운대·기장갑)이 가장 유력해졌다는 분석이다.

지역 정가의 관심은 서병수 대항마에 쏠리고 있다. <부산일보>와 동의대학교 선거정치연구소가 지난 9월10일 부산 지역 오피니언 리더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를 보면 여권에서는 김세연 의원이 96명의 지지를 받아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하지만 김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으니 81명의 지지를 얻은 서병수 의원이 사실상 가장 선호도가 높다. 권철현 전 주일 대사와 지역 경제계의 지지를 얻고 있는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이 각각 28명의 지지를 얻어 공동 3위였다. 3선의 유기준 의원(서)과 재선의 박민식 의원(북·강서갑)은 19표로 공동 5위를 차지했다. 권 전 대사와 신 회장, 유 의원 모두 부산시장 출마 후보군이다.

최근에는 박민식 의원을 주목하는 이들이 늘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서병수 의원과 관계가 껄끄러운) 김무성 의원이 지지를 약속했다는 설도 돌았고, 젊고 새로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김세연 의원의 지지세가 박 의원으로 가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가장 껄끄럽게 생각한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특히 서병수 의원이 유력해지면서 선명성을 내세우면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다. 민주당에서는 오래전부터 ‘현장에서 답을 찾다’라는 부산 지역 현장 답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바닥을 훑어온 김영춘 전 의원이 가장 눈에 띈다. 박재호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과 이해성 전 청와대 홍보수석, 최인호 사하갑 위원장도 민주당 후보군이다. 아직은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장관은 출마할 경우 민주당 후보보다 무소속이 유력하다.

관심을 모으는 안철수 의원 측 후보로는 김성식 전 한나라당 의원 이름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으나, 정작 본인은 고사 중이다. 하지만 “전국 정당을 표방한다면 최소한 부산에서는 후보가 나와야 하는 게 아니냐”는 압력도 만만찮아 변수는 남아 있다는 게 주변의 귀띔이다.

울산

‘울산시장=새누리당’ 공식 유지될까

울산 역시 박맹우 울산시장이 3선 연임 제한에 걸려 내년에 출마할 수 없다. 새누리당에서는 김기현 의원(남을)과 강길부 의원(울주), 정갑윤 의원(중) 등 지역 국회의원 3명과 김두겸 남구청장이 하마평에 올라 있다. 가장 먼저 출마 의사를 굳힌 이는 김 구청장이다. 의외로 뚜렷한 인물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일찌감치 표심 잡기에 나섰다. 강 의원과 정 의원 역시 출마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타천으로 거론되던 김 의원 역시 “주위의 출마 권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UBC울산방송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김기현(18.9%), 강길부(16.4%), 정갑윤(13.3%), 김두겸(10.8%) 순이었다.

진보 진영이 강하다는 울산이지만 여태껏 ‘울산시장=새누리당’ 당선 공식이 깨진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야권에서는 아직 잠잠하다. 민주당에서는 송철호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과 심규명 울산시당위원장, 이상범 전 북구청장이 거론되고 있다. 조승수 전 진보신당 의원도 유력한 후보군이다. 조 전 의원의 측근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홍준표 vs 反홍준표의 대결

경남도지사 선거에서는 애초 홍준표 지사와 박완수 창원시장의 여권 내 리턴매치가 거론됐다. 지난해 보궐선거를 앞두고 펼쳐진 경선에서 석패한 박 시장이 다시 경선에 도전하리라는 관측이 현재로는 우세하다. 일단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 사태를 두고 ‘폐업 드라이브’를 건 게 박근혜정부의 ‘복지 드라이브’와 부딪치면서 정부의 모양새가 우스워진 점, 게다가 새누리당 경남 지역 의원들 사이에서도 고집이 강하고 트러블 메이커인 거물급 지사를 껄끄러워하는 기류가 있다는 점이 홍 지사의 약점으로 지목된다. 그런데 지난해 경선에 참여하려다 뜻을 접었던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가 최근 경선 참여 의사를 밝히며 판이 커지고 있다. 김학송·권경석 전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김해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김태호 의원과 경합을 벌였던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도지사 선거에서도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민주당의 주요 후보군에 포함된다. 허성무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강병기 통합진보당 경남도당위원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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